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 있는 서랍을 보면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열쇠를 찾는 사람과 부수는 사람. 나는 세 번째 부류다. 그 서랍을 열기 위해 청구할 출장비를 계산하는 사람. 물론 내 계산서는 언제나 맨 마지막에 읽힌다.
오린은 원본실 문을 다시 잠갔다. 서랍의 봉인은 오랜 보관 때문에 굳어 있었고, 그 위에는 제사 관측 원본이라는 글이 있었다. 동시에 반출 대장에는 같은 서랍이 열두 해 동안 네 번 열렸다고 기록돼 있었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걸까. 아니면 둘 다 다른 사실을 적은 걸까.
헤론은 내 대답 대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서랍을 열었다는 말이 있어도 반드시 이 앞판을 열었다는 뜻은 아닐 수 있어.”
“옆에 숨은 문이 있다는 건가요?”
“그건 아직 모르겠네. 우선 장부를 보자.”
우리는 서랍의 원본 번호, 반출 기록의 번호, 인쇄판에 찍힌 번호를 각각 적었다. 처음 두 번호는 같았지만 끝 숫자가 달랐다. 셋째 번호에는 작은 곡선 하나가 추가돼 있었다. 평소라면 잘못 눌린 글씨로 넘길 만한 차이였다. 그러나 사영대에서도 복제 인장에만 같은 결손이 남아 있었다.
“복제판일 가능성은 있겠군.” 테온이 말했다.
“맞아요. 그런데 원판이 어디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미온은 발목에 붕대를 감은 채 출입구 쪽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본래 견습생이 기록 장치를 설명할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수리하던 물받이통 아래에 작은 쇠레일이 있었다고 했다. 오린이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렸다. 물받이통은 예전에는 서류 운반용 쟁반을 받치는 자리였고, 지금은 수문이 새면서 물을 받는 용도로 쓰고 있었다.
우리는 미온에게 쉬라고 말하고 아래층으로 돌아갔다. 나무판을 걷어 낸 자리에는 길게 긁힌 철제 바닥이 드러났다. 철판에 손가락을 대니 똑같은 간격의 홈이 일곱 개 있었다. 맞은편 벽은 두꺼운 돌이 아니라 얇은 나무였으며 그 뒤에 바람이 통했다. 한때 물건을 보내던 작은 승강통로가 막혀 있었던 것이다.
“원본함이 통째로 움직였을 수도 있겠군.” 하크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쪽 끝도 찾아야죠. 함이 움직인다고 사람이 돌아온 건 아니니까.”
우리가 살핀 통로는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좁았다. 나는 어린 시절 목이 가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어들지 않았다. 키오가 자신이 가겠다고 나섰지만 미라가 그의 어깨를 눌렀다.
“여기는 문서보다 사람을 먼저 빼내느라 고생한 곳이야. 굳이 한 명 더 끼워 넣지 마.”
대신 오린이 오래된 설계도를 찾아왔다. 통로는 원본실 뒤쪽의 봉인 확인대와 연결돼 있었다. 선박이 기울 때 서류함의 무게를 옮겨 배의 균형을 잡는 장치였다. 원본함을 밖으로 반출하는 데 쓰인 게 아니라, 봉인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다른 갑판에서 대조하는 기능이었다.
“그럼 반출 기록은 뭐죠?” 키오가 물었다.
“봉인된 함을 옮겨 다른 곳에서 확인한 걸 반출이라고 적었을 수도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일이 네 번 있었는지는 아직 몰랐다. 설계도가 오래됐고 지금의 레일이 작동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오린은 보관정의 출항을 잠시 멈추고 선체 고정 줄을 보강했다. 나는 원본을 건드리지 않는 조건으로 모래주머니를 실은 빈 쟁반을 한 번 움직여 보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레일의 마찰과 경사를 쟀다. 첫 시도에서는 쟁반이 중간에 걸렸고 둘째 시도에서는 미라가 갑판의 기울기를 조금 바꾸자 끝까지 굴러갔다. 오린은 기계실의 무게추를 살펴본 뒤 기록했다. '통로 이동 가능 확인. 실제 과거 반출 여부는 미확인.'
