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 군도로 들어가는 첫날, 해는 동쪽에서 떴다. 여기까지는 세상이 제정신인 듯했다. 그런데 우리 배의 그림자는 서쪽이 아니라 뱃머리 앞쪽으로 뻗었다. 나는 돛대에 매달린 그림자를 한참 살핀 끝에 오늘도 지도사로서의 명성을 잃을 준비를 했다.
“선장님, 지금 우리가 태양을 추월했습니까?”
미라가 키를 잡은 채 대답했다.
“추월했다면 배삯을 더 받아야겠지. 저건 바다에 비친 빛이야.”
해수면의 검은 띠가 빛을 한 번 꺾었다. 두 방향에서 들어온 햇살이 같은 물결을 때렸고 돛대의 그림자는 잠시 둘이 되었다. 보이는 그림자는 둘이었지만 돛대는 하나였다. 나는 그 차이를 수첩에 적었다. 사영대에서 잘못된 등불이 배를 암초로 몰아넣던 일을 생각하면, 그림자 한 개를 길로 오인하는 대가는 너무 비쌌다.
로문이 건네준 항해 조언에는 역광 군도 제이 사영 보관정으로 가려면 '반쯤 잠긴 종탑을 오른편에 두라'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우리 앞에 종탑이 셋이라는 사실이었다. 하나는 돌로 된 실물, 둘은 물속에서 굴절된 그림자였다. 실물에는 갈매기가 앉아 있었고 나머지 둘에는 갈매기가 없었다. 갈매기에게 처음으로 측량기사 자격증을 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갈매기 있는 쪽으로?” 키오가 물었다.
“아니. 거기도 지금 물이 얕아.” 미라가 빗장처럼 팔을 내밀었다. “새들은 배처럼 깊은 흘수를 필요로 하지 않거든.”
우리는 갈매기가 아니라 물의 깊이를 측정했다. 하크가 밧줄 끝에 납추를 달아 내려 보냈고, 나는 어느 지점에서 몇 번 바닥에 닿았는지 기록했다. 테온은 배의 오른쪽에서 바람을 견뎠으며 헤론은 두 번 비친 해를 보며 시각을 확인했다. 서로 다른 관측이 한 줄로 모이기 전까지 미라는 키를 돌리지 않았다.
첫 물길을 통과하자 떠다니는 작은 나무판이 보였다. 앞면에는 '안전 항로 제이선'이라는 금색 글씨가 있었고 뒷면에는 빨간 칼자국 세 개가 있었다. 나는 그 판을 건져 올리려다 미라의 제지를 받았다. 물 위에 떠 있는 물건이 위험한 줄의 끝에 매달려 있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판 아래에서는 가느다란 쇠사슬이 보였다. 사슬은 근처 암초에 연결돼 있었고 조수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배를 끌어당길 수 있는 각도로 팽팽해졌다.
“표지판이 함정이라는 건가?” 테온이 물었다.
“누군가는 안내 표지로 설치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배를 잡아먹는 도구죠.”
우리는 멀리 돌아 물길을 찾아냈다. 배가 지나간 후 미라와 하크는 안전한 거리에서 판의 연결 상태를 다시 확인했고, 나는 주홍색 경고 표시만 그렸다. 별가루는 빈 바다 위에 마음대로 은선을 만들지 않았다. 실측한 수심과 배가 실제로 지난 항적 위에서만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때 작은 보트 하나가 종탑 뒤에서 나왔다. 노를 젓는 사람은 열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젖은 모자를 쓴 소녀가 우리 배를 향해 짧은 깃발 세 번, 긴 깃발 한 번을 흔들었다. 미라는 즉시 돛을 줄였다.
“무슨 신호예요?” 내가 물었다.
“큰 배는 멈추라는 뜻. 저쪽에서 수위가 뒤집히는 모양이야.”
소녀는 우리 배에 닿자마자 숨을 고르지도 않고 외쳤다.
“보관정으로 가는 거면 오늘 들어가면 안 돼요. 두 번째 수문이 닫혔어요.”
“거기까지 직접 다녀왔니?” 나는 물었다.
“어제 갔어요. 오늘은 저기까지만.” 소녀는 가장 가까운 붉은 부표를 가리켰다. “제 이름은 세아예요. 사람들이 역광 군도에 오면 다들 왜 그림자가 앞에 가냐고 물어요.”
“왜 그런데?”
