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은 예고 없이 오지 않았다. 새벽부터 하늘의 가장자리가 보랏빛으로 내려앉았고, 하크는 바람 냄새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라도 돛을 절반 걷었다. 헤론의 관측표에는 기압이 빠르게 떨어진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사영대의 금색 판이었다. 그 판에는 바다 전체가 ‘안전’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기계가 안전하다고 해서 바람이 듣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사엘은 더는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는 금색 표의 자동 신호를 끄고 직접 관측한 깃발을 올렸다. 그러나 등불 셋 중 마지막 것은 여전히 바닷속에서 기이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이 켜질 때마다 먼 바다의 배들이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까이 오면 걸릴 거야.” 미라가 말했다. “저쪽은 암초가 줄지어 있어.”
우리는 부두의 비상 깃발을 올렸다. 라일라가 둘째 등불의 임시 신호를 맡았고 누안은 높이 올라가 육지 쪽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키오는 구조 인원에게 나눠 줄 물과 담요를 준비했다. 내가 하려던 말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간은 배가 고플 때도 성장하는 모양이었다.
멀리 세 척의 작은 배가 보였다. 그중 한 척은 사영대에서 보내는 수동 경고를 보고 돛을 줄였다. 둘째는 깃발을 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전진했고, 셋째는 오히려 바닷속의 등불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갑자기 해수면 아래에서 검은 띠가 솟아오르자 셋째 배의 뱃머리가 기울었다.
“세 번째 배가 암초에 닿았어!” 하크가 외쳤다.
미라는 바로 구조선을 내리자고 하지 않았다. 먼저 첫째 등불의 위치에서 어느 쪽 물이 흘러가는지 시험했다. 작은 나무 조각을 띄우니 서쪽으로 흘렀고 잠시 뒤 동쪽으로 되돌아왔다. 고원에서 본 두 번째 조수와 같은 종류의 흐름이었다. 바다는 우리에게 같은 시험을 다른 장소에서 요구하고 있었다.
우리는 닻을 두 개 사용했다. 하나는 ‘어제의 파도’에, 다른 하나는 부두의 커다란 쇠고리에 연결했다. 미라와 하크가 보트를 준비했고 테온은 갑판에서 사람을 끌어올릴 밧줄을 맡았다. 나는 출항한 보트의 인원을 적었다. 미라, 하크, 테온 세 사람. 구명조끼도 세 벌. 그다음에는 돌아올 사람을 아직 적지 않았다.
보트가 암초에 닿기 전 바닷속 등불이 두 번 번쩍였다. 나는 사영대의 관측실로 달려갔다. 로문은 네 번째 거울을 천으로 덮으려 애쓰고 있었다. 거울 속의 배 그림자가 실제 배보다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금색 장치는 그 가짜 항적을 따라 구조 보트의 도착 시간을 이미 완료 처리하고 있었다.
“원반을 분리했는데도 왜 아직 작동하죠?” 내가 물었다.
“출입 도장과 관측 투영은 다른 회로야.” 로문이 숨을 골랐다. “여기 오래된 철판이 아직 연결돼 있지.”
헤론은 먼저 조명 회로와 투영 회로를 구분해 보자고 했다. 거울을 무작정 깨면 항구의 실물 등불까지 꺼질 수 있었다. 그는 도면에서 연동선을 찾았고, 사엘은 수동 차단기를 찾아냈다. 그러나 차단기를 내리려면 탑의 아래층으로 가야 했다. 그곳은 이미 바닷물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제가 갈게요.” 라일라가 말했다.
“안 돼.” 사엘이 먼저 답했다. “너는 등불을 지켜야 해.”
“그러면 누가 내려가죠?”
사엘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열쇠를 들었다. “내가 관리인이오. 내가 가야지.”
그가 계단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벽에서 짧은 울림이 전해졌다. 탑의 좁은 창문으로 들어온 파도가 바닥을 때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사엘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었지만, 혼자 위험한 아래층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손잡이마다 줄을 연결해 내려갔다. 첫 번째 계단에서 물이 발목을 적셨고 둘째 층 아래에서는 무릎까지 올라왔다. 사엘은 수동 차단기를 찾았지만 금색 판이 덮어 놓은 탓에 손이 닿지 않았다. 나는 들고 온 쇠지렛대로 판을 들어 올렸다. 손이 떨렸다. 사엘이 오른쪽 받침목을 받치지 않았다면 판이 다시 내려왔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내 이름으로 서명까지 찍혔군요.” 내가 중얼거렸다.
