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에서 올라오는 세 번째 불빛을 보고 나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등대라는 물건은 높은 곳에 있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거꾸로 선 등대는 보기만 해도 배의 바닥을 긁을 것 같았다.
미라는 닻을 내리고 선체를 돌렸다. 뒤편에는 우리가 직접 확인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신호점이 있었다. 세 번째 점은 수면 아래에서 깜빡였으므로 오늘의 안전 항로로 쓸 수 없었다. 그 빛에 가까워진 순간 배 밑에서 바닷물이 끓는 듯한 진동이 전해졌다.
“돛을 펴면 빠져나갈 수 있잖아요!” 키오가 소리쳤다.
“빠져나갈 방향을 모르면 돛은 더 빨리 위험해지는 도구야.” 미라가 대답했다.
우리는 첫째 등불과 둘째 등불 사이로 되돌아갔다. 라일라는 임시 등잔의 심지를 줄여 세 번, 두 번, 한 번씩 수신 신호를 보냈다. 첫째 등불 쪽에서 답이 왔다. 하크는 답을 확인하고 견인줄을 풀었다. 나는 마침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때 우리 배 옆으로 작은 무동력 보트가 미끄러져 왔다. 노가 없었다. 보트에는 젖지 않은 나무상자 하나와 비어 있는 구명조끼 두 벌이 있었다. 상자를 열자 항해일지가 나왔다. 표지에는 ‘북서 제삼 항로, 열두 해 전의 정기 시험 항해’라고 쓰여 있었다. 맨 아래에는 미라가 열심히 찾던 붉은 매듭 표식이 찍혀 있었다.
미라는 종이를 넘기다 손을 멈췄다. 마지막 장에 자기 집안에서 쓰던 항해용 숫자 약자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글씨의 획은 동생의 것과 조금 달랐다. 미라는 기쁨도 절망도 서둘러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 가장자리를 재고 물에 닿았던 자국을 살폈다.
“이 일지는 보트보다 오래됐을 거야.”
“어떻게 알아요?” 내가 물었다.
“보트의 나무는 아직 송진 냄새가 나. 장부 가죽은 열 번도 넘게 비를 맞았고. 누군가 최근에 상자에 넣었다는 뜻이지.”
헤론은 마지막 장에 적힌 관측 시각을 확인했다. 고원에서 발견한 금속관의 ‘제삼 관측 경로’와 같은 표식이었다. 그러나 사영대 출입 명단의 일곱 칸 가운데 세 칸만 이 일지에 있었다. 사람을 뜻하는 항목이 아니라 역할을 뜻하는 항목도 섞여 있었다.
“서북 3호는 배 이름이 아니라 기록을 운반하는 시험 노선일 수 있겠군.” 테온이 말했다.
“그렇다고 그 노선에 사람이 탔다는 뜻도 아니죠.” 내가 답했다.
우리는 장부가 어느 곳에서 출발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상자 안쪽을 살폈다. 바닥에는 소금 대신 검은 분말이 있었다. 헤론이 자석에 묻혀 보자 고운 철가루가 달라붙었다. 근처에 대형 관측 기구가 있는 곳이라면 생길 수 있는 가루였다. 먼 곳에서 가져온 것인지 여기에서 묻은 것인지는 더 따져야 했다.
해가 뜨자 라일라가 사영대의 옛 관리선 연락점을 알려 주었다. 둘째 등불에서 남서로 반 시간 정도 가면 작은 부두가 있었다. 옛 지도에는 썰물 때 드러난다고 했지만 최근 수위표에는 같은 장소가 늘 물속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바로 거기로 향하지 않고 첫째 등불을 지키던 베르트에게 물었다. 그는 지난달 그 부두에서 그물을 말린 적이 있다고 했다. 날짜가 명확했고 함께 있던 친구 이름도 기억했다.
부두는 오늘 썰물에도 절반만 드러났다. 미라는 배를 무리하게 대지 않고 작은 보트로 사람과 상자를 옮겼다. 나는 나무판자의 썩은 부분을 살펴 구역마다 표시했다. 이 일 때문에 키오가 오랜만에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드디어 지도 제작자다운 일을 하시네요.”
“항상 그랬어.”
“어제는 물에 빠지시려다 선장님께 끌려오셨잖아요.”
“그것도 위험 지형 조사야. 비용이 비쌌을 뿐.”
