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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47화
PAYLUA ORIGINAL · 제147화

제147화 - 붉은 매듭이 묶인 영수증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962자

오프라인 책장
미라가 바다를 처음 배운 건 아버지의 배에서였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건 출항한 지 오래 지나서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이름을 말하기보다 그가 배 위에서 어떤 매듭을 썼는지를 더 정확하게 설명했다. 이름은 서류가 가져갈 수 있지만 손에 밴 버릇은 쉽게 가져가지 못한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우리는 보관정의 지급 중지 통지서를 받아 들고 담휘의 피항지로 돌아왔다. 비엔은 서류의 소유권을 내놓지 않으면 수리비를 끊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본을 내놓으면 미확정된 사람들의 증언까지 누군가의 채권에 묶일 위험이 있었다. 오린은 화가 났지만 무턱대고 맞설 수는 없었다. 내게 재정에 관해 묻는 순간 모두가 잘못된 사람을 고른 셈이지만, 돈 문제라면 나는 누구보다 오래 실패해 본 전문가였다. “수리비가 얼마죠?” 내가 물었다. 오린이 숫자를 말했다. 생각보다 컸다. 특히 보관정의 선체를 받쳐 주는 부력통 세 개 중 하나가 새고 있었다. “그럼 수리비와 약품 비용부터 분리해서 적어요. 채권자가 보관 장부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는 별개니까.” 키오는 평소 내가 영수증을 잃어버리는 걸 기억하는지 못마땅한 눈이었다. 그러나 곧 가장 명확한 계산표를 만들었다. 세아는 피항지의 보트와 수리공을 모아 도움을 요청했다. 담휘는 대신 보관정이 공동 보관물로서 원본을 공개 검증할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내는 돈으로 지킨 종이라면, 그 종이가 누구의 이름을 지웠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해.” 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을 아무에게나 나눠 주지는 않되, 출처와 접수 번호의 검증은 각 현장 보관인들이 함께 맡겠다고 했다. 우리는 조건을 종이에 적고 참가자에게 직접 읽어 주었다. 작은 협약이었다. 그래도 금색 장치가 한 번 눌러 주는 허가보다 더 오래 갈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연해가 우체국에서 나를 불렀다. 아침에 받은 구리 닻 장식을 역광 우편표본과 대조한 결과, 세 번째 갑판 아래 0번 함에 실린 물품의 임시 보관 영수증과 모양이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 영수증에는 12년 전의 낡은 접수일이 적혀 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이 누군지는요?” 미라가 물었다. “아직 없어. 하지만 장식과 함께 묶인 우편자루가 어디서 왔는지는 찾았어.” 연해가 내민 목록에는 '북서 항로 구조기록, 붉은 매듭 부착. 수령인을 기다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라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아린이 남긴 작은 붉은 실과 지금의 영수증을 나란히 올려놓았다. 실의 굵기는 비슷했지만 매듭을 조이는 방향은 달랐다. 직접 만든 물건인지, 누군가 전해받아 다시 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동생이 여기까지 왔을까요?” 키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적어도 동생이 쓰던 신호를 아는 사람이 이 물건을 여기로 옮겼을 수 있어.” 미라가 답했다. 그녀는 가능성으로 말한 뒤 웃으려 했다.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께 앉아 있었다. 모르는 일을 정확하게 말하는 게 반드시 덜 아픈 일은 아니었다. 때로는 가장 오래 아픈 일이었다. 그 사이 다울은 부력통의 수리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보관정이 물에 떠 있는 건 쇠사슬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래쪽의 큰 나무통 세 개가 무게를 나누어 받았고, 물이 차기 시작하면 한쪽 갑판이 먼저 내려앉았다. 제대로 수리하려면 부서진 나무판 열두 개와 새 밧줄이 필요했다. 담휘는 값싼 밧줄을 쓰자고 하지 않았다. 한 번 풀리는 줄은 다음 폭풍 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신 지역 여객선에서 남는 판자를 구하고, 임시로 침수된 구역을 폐쇄해 사람이 위험한 갑판에 들어가지 않게 하자고 했다. 나는 그 폐쇄 구역을 작은 지도에 주홍색으로 표시했다. 연해는 주머니에서 돈 몇 닢을 꺼냈다. 오래전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맡긴 우편료의 이자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관금의 주인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감동적인 기부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그 돈을 원래 주인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기 몫을 조금씩 내면 됐다. 