그 한 줄을 쓰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밀 통로 발견, 원본 탈취 확정'이라고 적었다면 더 빠른 대신 더 큰 거짓말이 됐을 것이다.
우리가 레일을 살피는 동안 오린은 서류함을 맨 처음 설치한 측량선의 이름을 알아냈다. 옛 배 이름은 '느린 새벽'이었다. 현 보관정의 첫 선체를 개조한 배로, 사람을 태우는 여객선이 아니라 날짜별 물높이를 재는 관측선이었다. 그 배의 장부에는 두 사람이 철판 운송을 맡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담당자 이름의 끝부분은 물에 지워졌다.
“이름을 알아내면 판의 주인이 나오나요?” 키오가 물었다.
“그 사람이 그때 판을 옮겼다는 기록이 나올 뿐이야.” 내가 대답했다.
나는 운송 표와 봉인 표의 서체를 나란히 비교했다. 같은 숫자도 찍힌 깊이가 달랐고 철판의 마모가 다르게 드러났다. 반출 네 번이 하나의 장치에서 자동으로 찍힌 기록일 가능성은 낮았다. 누군가 여러 시기의 서류를 한 권에 합쳐 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순은 조금 덜 신비롭고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다.
해가 기울자 금색 인쇄기가 갑자기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는데 서랍 번호가 적힌 종이가 밀려 나왔다. 그 위에는 '원본 확보 완료'라고 찍혀 있었다. 오린은 기계를 멈추려 했지만 인쇄판의 톱니가 계속 돌았다. 자동 접수판이 반출 대장에 남은 낡은 신호를 새 명령처럼 읽고 있는 것이다.
“수문 밖으로도 전송되나요?” 미라가 물었다.
“신호선이 육지의 계약소까지 이어져 있어요.” 오린이 답했다. “거기서 원본 확보가 완료됐다고 처리하면 실제 원본을 가져가겠다는 사람들이 올라올 거예요.”
우리는 아무 버튼이나 누르지 않았다. 하크는 기계의 전원축이 어느 쪽인지 확인했고 오린은 자동 신호선만 분리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미온이 다치기 전 적어 둔 수리 일지에 배전함의 위치가 있었다. 그것이 오늘 가장 유용한 지도였다.
테온이 무거운 레버를 내리고 미라는 안전용 줄을 걸었다. 자동 인쇄는 멈췄다. 대신 수동으로 원본 도장을 찍는 작은 발판은 남겨 두었다. 기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치료비 청구와 대피 서류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오린은 작업자에게 필요한 수동 접수 양식을 나누어 주었다.
밤에 우리는 원본실의 낡은 접수표를 다시 살폈다. 반출 네 번 중 세 번에는 물품의 중량이 적혀 있었다. 무게는 모두 비슷했다. 그런데 네 번째 반출표에는 무게가 없고 '대조 인수자 루카스'라는 글씨만 남아 있었다. 이것은 앞의 세 기록과 성격이 달랐다.
“그때 원본이 아니라 복제 틀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죠.” 헤론이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가능성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 발견한 레일과 복제 번호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누군가 봉인된 원본함을 움직이며 겉모습을 확인하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그 원본을 읽었다고 주장하는 새 판을 만들었을 수 있었다.
오린은 열람 대장 한쪽의 빈칸을 보여 주었다. 루카스라는 이름 바로 뒤에는 두 번째 입회인의 서명이 없었다. 대신 작고 둥근 마모 자국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 모양을 탁본으로 옮겨 사영대에서 가져온 복제 인장과 비교했다. 크기는 같지만 홈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원판일까요?” 키오가 물었다.
“확인해야죠. 마침 처음으로 할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이요? 그동안은요?”
“도움을 기다리는 일이었지. 이제는 답을 구해야 해.”
멀리 바다에서 검은 종이 한 번 울렸다. 보관정의 문서함은 아직 잠겨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대조할 것은 문서함만이 아니었다. 오늘 이 배에 갇혀 있던 미온과, 열두 해 전 문서에 이름만 남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지워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제14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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