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정이 바다에 나타났을 때 나는 잠시 건물과 배의 차이를 고민했다. 거대한 목조 건물에 돛대를 세우면 배일까. 갑판에 서류함을 여섯 겹으로 쌓으면 도서관일까. 그리고 그 도서관을 물에 빠뜨리면 사서에게도 구조 수당이 지급될까.
“쓸데없는 생각은 얼굴에 쓰지 마.” 미라가 말했다.
“아직 말도 안 했는데요.”
“언제나 같은 얼굴이잖아.”
제이 사영 보관정은 오래된 측량선의 선체 위에 기록실을 올린 형태였다. 왼쪽에는 젖은 로프가 층층이 감겼고 오른쪽에는 물높이를 재는 자들이 달려 있었다. 돌기둥 두 개 사이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지만 선체는 수위에 따라 앞뒤로 움직였다. 나는 담휘가 말한 '떠다니는 보관소'가 괜한 비유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수문 끝의 발판은 썰물 때만 드러났다. 우리는 세아가 직접 건넜다는 마지막 돌까지 걸어간 뒤 길을 멈췄다. 보관정과 발판 사이에는 한 사람 길이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금색 안내판에는 그곳을 '연결 통로'라고 썼지만 실제 통로는 없었다.
“저 정도는 뛰어넘을 수 있겠네.” 테온이 말했다.
“왕자님부터 뛰면 나중에 다섯 명이 따라해야 할지도 몰라요. 일단 하지 말죠.”
미라는 짧은 보트를 띄워 물살을 확인하고 다울과 함께 줄을 걸었다. 보관정에서 그제야 한 여자가 나타났다. 왼쪽 손목에 푸른 보관 띠를 감은 사람으로, 자신을 정장 경비인 오린이라고 소개했다.
“사영대의 기록을 대조하러 왔다고요? 원본 접수증부터 보여 주세요.”
나는 로문과 사엘이 입회한 금속함의 봉인 기록을 건넸다. 오린은 내 이름이 적힌 대조 요청서와 현장 사본의 날짜를 확인했다. 얼굴을 두 번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이름은 전에도 봤어요. 사람은 처음 보지만.”
“그 말이 요즘 제 인생의 제목입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게 들어오기 전에 별도의 명부를 쓰라고 했다. 방문 목적, 실제 승선한 사람, 머무르는 갑판, 원본 열람 범위가 구분돼 있었다. 테온이 왕실 신분을 적으려 하자 오린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통행 권한이 아니라 보관 책임을 묻습니다.” 테온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만 적었다.
보관정의 내부는 종이 냄새와 바닷물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기록실의 한쪽에는 수분을 빼는 모래 항아리와 식은 돌난로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커다란 금속 인쇄기가 놓여 있었다. 오린은 인쇄기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원본을 보호하기 위한 사본 제작기였어요. 그런데 백동상회가 자동 접수판을 달면서 문제가 생겼죠. 기록이 이곳에 도착했다는 표시를 사람의 귀환 확인으로 옮겨 찍어요.”
“그걸 왜 계속 켜 두셨어요?” 키오가 물었다.
“보관정의 서류가 육지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구조비도 안 나오거든요. 수리를 하려면 비용이 필요한데 비용을 받으려면 저 장치를 써야 해요.”
오린의 말은 변명이면서 동시에 현실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기록을 읽을 시간을 벌기 위해 구조비조차 금색 판의 승인에 의존하고 있었다. 나는 장치를 당장 부수자고 하지 않았다. 중단하면 어떤 사람들이 당장 밧줄과 약품을 못 받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오린은 미온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우리에게 오래된 근무표 한 장을 보여 주었다. 종이에는 작년 폭풍 때 일곱 명이 아래층에 들어간 기록이 있었고, 그중 둘의 퇴실 표시가 비어 있었다. 그런데 금색 장치에는 모두 퇴실했다고 적혀 있었다. 작년의 당사자 중 누구를 찾아볼 수 있는지 묻자 오린은 한 사람은 지금 육지에 있고 다른 사람은 최근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나는 그 기록을 금세 범죄 사건으로 적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말했다. “연락이 끊긴 사람의 행방부터 알아보죠. 과거 기록이 틀렸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여기에 갇혀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미온은 침대에 앉은 채 자신의 수첩을 오린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아래층 물받이통의 수리가 지연된 날짜와 일곱 명의 이름이 차례대로 적혀 있었다. 잉크는 번졌지만 낡은 근무표의 작업 순서와 맞아떨어졌다. 다른 사람이 쓴 기록이 서로 일치할 때 한 줄의 신뢰가 생겼다.
