사람들이 내가 그린 지도를 얼마나 믿는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있다. 어제까지는 그 지도를 들고 자기 배를 암초로 몰던 사람들이 있었고, 오늘은 나보다 내 지도를 믿지 않는 선장이 함께 있다. 둘 다 조금 괴롭다. 하지만 두 번째가 더 안전하다.
아침의 역광 군도에는 어제 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부두는 부러진 널빤지로 어지러웠고 보관정의 선체에는 임시 줄 세 개가 걸려 있었다. 계약선의 선원 넷은 모두 치료를 받았으며 낚싯배에서 구한 아이와 노인은 세아의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들의 가족을 찾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구조 기록의 빈칸 옆에 그 사실을 적었다.
오린은 여느 때보다 일찍 원본실을 열었다. 오늘은 봉인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아래 정박지에 원판이 남아 있다는 새로운 문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담휘의 낡은 해도를 펼쳤다. 해도에는 지금은 물속에 잠긴 세 개의 돌기둥과 그 사이의 좁은 수로가 그려져 있었다. 다만 해도가 만들어진 날과 오늘의 물높이는 달랐다.
“위험한 곳일 텐데.” 테온이 말했다.
“그래서 전부 가면 안 되죠.” 미라가 답했다. “확인할 수 있는 사람만,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각에.”
나는 이번에도 배 위에 남았다. 몸을 잘 움직이는 것과 지도를 잘 그리는 건 다른 재능이었다. 미라와 하크, 세아가 작은 보트를 탔고 다울은 보관정에서 안전줄을 맡았다. 헤론은 높은 갑판에서 관측 시각을 적고, 테온은 구조 인원의 이동을 돕기로 했다. 키오는 내 옆에 앉아 원본 인수표를 펼쳤다.
“이번엔 모두 돌아오겠죠?” 그가 물었다.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돌아오기 전에는 그렇게 적지 말자.”
보트는 먼저 어제 우리가 확인한 물길을 따라갔다. 그다음부터는 납추로 수심을 재며 서서히 움직였다. 미라가 직접 지난 구간에만 표시를 남겼고, 세아는 돌기둥의 높이를 오래된 해도와 비교했다. 둘째 기둥 옆에 닿자 바닥에서 철제 고리 하나가 드러났다. 보관정의 낡은 계류고리와 모양이 같았다. 누군가 여기서 배를 묶었다는 물증이었다.
세아가 작은 물체를 건져 올렸다. 바다의 침전물이 달라붙은 납통이었다. 우리는 곧장 열지 않고 겉면을 살폈다. 뚜껑에는 작은 홈 네 개가 있었고 그중 하나는 다른 쪽으로 파여 있었다. 헤론이 판에서 확인한 관측식과 닮은 모양이었다. 물건의 출처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조할 가치가 있었다.
납통을 보관정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실제로 지난 물길은 이전 금색 지도와 달랐다. 미라는 중간의 얕은 구간을 피하도록 닻 위치를 바꾸었고 하크는 그 과정을 서너 번 확인했다. 안전한 통로가 하나 있었지만 수위가 높아지면 사라질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오늘의 시각을 지도에 크게 적었다.
원본실에서 오린, 연해, 담휘가 입회한 뒤 납통의 봉인을 조사했다. 통은 오래전에 닫혔고 최근 손댄 흔적이 있는지는 단정할 수 없었다. 안에는 얇은 금속판과 작은 종이 조각이 들어 있었다. 금속판에는 네 칸의 도형이 새겨져 있었고 세 번째 칸의 아래에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기록을 가져온 자는 돌아온 자가 아니다.'
나는 문장을 읽고 잠깐 눈을 감았다. 열두 해 동안 우리는 루카스의 자료 인수 표식을 귀환 증거로 오해한 사람들과 싸워 왔다. 이 판은 바로 그 둘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였다. 어느 특정 개인이 원판을 만들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원래는 그 차이를 보존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하나 더 생겼다.
네 번째 칸에는 눈금을 겹치지 말라는 표시가 있었다. 첫째 그림자의 시간, 둘째 조류 관측, 셋째 사람의 실제 도착 기록이 서로 다를 때, 네 번째 칸은 그 차이를 지우지 않고 남기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사영대의 판과 같은 원칙이었다. 헤론은 오늘 직접 측정한 그림자와 수위, 인원 기록을 각각 다른 칸에 적었다.
“이렇게 하면 미래의 어느 날에도 누가 어느 시각에 돌아왔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겠군.” 그가 말했다.
“아니요.” 나는 대답했다. “함부로 말할 수는 있어요. 다만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비교할 자료가 남는 거죠.”
오린은 새 원본 목록을 만들기로 했다. 그녀는 제이 보관정의 기록을 육지 계약소 한 곳에만 맡기지 않기로 했고, 담휘와 연해가 각각 보존 사본을 갖도록 했다. 비엔은 처음에는 반대했다. 그러나 어제 자기 배가 금색 안내를 믿고 좌초한 일을 본 뒤라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계약으로 회사가 손해를 보면 누가 책임지지?” 비엔이 물었다.
