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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조난자의 이름은 두 번 적혔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871자

오프라인 책장
죽은 배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침몰 선고를 취소하는 일이다.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하는 일과 배의 운항 기록을 고치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 교훈을 배우기 전까지 '흰 돛이 진짜면 선박세도 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배 이름이 뭡니까?” 내가 물었다. 미라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쌍안경을 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새벽의 손.” “침몰 기록은 어디에 있죠?” “내 항해일지에 있어요. 십이 년 전, 겨울 별락이 일어났을 때 바닷길이 접혔어요. 그 배가 돌아오지 못했고, 나는 마지막으로 선미를 봤죠.” 그 배에 동생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았다. 새 항구의 시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미라에게 동생이 기다린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열두 해 전에 죽었다고 대답했다. 나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았다. 살아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배가 죽은 사람을 돌려준다고 믿는 것은 너무 쉬웠다. 흰 돛은 일정한 간격으로 우리 쪽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손을 흔드는 사람은 둘이었다. 한 사람은 노를 쥐었고 다른 사람은 둥근 거울을 들었다. 미라가 돛대 위로 올라가 자신의 등불을 켰다. 그들은 대답했다. 세 번, 한 번, 다시 세 번. “구조 요청이에요.” 미라가 말했다. “하지만 그 배의 신호는 십이 년 전과 같아요.” 헤론은 해도를 펼쳤다. “그날의 바다가 일부 돌아온 것일 수 있네. 지금 닿으려 하면 배끼리 다른 날짜에 걸릴지도 몰라.” “그럼 버리자는 겁니까?” 테온이 물었다. “아니.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가자는 거지.” 나는 선체 측면에 걸린 조그만 측정 자를 보았다. 물살이 역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미라가 배를 돌리자 앞쪽 해류는 느려졌다. 작은 부표를 먼저 보내자 흰 돛 주변에서 부표가 위로 떴다가 갑자기 아래로 가라앉았다. “배가 통째로 오래된 조류 위에 있네요.” “발 디딜 자리부터 찾아야겠어.” 미라가 말했다. 우리는 구조용 밧줄 끝에 빈 기름통을 묶어 보냈다. 흰 돛의 선원이 받았다. 돌아온 기름통에는 젖은 천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종이에 쓰인 글자는 번져 있었지만 천에는 바느질로 이름이 박혀 있었다. ‘세린.’ 그때 흰 돛의 작은 배에서 노인이 우리 배로 몸을 던졌다. 미라가 밧줄을 당기고 테온이 난간에 손을 보태 간신히 끌어올렸다. 물속에서 올라온 것은 허리가 굽은 여자였다. 하얀 머리카락에는 소금이 엉겨 있었고, 손목에는 오래된 부두의 출입패가 달려 있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여자가 물었다. “별락 해협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루메르 항구는?” 테온이 한 걸음 물러났다. “루메르를 아십니까?” 세린은 테온을 올려다보더니 손을 뻗었다. “그 왕관 문장. 누구한테 받았어요?” “내 왕국의 것이오.” “그럼 전하……?” 노인은 한 번 입을 막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전하께서는 어릴 때 사라졌는데. 그때는 머리가 좀 더 짧았어요.” “저도 지금은 머리가 깁니다.” 테온이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럼 세월이 지나기는 한 모양이네.” 테온이 웃음을 흘렸다. 슬픔에만 잠겨 있던 그가 처음으로 자기 나라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세린의 이야기는 복잡했다. 그녀는 자신이 루메르 남부 항구에서 열두 해 전 출항했다고 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스물아홉. 지금은 눈으로 보아도 예순이 훨씬 넘어 보였다. 테온은 자신이 기억하는 루메르의 항구 이름이 다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떠올리는 부두의 돌 색과 바람 방향도 맞지 않았다. “한쪽이 거짓말하는 건 아닙니다.” 헤론이 낮게 말했다. “서로 다른 해안의 기록이 한 장소에서 엇갈렸을 가능성이 크지.” “그러면 저는 어느 루메르 사람이에요?” 세린이 물었다.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테온이 왕관 조각을 꺼냈다. 세린은 조각에 새겨진 작은 국화 무늬를 알아봤다. 