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대에서 밤을 새운 다음 날, 나는 처음으로 별을 보고 배가 고팠다. 별은 그 자리에 있었고 빵은 없었다. 세상이 어지러운 와중에도 사람의 위장은 믿을 만한 시계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키오가 내 앞에 얇은 빵 한 조각을 놓았다. “오늘은 식량 장부를 먼저 확인한 사람한테 한 조각 더 줍니다.”
“그 장부를 쓴 사람이 당신이잖아.”
“그러니까 저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나는 불공정한 제도를 바로잡으려다 더 중요한 일이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어젯밤 구조선의 명부에는 세 사람이 탔다고 적혀 있었고 구조된 사람은 두 명이었다. 사영대의 네 번째 거울에는 사람이 둘처럼 보였지만 그것을 증거로 삼을 수는 없었다.
미라와 하크는 조수가 낮아지는 시각에 맞춰 침수된 수리선 주변을 다시 조사했다. 누안은 어제 난간에 걸려 있던 세 번째 손을 봤다는 위치를 그림으로 설명했다. 그 손은 수리선의 왼편에 있었고 구조된 두 사람은 모두 오른편에서 나왔다고 했다. 우리는 그 차이를 기록했다.
그런데 수리선 옆의 작은 뗏목에서 물에 젖은 외투가 발견됐다. 외투 안쪽에는 작업대 번호가 적혀 있었다. 사엘은 그 번호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 원래 세 번째 선원에게 지급한 옷이었다. 우리는 옷 주인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
정오가 지나자 해안의 검은 갯바위 사이에서 움직임이 발견됐다. 누안의 망원경이 먼저 잡았다. 미라는 보트를 보내기 전 그곳의 물살을 시험했다. 얕은 물을 건너기 위해 하크와 함께 밧줄을 연결하고, 갯바위에 걸려 있던 사람을 천천히 끌어냈다. 구조된 사람은 젊은 수리공 벨이었다. 그는 말을 하기도 전에 사영대에서 빛을 끄라고 손짓했다.
“왜요?” 미라가 물었다.
“빛이 켜지면 조수가 돌아온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거울에 담긴 그림자가 조수를 움직인다고 생각할 뻔했다. 하지만 벨이 실제로 본 것은 바깥의 수위 변화였고, 빛과 조수 사이에 어떤 물리적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로문도 그 차이를 분명히 했다.
벨은 자신이 수리선을 타기 전 사엘의 관리실에서 세 번째 등불을 고쳤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 기계의 바늘을 ‘일곱 번째 관측’ 칸에 미리 맞춰 놓는 것을 봤다고 했다. 누구였는지는 보지 못했다. 그는 손목의 화상을 치료받은 뒤 그림을 그려 그 바늘의 위치를 설명했다.
우리는 그 그림과 사영대의 관측판을 대조했다. 일곱 번째 칸에 닿으면 금색 장치가 네 번째 거울의 빈 공간을 자동으로 채우는 구조였다. 그 칸은 원래 관측이 실패했을 때 남겨 두는 자리였다고 로문이 설명했다.
“빈 거울에 왜 가짜 그림자를 넣습니까?” 내가 물었다.
사엘은 조금 망설였다. “중앙에서 미완료 관측이 쌓이면 다음 낙성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했소.”
헤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과 예측이 불가능한 세계는 다르네.”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오래 남겼다. 누군가 모르는 것을 참지 못해 만들어 낸 답이, 실재한 길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는 순간이 문제였다.
벨은 진료소에서 몸을 녹이면서 자신이 떨어뜨린 공구 하나를 꼭 찾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가 위험한 곳에 다시 가려는 줄 알고 걱정했지만, 공구는 사고 원인을 가리킬 수 있는 부러진 등불 렌즈였다. 미라가 보트에 남은 도구함을 확인하자 렌즈의 절반이 들어 있었다. 라일라는 그 유리의 색이 사영대 표준 규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투명 유리 위에 금색 막이 얇게 입혀져 있었다.
“처음에는 고장 난 줄 알았어요.” 벨이 말했다. “그런데 이걸 끼운 뒤에는 등불을 꺼도 출항 승인 표시가 남았어요.”