“당신이 잘못 만든 지도가 있다면 그 손해도 계약서에 적으세요.” 미라가 말했다. “우리가 지나간 물길의 기록은 공유할게요. 하지만 아직 지나지 않은 길을 안전하다고 팔지는 마요.”
그는 마침내 금색 계약서에 '현장 관측 확인 전 항해 허가 금지'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서명자는 비엔 자신이었다. 그 조항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바다의 암초 하나를 덜 위험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테온은 루메르의 왕관 조각을 꺼내 납통 옆에 놓았다. 구리빛 표면에는 오래된 왕실 문장이 남아 있었다. 그는 두 인장의 차이를 그림으로 남긴 뒤 왕관을 도로 넣었다. “왕국을 찾고 싶지 않은 건 아니오.” 그가 작게 말했다. “다만 나라를 찾으면서 사람을 잃을 수는 없소.”
미라는 붉은 매듭 영수증을 펼쳐 보았다. 새로 찾은 납판의 옆면에는 작은 닻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모양은 닻 장식과 비슷했지만 매듭이 없었다. 연해는 그것이 과거의 운송 담당 부표 표식이라고 설명했다. 미라의 동생이 직접 만들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물건이 같은 보관 체계에서 쓰였다는 사실은 드러났다.
“한 걸음은 가까워진 거네.” 내가 말했다.
“응. 지금은 그걸로 됐어.” 미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더 이상 편지를 덮어 놓고 소원을 빌지 않았다. 대신 실제로 확인한 수신처와 미확인 날짜를 하나하나 정리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배가 떠날 때마다 그녀가 불안해하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가만히 있는 일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계속 살피는 일이었다.
키오는 오늘 처음으로 내 이름이 적힌 위조 판의 흠집과 새로 찾은 납판의 흠집이 반대 방향이라는 걸 발견했다. 사영대에서 보았던 복제 인장과도 달랐다. 우리는 세 판의 탁본을 겹쳐 보았다. 원판을 직접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하나의 판에서 둘 이상의 복제 도구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혹시 그 원판이 아르켄에 있다면요?” 키오가 물었다.
“직접 확인하러 갈 일이지. 하지만 지금 그곳에 있다는 뜻은 아니야.”
오린은 열두 해 전 운송 명부의 끝에서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했다.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이라고 적혔던 복제 판의 출발지는 별락 대륙 안쪽, 밤에도 낮처럼 하얀 선이 보이는 곳이었다. 지명은 여러 차례 고쳐 쓰여 있었지만 마지막 줄은 읽을 수 있었다.
'창백한 자오선 — 귀환 판정 이전 원본 보관.'
헤론은 그 글씨를 보자 오래된 천문도와 비교했다. 별의 전당에서 지웠던 관측값과 같은 위도대였다. 그곳은 마지막 별의 그림자가 한 번도 닿지 않은 곳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왜 그곳이 중요하죠?” 테온이 물었다.
“낙성을 예측한 시각과 사람들이 실제로 본 시각이 가장 크게 어긋난 구역이야.” 헤론이 답했다. “그 차이를 지웠던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가리키고 있어.”
나는 마지막으로 150번째 지도를 펼쳤다. 역광 군도로 들어온 확인된 수로, 사고가 난 암초, 보관정의 현재 정박지, 실제로 건넌 발판과 오늘 구조한 사람들의 위치를 표시했다. 창백한 자오선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끝까지 비워 두었다. 그 길을 아직 아무도 우리에게 증언하지 않았고, 우리가 직접 지나가 본 것도 아니었다.
별가루가 은빛으로 반짝인 건 오늘 확인한 길에서뿐이었다. 그리고 지도통 안쪽에 첫 아르켄의 경고문을 닮은 문장이 나타났다.
[마지막 별이 떨어지는 날, 지도를 그린 자가 세계를 지운다.]
나는 문장을 잠시 바라봤다. 이번에는 무서워하기보다 밑에 한 줄을 썼다.
'누가 그리라고 명령했는지, 누구의 길을 지우려고 했는지 확인할 것.'
미라가 내 옆에 섰다. “다음은 어디야?”
“창백한 자오선입니다. 가 본 사람이 있는지부터 찾을 거예요.”
“좋네. 이번에도 멀미는 할인 못 해.”
“왕국을 구한 지도사에게도요?”
“왕국을 구한 지도사는 우편비부터 갚으세요.”
키오가 장부를 흔들었다. 실제로 아직 세아에게 줄 안내비가 남아 있었다. 나는 세아에게 약속한 돈을 지불했고, 그녀는 그 돈으로 보관정의 새 밧줄을 샀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좋은 지도는 사람들이 직접 걸어서 돌아오는 길을 남기고, 좋은 거래는 돈을 받은 사람이 무엇을 위해 썼는지 숨길 필요가 없는 거래였다.
우리는 역광 군도를 떠날 준비를 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지운 적 없는 150번째 지도는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발자국과 손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마지막 빈칸에 조용히 적었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길을 찾는 일도 끝나지 않았다.'
제15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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