왕실 마구간 문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문양을 옷감 판매점의 표시로 기억했다. 나는 수첩을 펼쳐 두 사람이 각각 기억하는 길을 따로 그렸다. 둘 다 가짜라고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세린이 알던 가게에서 왼쪽으로 가면 등대가 나왔고, 테온의 기억에서는 같은 가게에서 오른쪽으로 왕궁으로 올라갔다. 지도의 두 선이 겹치다가 특정 지점에서 어긋났다. “여기가 관찰해야 할 자리입니다.” 내가 말했다. “여기에서 두 날의 차이가 시작됐을 거예요.” 세린은 자신이 탄 배에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왼손에 세 개의 짙은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계속 배 아래의 닻줄을 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미라가 흰 돛을 바라봤다. “그 사람이 선미를 지키고 있는 거라면 나도 그 얼굴을 알아요.” “동생입니까?” “아니요.” 그녀가 곧장 말했다. “동생은 이 배의 갑판장이 아니었어요. 저 사람을 동생이라고 부르는 순간, 정말 동생이 어디 있는지 찾을 기회까지 잃어요.” 나는 그 단호함에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미라는 우리 중 가장 빨리 달려가고 싶은 사람인데, 가장 먼저 멈출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갑판 한쪽에 세린을 앉혀 따뜻한 물을 건넸다. 그녀는 마른 손바닥으로 컵을 감싸고 오래 생각했다. 두 날의 루메르 가운데 어느 쪽이 참된 나라냐고 묻자, 세린은 예전 창고의 냄새부터 기억난다고 했다. 사람들은 집이 무너져도 그 집에서 처음 밥을 먹던 일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테온은 자기 왕국의 마지막 잔치를 이야기했다. 세린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도 있었다. 서로 다른 기억을 맞추려다 화를 내던 두 사람은 끝내 한 가지를 함께 떠올렸다. 루메르의 항구에서는 봄마다 배에 노란 줄을 매달았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같네요.” 내가 말했다. “그럼 우리가 같은 날에 있었다는 뜻일까?” 테온이 기대하며 물었다. “아직은 그곳에 그런 풍습이 있었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는 아쉬워했지만 내 수첩에 직접 노란 줄의 모양을 그려 넣었다. 예전 같았으면 왕실 화가를 불러야 한다고 했을 왕자가 이제는 손에 먹물 묻히는 걸 꺼리지 않았다. 밧줄을 따라 배를 붙이려던 찰나 흰 돛 아래의 해류가 뒤집혔다. 작은 선박의 앞부분이 기울고, 갑판에 서 있던 남자가 아래로 미끄러졌다. 미라는 망설임 없이 구조용 돛을 내렸다. 테온은 반쪽 왕관을 등불 아래에 올려 선박 간 거리의 기준을 만들었다. 나는 세린의 기억 속 선착장과 미라의 항해일지를 맞춰 두 배 사이에 잠시 겹치는 물길을 표시했다. 밧줄 하나가 겨우 닿았다. 미라가 달려가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자신이 끌려오는 동안에도 닻줄을 놓지 않았다. 손등의 세 화상은 분명했지만, 얼굴은 새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를 옮기자 흰 돛의 선체가 잿빛으로 변하고 바다 아래로 미끄러졌다. 선박은 뒤집히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씩 멀어지더니, 우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전혀 다른 날의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구조한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그는 천을 벗지 않은 채 물을 청했다. 미라가 물을 주자 그는 고맙다는 말 대신 물었다. “별락 대륙까지 며칠 남았습니까?” “도착 날짜는 아직 모릅니다.” 내가 대답했다. “다음 낙성까지는 스무 날이 남았고요.” 남자의 손이 멈췄다. “그럼 아직 늦지 않았군요. 지도 제작자라면 기억하세요. 대륙의 가장자리는 해안이 아니라 그곳을 떠난 배들의 항로로 정해집니다.” 그는 갑자기 기침을 시작했다. 세린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남자는 이번에는 미라를 똑바로 바라봤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미라가 굳었다. 남자는 아주 오래전 별락이 일어나던 밤의 미라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라는 그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눈에 비친 두려움은 재회보다 낯섦에 가까웠다. “그날,” 남자가 말을 이었다. “배가 침몰한 건 파도 때문이 아니었어. 누군가 항로를 먼저 지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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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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