오후에는 보관정에서 일하는 서기들이 담휘의 집으로 모였다. 그들은 금색 자동 접수판을 끄면 급여 기록이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실제로 최근 세 달의 지급표는 자동 장치에만 보관돼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먼저 사본을 만들자고 했다. 급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누가 언제 일했는지 증언하고 실제 노동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했다. 오린은 견습생 미온을 보며 말했다. “어제 네가 아래층에 갇힌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적어야겠지.” 미온이 눈을 크게 떴다. “그 시간까지요?” “네가 물받이통을 수리하다 다쳤잖니. 안전하지 않은 장소에 보낸 건 내 책임이야.” 그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기들은 각자 작업 기록을 꺼냈고, 세아는 바다를 건너 우편을 나른 시간을 적었다. 누가 기억으로만 말한 부분에는 기억이라고 표시했다. 부두의 출입 표식과 일치하는 시간도 따로 적었다. 금색 장치가 없어도 우리가 서로의 일을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확인했다. 해가 기울 무렵 미라는 나를 따로 불러 바닷가로 데려갔다. 그녀는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가르쳐 준 매듭을 내 손에 묶어 보였다. 그 매듭은 당기면 단단해지지만 물이 빠진 뒤 손가락 하나만 넣으면 풀 수 있었다. “동생은 늘 아버지처럼 묶고 싶어 했어. 그런데 똑같이 묶으면 금세 헷갈리니까 자기만의 한 바퀴를 더 넣었지.” 나는 영수증의 붉은 실을 떠올렸다. 감긴 방향이 조금 달랐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미라는 자신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의 버릇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 있었다. 우리는 편지의 필체와 실제 배송 경로를 함께 봐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금도 찾는 게 무섭나요?” 내가 물었다. “당연하지. 찾고 나서 모르는 사람이면 더 무서울 수도 있어. 그래도 내가 찾지 않으면 그 사람 이야기를 남이 마음대로 적을 거잖아.”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의 손에서 밧줄을 받아 직접 매듭을 만들어 보았다. 첫 시도는 엉망이었다. 미라는 오래간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건 매듭이 아니라 불평이야.” “제 전문 분야네요.” 해 질 무렵 비엔의 대리인이 다시 왔다. 그는 압류가 시행되면 구조 약품을 가져갈 수 없다며 우리를 협박했다. 그러나 담휘는 공동 수리 협약을 펼쳐 보였고 다울은 임시로 부력통을 보강하겠다고 서명했다. 비용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나는 남은 빚을 장부의 가장 위에 적었다. 해결되지 않은 걸 해결된 것처럼 꾸밀 수 없었다. “이래도 원본을 내주지 않을 겁니까?” 대리인이 물었다. 테온이 대답했다. “원본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맡은 사람의 동의 없이 팔지도 않겠습니다.” “왕자라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지.” “그래서 내 권한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에 도장 찍지 않기로 했소.” 대리인이 떠난 후 미라는 다시 편지를 꺼냈다. 푸른 유리 만에서 얻은 그 봉투였다. 그녀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을 보여 주었다. '길이 없어지면 닻을 찾지 말고, 닻을 옮긴 사람을 찾아.' 나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 찾은 영수증과 같은 뜻 같았지만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없었다. 편지는 동생의 필체에 가까웠고 영수증에는 보관인의 글씨만 있었다. 둘을 연결하려면 실제 운송 경로의 증거가 필요했다. “여기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미라는 붉은 실을 천천히 감았다. “응. 대신 네가 오늘은 먼저 자.” “왜요?” “네 눈 밑 그림자가 진짜 그림자인지, 역광 때문인지 모르겠어.” 나는 그 말에 반박하려다 실패했다. 보관정의 비용표를 붙잡고 잠을 못 잔 게 사실이었다. 키오가 내 장부 밑에 새 항목을 적었다. '지도 제작자 수면 — 미확정.' 그날 밤 우리 배에는 작은 등불 세 개가 켜졌다. 항해를 위한 빛, 수리를 위한 빛, 누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빛. 나는 마지막 등불을 보관정의 공식 귀환 표식으로 그리지 않았다. 아직 기다리는 사람의 빛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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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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