“내가 그동안 잘못 봤소.” 사엘이 말했다.
“지금은 사과보다 이 손잡이를 잡는 게 먼저예요.”
그가 수동 차단기를 내리자 바닷속 등불이 꺼졌다. 순간 탑의 네 번째 거울이 새까매졌다. 동시에 육지 쪽 비상등 두 개가 꺼졌다. 우리는 그 위험을 예상했으므로 누안이 준비한 붉은 깃발과 손등불로 신호를 이어 갔다. 자동 장치를 끈다고 모든 신호가 사라지지 않도록 만들어 둔 것이다.
밖에서는 미라의 보트가 암초에 걸린 배 옆에 닿았다. 배에는 어른 두 명과 아이 하나가 있었다. 셋째 선원은 배에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배주인이 직접 확인했다. 미라는 아이를 먼저 구조한 뒤 두 어른을 옮겼다. 마지막 어른은 손에 지도를 쥐고 놓지 않으려 했다. 그것은 금색 관측판이 찍힌 항로 증명서였다.
“이 지도대로 오면 된다고 했어.” 그는 울듯이 말했다.
“그래서 네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미라가 대답했다. “종이는 나중에 찾자. 우선 살아서 가.”
우리는 셋을 건져 올리고 인원을 다시 셌다. 미라, 하크, 테온은 모두 돌아왔고 구조자 셋도 배에 있었다. 처음 배에 있던 사람 둘과 아이 한 명이었다. 누락된 사람은 없는지 구명조끼와 선원의 증언까지 대조했다. 이번에는 구조를 완료했다고 적을 수 있었다.
구조된 세 사람에게 물을 건넨 뒤 나는 배주인에게 직접 누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물었다. 아이는 뱃머리의 작은 통 뒤에 웅크리고 있었고 두 어른은 돛줄을 잡고 있었다. 첫 번째 구조 신호를 못 본 이유는 돛이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설명을 확인하려고 같은 높이에서 돛을 세워 보았다. 정말로 부두 쪽 깃발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하크가 돛의 반대쪽에도 신호등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작은 제안이었지만 나는 기뻤다. 큰 장치의 거짓말을 밝혀도 사람들은 작은 눈높이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었다. 미라는 오늘 항해한 선원들과 함께 보완할 위치를 정했다. 어떤 신호든 누가 실제로 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구조된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폭풍이 조금 약해졌을 때 나는 사영대의 탑 아래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거짓 등불이 꺼진 자리에는 실제 암초가 검게 드러나 있었다. 그동안 그림자가 길을 숨긴 게 아니었다. 잘못된 빛이 그 길을 안전하다고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미라는 갑판에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손을 보고서야 긴장이 풀렸다. 무월항에서 가져온 편지가 그녀의 주머니 안에 있다는 걸 떠올렸다. 아직 살아 있는지 모르는 동생을 찾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많이 바다로 나갔는지 생각했다. 그렇다고 오늘의 구조를 미뤄 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선택했다.
그날 밤 사엘은 사영대의 오래된 경고판을 다시 걸었다.
‘그림자가 보인다는 것은 길을 확인했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본 뒤 내 수첩을 펼쳤다. 폭풍 속의 구조 경로는 오늘 실제로 지나간 점까지만 연결했다. 그리고 거짓 등불이 있던 위치에는 길이 아니라 붉은 위험 표시를 남겼다. 별가루는 그 선을 받아들였다. 적어도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바다를 앞으로 계속 통행 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게 된 것이다.
바다가 잠잠해질 무렵, 탑 아래에서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됐다. 수동 차단기를 내리는 동안 물이 밀어 올린 금속함 안에 들어 있었다. 겉면에는 마른 잉크로 ‘제사 관측 — 원안 대조 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받는 사람의 칸은 비어 있었다.
제13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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