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론은 별을 올려다볼 때마다 나보다 훨씬 오래 고민했다. 나는 별의 위치를 재고 잉크를 말리면 그날 일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하나의 빛에 몇 사람의 목소리가 섞였는지까지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날 밤 보관정의 네 번째 동판 앞에서 그가 오래 서 있는 걸 보고, 나는 마침내 펜을 내려놓았다.
“스승님의 관측식이라고 했죠?”
“그래. 하지만 스승님이 이 판을 만드셨다고 말할 증거는 없어.”
헤론은 조심스럽게 동판을 기울였다. 네 개의 작은 눈금 중 하나가 다른 방향으로 파여 있었다. 별의 전당에서 보았던 세르안의 관측식은 같은 별을 서로 다른 시각에 바라본 각도를 나란히 남기는 방식이었다. 한 줄로 평균을 내지 않고 어긋난 값을 표시해 두었다. 나는 그 방식이 우리 지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왜 그걸 지우라고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때 왕실은 하나의 낙성 시각만 원했거든. 경계가 변하는 시간을 하나로 발표해야 백성들이 따른다고 믿었지.”
헤론은 오래전 자신의 손으로 없앤 별의 측정표를 떠올렸다. 스승 세르안은 한 관측점의 눈금이 어긋난다고 보고했고, 젊은 헤론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그 값을 공식 기록에서 지웠다. 그 결과 왕실이 발표한 시각은 단정해졌지만, 실제 현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땅이 언제 바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때 스승님께 사과할 기회가 있었나요?”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있었을지도 몰라. 나는 그 기록이 사라지면 사고도 끝날 줄 알았어.”
나는 그에게 값싼 위로를 하지 않았다. 세르안의 이름은 흰 별 계단의 작은 묘역에 새겨져 있었다. 그 기록이 언제 작성됐는지와 실제 사망 경위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헤론은 그 돌판 앞에 오래 머물렀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건 묘역의 이름과 같은 기호였다. 그것만으로 스승이 살아 돌아왔다거나 이 섬에 왔다고 할 수 없었다.
그때 오린이 급하게 들어왔다. 보관정의 오른쪽 창 밖으로 작은 보트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돛에는 백동상회의 은색 줄이 묶여 있었다. 보트에 탄 남자는 자신을 계약 감찰원 비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위임장을 내밀었다.
“원본 반출 완료를 확인하러 왔소. 보관정의 자동 장치가 서류를 보냈습니다.”
“그 장치가 잘못된 신호를 보낸 사실을 지금 조사 중입니다.” 오린이 말했다.
비엔은 종이를 펴 보였다. “금색 보증인이 지급한 수리비가 밀렸소. 원본을 담보로 압류할 권리가 있지.”
테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루메르에서 왕실 문장이 빚의 담보로 쓰인 일을 기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옛 문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수리비 채권과 기록 소유권이 같은 건 아니오. 계약의 원본을 보여 주시오.”
비엔은 잠시 테온을 살폈다. 그런 질문이 낯설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계약서 사본을 내밀었다. 계약에는 수리비 미납 시 '보관물 관리권'을 이전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연해가 보여 준 우편 규정의 원문에서는 관리권과 사람의 귀환 기록을 판정할 권한이 분명히 달랐다.
“그럼 원본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보관정을 관리하겠다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관리하려면 원본을 점유해야지.” 비엔이 말했다.
“그렇다면 원본을 옮기는 순간 누구의 증언이 확인되지 않게 되는지도 설명하셔야겠네요.”
우리는 비엔을 원본실로 데려가지 않았다. 대신 갑판에서 계약서와 보관 규정을 대조했다. 오린은 자신에게 원본 반출을 허가할 권한이 없다고 했고, 우리는 육지 보관인의 입회가 필요하다고 확인했다. 비엔은 금색 인장으로 접근권을 증명하려 했지만 그 판의 홈은 사영대에서 발견한 복제판과 같았다. 원판을 소유한다는 증거는 되지 않았다.
“어차피 밤이 지나면 수문은 닫힐 거요.” 비엔이 낮게 말했다. “그전에 원본을 넘겨야 수리비도 받을 텐데.”