우리는 같은 장치에서 다시 시험할 수 없었다. 장비가 다른 배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으니까. 헤론은 렌즈 조각을 보호 상자에 넣고 제작 표식과 파손 위치를 탁본으로 남겼다. 벨은 자신이 확인한 시각만 적었다. 내게는 그의 대답이 마술 같은 설명보다 훨씬 중요했다.
그날 오후 우리는 로문이 보관한 낡은 관측상자를 열었다. 상자는 한 번도 개봉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지만 봉인줄의 매듭은 최근에 다시 묶인 것처럼 깨끗했다. 나는 로문에게 알고 있는 사실만 말해 달라고 했다. 그는 십이 년 전 보조 기록이 도착한 뒤 잠깐 상자를 열어 안쪽의 곰팡이를 제거했다고 인정했다. 봉인은 그때 새로 묶었다고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그가 얼마나 오래 망설였는지, 나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상자 속에는 에르안의 이름이 적힌 ‘질문지’가 있었다. 필체는 북쪽 별의 전당에서 확인한 원본과 유사했다. 그러나 필체가 닮았다고 에르안의 친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헤론은 이전 탁본과 획을 비교했고, 나는 출처 기록에 로문의 재봉인 사실을 더했다.
로문은 상자를 처음 받아 보았을 때 질문지가 맨 위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계절이었는지는 기억이 흐릿했다. 그는 옆에 있던 작은 나무판을 가리켰다. 질문지의 첫 문장과 같은 글이 판에도 새겨져 있었다. 판에는 여러 사람이 글자를 따라 읽은 듯 손때가 쌓여 있었다. 누군가 개인의 질문을 모든 관측자의 규칙으로 삼으려 한 흔적이었다. 그렇더라도 판의 제작자가 에르안이라는 결론은 내릴 수 없었다. 나는 재질과 두께를 기록하고 상자에 다시 넣었다.
질문지에는 관측과 귀환을 구분하는 여러 문제가 쓰여 있었다. ‘별이 떨어졌다고 보았는가.’ ‘그림자가 어디로 옮겼는가.’ ‘그림자를 따라갔다가 돌아온 사람을 직접 만났는가.’ 세 질문의 답은 각각 달랐다.
마지막 줄에서 펜 자국이 깊어졌다.
‘내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나의 기록만 돌아오면, 누가 돌아왔다고 쓸 것인가?’
나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누안이 로문을 올려다봤다. 사엘은 눈을 피했다. 미라는 무의식중에 은반지를 돌렸다. 우리는 한 사람의 안부를 두고 너무 오래 서류만 들여다본 것이 아닐까.
“에르안이 무슨 대답을 원했을까요?” 테온이 물었다.
“아마 질문을 없애 버리는 대답은 아니었겠죠.” 나는 말했다.
헤론은 질문지의 뒷면을 뒤집었다. 거기에는 짧은 항로 표시가 있었다. 사영대에서 북서로 조금 더 간 곳, 빛이 지나가는 순서와 그림자가 나타나는 순서를 비교할 수 있다는 얕은 물길이었다. 그러나 해도에는 그 물길이 이미 ‘통행 완료’로 처리돼 있었다. 로문은 그곳에 실제로 들어간 배를 최근에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 물길을 잠정 관측 대상으로 적고, 출항 허가로 쓰지 않기로 했다. 미라는 낮은 수위의 시간을 확인하러 갔다. 나는 로문에게 질문지를 돌려주려다 망설였다. 원본을 가져가면 다음 사람이 대조할 자료가 사라질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현장 사본을 세 부 만들었다. 로문과 사엘이 각각 한 부를 보관하고, 나머지 한 부는 헤론이 가져갔다.
저녁에 베르트가 부표를 수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적어도 첫째 등불은 다시 항로를 알려 줄 수 있게 됐다. 나는 갑판에 서서 마지막 질문을 떠올렸다.
그날 밤 별가루 지도에 길 대신 작은 문장 하나가 나타났다.
[기록 귀환과 사람 귀환을 구별하라. 구별하지 못한 관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펜을 쥔 채 한참 서 있었다. 마지막 별의 낙성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빈칸을 지웠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편하다고 그 사람을 완료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에르안이 정말 이 질문을 썼다면, 그는 적어도 그 위험을 알고 있었다.
제13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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