부두에는 창고지기 하슬이라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북서 3호’라는 말에 창고 문을 닫으려 했다. 미라가 먼저 문을 막지 않고 뒷걸음질쳤다. 노인은 잠시 우리를 바라보다 왜 왔는지 물었다. 우리는 발견한 보트와 일지의 경위를 설명하고 사본을 보여 주었다.
하슬은 오래전부터 제삼 항로의 항해일지가 다른 배의 귀항 확인서에 첨부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시험 항해를 증명하는 기록이 정식 선박의 귀환을 대신한 것이다. 그가 문제를 제기하면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았다. ‘관측 결과가 먼저 도착하면 통행도 완료된 것으로 처리한다.’
“그 말을 믿으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 그래서 부두의 낡은 착선표를 남겨 뒀지.”
그는 창고 바닥에서 나무판을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배가 실제로 닿을 때마다 바닥에 새긴 획들이 있었다. 마지막 진짜 북서 항해는 열두 해 전보다 훨씬 오래전이었다. 그 이후에는 기록 운반선이 왔지만 여객선이 도착했다는 표시는 없었다.
우리는 옛 항해를 오늘의 안전 경로로 그리지 않았다. 대신 하슬이 직접 보여 준 착선 흔적과 오늘 보트가 댄 위치를 따로 표시했다. 내가 그런 구분을 고집하자 노인은 처음으로 창고 문을 활짝 열었다.
그 안에는 일지가 한 권 더 있었다. 표지에는 사람의 이름도 배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세 번째 등불이 거꾸로 켜지는 날, 사영대의 아래층에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지막에는 두 개의 필체가 겹쳐 있었다. 하나는 분명히 ‘아린’으로 보였고 다른 하나는 읽을 수 없었다.
“아린이 직접 썼다는 증거입니까?” 미라가 물었다.
“이름만으로는 아니지.” 헤론이 말했다. “그런데 동결 서고에서 본 보관 표식과 획 순서가 비슷하네.”
나는 일지의 맨 뒤를 넘겼다. 가장 끝에는 짧은 문장이 남아 있었다.
‘돌아온 것을 본 사람은 항로를 적고,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본 사람은 빈칸을 지켜라.’
그 말을 적어 놓고 나는 하슬에게 창고의 창을 열어 달라고 했다. 바닷바람이 들어오자 오래된 종이의 끝이 들썩였다. 그 종이 위에서 나는 선박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을 따로 밑줄 그었다. 한때 같은 항로를 맡았다는 이유로 두 이름이 하나의 귀환 증명으로 쓰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기서 해결할 수 없는 항목에 표시를 남겨 두었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한참 말을 잃었다. 이 바다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지도를 빠르게 완성하는 재주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돌아오기까지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고 기다리는 고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창고에서 떠나기 전 착선표를 두 벌 더 옮겼다. 하슬은 표면에 남은 오래된 칼자국과 최근의 못자국을 구분해 설명했고 미라는 같은 모양의 배를 다른 이름으로 세었던 사례를 보여 주었다. 나는 표의 빈 날짜를 채우지 않았다. 어떤 날 기록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배가 오지 않았다는 뜻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날 부두를 지키던 사람들의 이름을 하슬이 기억하는 범위에서 따로 적었다.
사엘이라는 사영대 관리인의 이름도 이때 처음 들었다. 하슬은 그가 엄격하지만 사람을 내쫓아 이익을 취하는 성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색 입항표가 들어온 뒤부터 종이의 완료 표시를 너무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는 하슬의 평을 단정된 인물 소개처럼 받아 적지 않았다. 우리가 직접 만날 때까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편이 정확했다.
그날 저녁, 하슬은 바닷가 반대편의 검은 절벽을 가리켰다. 구름이 옅어지자 절벽 위에 가느다란 탑이 드러났다. 탑의 꼭대기는 별빛을 받지 않았는데 탑 아래에만 희미한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자의 끝이 바다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어둠의 사영대다.” 하슬이 말했다. “저 탑은 그림자를 재는 곳인데, 요즘은 그림자가 먼저 손님을 맞아.”
나는 탑보다 먼저 바다 위의 검은 선을 보았다. 선이 우리가 방금 확인한 부두를 지나지 않고, 출입 명단에서 이미 완료 처리된 항로만 따라 움직였다.
제13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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