미라가 팔짱을 꼈다. “그럼 돈을 받으려면 사람부터 살려야겠네요. 저 배가 지금 붙잡은 밧줄, 아침엔 끊어져 있었거든요.”
비엔은 처음으로 배 밖을 바라봤다. 사실 그가 타고 온 보트의 계류줄은 오래된 것이었다. 미라가 지적하자 하크는 줄의 마모를 보여 주었다. 계약자도 물에 빠지면 서류를 들이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비엔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새 줄을 받았다.
그가 돌아간 후 헤론은 네 번째 동판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판 뒤쪽의 글씨는 모두 지워진 듯했지만 모서리에는 작은 점 세 개가 있었다. 헤론은 다른 관측식을 겹쳐 보았다. 놀랍게도 별의 전당에 남은 세르안의 관측식과 눈금 순서가 일치했다. 그러나 별의 이름 칸은 지워져 있었다.
“이 점들은 무엇입니까?” 테온이 물었다.
“관측값이 아니라 경고 표시야. 평균에 섞으면 안 되는 값을 가리키는 표시지.”
“그렇다면 지워진 별은 누구입니까?” 키오가 물었다.
헤론이 웃지도 않고 답했다. “별에게 누구냐고 묻는 습관은 레이븐에게 배운 거니?”
“스승님이랑 오래 지내니까요.”
나는 항의하려다가 관측대의 작은 틈에 집중했다. 지워진 별 이름의 잉크보다 아래쪽에 희미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사영 기준 사점 — 한 사람의 귀환으로 대체 불가.' 우리는 깨진 빛을 다른 각도로 비춰 그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이 세르안의 글씨인지 다른 기록자의 글씨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네 번째 관측을 누군가의 귀환 완료로 찍어 버리는 일은 원래의 규칙과 어긋난다는 걸 보여 주었다.
헤론은 비교를 위해 세르안이 쓰던 계산법을 실제로 재현해 보였다. 창문 틈에서 들어온 광선을 청동 자 위에 떨어뜨린 뒤 각도를 세 번 달리 재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값과 두 번째 값은 비슷했지만 세 번째 값만 크게 어긋났다. 헤론은 그것을 틀렸다고 긋지 않고 어떤 장애물이 빛을 가렸는지 확인했다. 창틀의 금속 고리가 광선을 한번 꺾고 있었다.
“저렇게 사소한 고리 하나 때문에 별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나요?” 키오가 물었다.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다른 장소에서 본 기록과 비교하는 거야.” 헤론이 답했다.
나는 작은 금속 고리를 수첩에 그려 두었다. 잘못된 관측은 항상 악의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틀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워 버리면, 뒤따라간 사람은 무엇 때문에 어긋났는지 영영 알 수 없게 된다.
바깥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역광 군도의 비는 해가 떨어진 방향과 다르게 비껴 내렸다. 빗방울마다 빛이 꺾여 지붕 위에 작은 별처럼 떠올랐다. 헤론은 잠깐 그 빛을 바라봤다.
“내가 별을 지웠던 날, 스승님은 값을 하나 더 적어 두라고 하셨어. 틀린 값이라도 지우지 말라고. 그걸 이해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군.”
나는 펜을 내밀었다. “그럼 지금 적으세요.”
헤론은 서류 한쪽에 지웠던 관측값과 당시 자신이 지웠다는 사실을 따로 적었다. 기록은 그의 이름으로 남았다. 늦게 쓴 기록이라고 해서 과거를 바로잡지는 못한다. 그러나 다음 사람이 같은 손으로 같은 줄을 지우지 않도록 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오린은 우리가 사본을 만드는 동안 비엔이 보낸 지급 중지 통지서를 가져왔다. 보관정의 수리비와 구조 약품 비용이 다음날부터 끊긴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침묵했다. 외부의 장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계가 기록을 위협하고 있었다.
“내일은 판보다 돈을 먼저 확인해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미라는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 “돈 때문에 배가 뜨지 못하면, 네가 들고 있는 원본도 결국 물에 잠겨.”
나는 146번째 지도에 보관정의 위치를 표시했다. 배가 오늘 닻을 내린 지점까지는 확인된 길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메모를 남겼다. '서류를 지키는 길은 사람을 굶기지 않아야 한다.'
이번에는 별가루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가 써야 할 문장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제14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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