“햇빛이 여러 번 꺾이니까요. 그건 제가 어려서부터 봤어요. 그런데 오늘 수문이 닫힌 건 다른 문제예요.”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낯선 세계를 보았다고 모든 현상을 같은 신비로 묶어 버리려 했다. 세아는 아주 정확하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했다. 내가 여섯 달을 돌아서 배운 일을 이 소녀는 노를 저으며 익힌 모양이었다.
피항지로 가는 동안 멀리서 다른 배 한 척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선원은 두 개의 그림자 중 밝은 쪽을 따라 조타를 하고 있었다. 미라는 배가 암초에 닿기 전에 수동 경고 깃발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하크가 붉은 천을 높이 들자 선원이 우리를 보았다. 그는 돛을 줄였고 배는 작은 섬의 바깥으로 돌아나갔다.
“저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그림자보다 먼저 보였군요.” 나는 말했다.
“우리가 배를 멈췄다고 적지 마.” 미라가 대답했다. “우린 경고를 보냈어. 조타를 바꾼 건 저쪽 선장이야.”
나는 수첩을 고쳐 썼다. '수동 경고 전달 관측, 타 선박 회항 목격.' 큰 위험을 피한 날에도 확인 범위를 정확하게 적는 일은 중요했다. 작은 섬 옆에서 나는 해안의 나무 한 그루를 봤다. 기울어진 가지가 바닷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아는 저 나무를 보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오래된 나무는 간단한 안내판이었지만 적어도 바다에 없는 길을 가리키지는 않았다.
세아가 우리를 피항지로 안내했다. 피항지는 두 섬 사이의 좁은 틈에 있었고 한쪽 암벽에는 오래된 배들의 못 자국이 남아 있었다. 세아의 어머니가 쓰는 여객선이 해마다 이곳에 정박했다는 말과 못 자국이 맞아떨어졌다. 우리는 현재 수심도 확인한 뒤에야 그곳에 닻을 내렸다. 지도에는 피항지까지의 오늘 항로만 은빛으로 연결됐다.
피항지에서 세아의 할머니를 만났다. 이름은 담휘. 그녀는 낡은 기름막을 걷어 내고 커다란 항만 그림을 보여 주었다. 보관정은 섬 위의 건물이 아니었다. 옛 기록에서는 분명 하나의 배였고, 해마다 조수에 따라 조금씩 자리를 옮겼다.
“배라면 왜 보관정이라고 부르죠?” 키오가 물었다.
“거기에는 떠나는 사람보다 돌아와서 증언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담휘가 대답했다. “하지만 요즘은 돌아오지 않은 사람의 이름까지 배에 실어 보내려고 하지.”
그녀는 금색 표지판에 걸린 쇠사슬을 보자 손등을 문질렀다. 몇 달 전 경계작성회의 계약을 받은 사람들이 수문 쪽에 새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했다. 계약 상대의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나는 판의 형태와 시기를 적고, 사영대에서 가져온 금색 인쇄판의 흠집과 나중에 대조하기로 했다.
저녁에 바닷물이 한 번 더 뒤집혔다. 종탑 아래의 어두운 암초가 드러났다가 다시 숨었다. 우리 배가 한 시간만 늦었어도 표지판에 끌려갔을 것이다. 나는 갑판에 서서 세아가 가져온 조수 기록을 펴 보았다. 두 장의 표에는 같은 날 다른 물높이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한 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오늘 우리가 잰 거예요. 이건 금색 관측판에서 보내 온 거고요. 아직 지우지 말아 주세요. 나중에 누가 틀렸는지 알아야 하니까.”
나는 두 장을 나란히 묶었다. 그때 지도통 안에서 새로운 글씨가 떠올랐다.
[제이 사영 보관정 — 기록 정박 중. 사람의 귀항 확인은 별도]
보관정이 멈춰 있다는 뜻인지 기록만 묶여 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에 선을 긋지 않았다. 대신 세아에게 물었다.
“내일 수문을 보러 같이 갈래?”
“배삯부터 내세요.”
미라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배에서 제일 돈 없는 사람한테 딱 맞는 안내인이네.”
“길이 정확하면 기꺼이 내겠습니다. 할인만 있다면요.”
세아는 처음으로 웃었다. 밤바다에서는 두 개의 태양 대신 두 개의 등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나는 피항지의 진짜 불, 하나는 어두운 물 위에서 아직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반사광이었다. 나는 그중 하나만 지도의 안전 표식으로 남겼다.
제14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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