첫 대조실은 네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발송, 수령, 대기, 미확정. 그런데 금색 인쇄기 쪽으로 통하는 문에는 세 칸만 그려져 있었다. 마지막 칸이 회색 칠로 덮여 있었다. 나는 동결 서고에서 보았던 서랍을 떠올렸다. 누군가 미확정을 없애고 싶어 하는 마음은 바다를 건너서도 끈질겼다.
그때 보관정 아래층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기침소리. 오린이 얼굴을 굳혔다.
“아래층엔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우리는 바로 내려가지 않았다. 갑판의 출입 기록을 확인하니 아침에 수리 견습생 미온이 물받이통을 고치러 들어간 뒤 퇴실 표식이 없었다. 그런데 금색 장치의 목록에는 그 이름 옆에 '작업 완료·귀환'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린은 자신의 펜으로 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
“완료라고 뜬 걸 믿고 아래를 확인하지 않았어.”
아래층 문은 소금으로 굳어 있었다. 다울이 경첩을 느슨하게 만들고 하크가 나무쐐기를 박았다. 미라는 배가 한 번 크게 기울 때마다 손잡이가 당겨지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장치가 움직이는 사이에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테온이 벽에 붙어 줄을 잡고, 나는 머리를 낮춰 안쪽을 살폈다.
미온은 물받이통 뒤에 웅크린 채 있었다. 발목은 통에 끼어 있었고 얼굴에는 물방울과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오자 첫마디로 말했다.
“퇴실 표식, 제가 안 찍었어요.”
“좋은 지적입니다. 이제 발목부터 꺼내죠.”
오린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미라는 미온을 덮고 있던 나무판부터 들어 올리고 다울은 통의 밸브를 열었다. 물이 빠지자 발목을 누르던 무게가 줄었다. 우리는 미온을 끌어내려다 바깥쪽의 작은 선반이 흔들리는 걸 보고 멈췄다. 그 선반이 넘어지면 유리 약품병들이 깨질 수 있었다. 하크는 선반을 벽에 묶었고 테온이 미온을 조심스럽게 업었다.
위층으로 올라왔을 때 오린은 금색 장치의 퇴실 완료 표식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이 찍었다는 문장으로 바로 바꾸지도 않았다. 원래 찍힌 시각과 장치 번호를 복사하고, 별도로 '당사자 퇴실 부인·실제 구조 시각'을 적었다. 미온은 자신의 이름 옆에 직접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제가 안 나갔는데 나갔다고 써 놓으니 아무도 찾지 않았어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 말 앞에서 나는 아무 농담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르안과 루카스의 서류가 먼 시대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같은 실수는 지금도 사람 한 명을 창고 바닥에 두고 문을 닫게 만들고 있었다.
저녁 무렵 오린은 우리를 원본실로 안내했다. 가장 깊은 곳에 철제 함 세 개가 있고, 맨 가운데 함에는 여러 겹의 봉인이 둘러져 있었다. 서랍에는 '제사 관측 원안 — 제이 보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열람 허가가 나면 열 수 있어요.” 오린이 말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있어요. 이 서랍의 봉인이 열두 해 동안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고 되어 있거든요.”
“이상한 일입니까?” 내가 물었다.
“같은 열두 해 동안 원본 반출이 네 차례 있었다고도 되어 있으니까.”
나는 서랍을 오래 바라보았다. 누가 거짓말을 했든 기록이 서로 맞지 않았다. 오린이 출입 대장의 잉크를 보여 주었다. 위쪽 글씨는 낡았고 밑줄은 새로 그어진 것이었다. 그 사이에 놓인 사람의 이름 하나가 내 눈을 붙잡았다.
'인수 확인: 루카스.'
그 이름 아래의 필체는 젖어서 흐려져 있었다. 한 사람의 귀환을 확인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 그의 이름을 이용해 서랍을 열었던 흔적은 남아 있었다. 나는 펜촉을 천천히 접었다. 이번에는 닫힌 문보다 누가 언제 문을 열었다고 적었는지부터 알아내야 했다.
제14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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