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대로 들어가는 해협에는 등불이 세 개 있다고 했다. 베르트가 실제로 확인한 것은 첫 번째 등불뿐이었다. 두 번째는 폭풍 뒤에 꺼졌고 세 번째는 물이 너무 높아져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키오가 작은 수첩을 꺼냈다.
“그럼 한 개는 있고 두 개는 없네요.”
“아니. 한 개는 확인했고 둘은 미확인이야.” 내가 정정했다.
“점점 장부 쓰기 어렵게 하시네요.”
“장부가 어렵다고 바다가 단순해지진 않거든.”
베르트의 다친 손은 헤론이 소독했다. 그는 ‘어제의 파도’ 선실에서 쉬면서도 부표의 위치를 걱정했다. 미라는 하크와 함께 닻줄을 두 번 점검하고, 여울에서 구조한 상선 선장에게 부상자 목록을 따로 작성하게 했다. 상선은 침수됐지만 사람 다섯은 살아 있었다. 아직 선체를 구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검은 해협 입구에서 우리는 등불을 보지 못했다. 대신 낮은 언덕 위에 깃대가 있었다. 흰색, 검은색, 붉은색 천이 순서대로 묶여 있었다. 종 없는 고원에서 배운 신호와 비슷했지만 뜻이 달랐다. 베르트는 이곳의 흰 깃발은 ‘관측 중’, 검은 깃발은 ‘대조 요청’, 붉은 깃발은 ‘사영대 접근 금지’라고 말했다.
“같은 색이 다른 뜻이면 헷갈리겠군요.” 테온이 말했다.
“그래서 입항할 때는 서로 말로도 확인해야 해요.” 베르트가 답했다. “입항한 뒤에는 반드시 각 배의 신호표를 다시 보여 주고요.”
나는 내 수첩에 ‘고원 신호와 해협 신호 혼용 금지’라고 적었다. 키오는 그 옆에 ‘배식 신호 별도 필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이 마지막에 굶어 죽는 걸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정오에 두 번째 등불의 기초가 보였다. 물 위로 기둥 하나가 나오고 그 옆에 오래된 사다리가 누워 있었다. 불빛은 없었지만 돌 표면에는 등잔을 고정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미라는 작은 보트를 내렸다. 그녀가 직접 구명줄을 매고 다가갔고 나는 배 위에서 거리와 수심을 표시했다. 기둥 주위에는 최근에 금속판을 뗀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 불을 껐다기보다 등잔째 가져갔어.” 미라가 말했다.
그 순간 기둥 안쪽에서 손 하나가 올라왔다. 젖은 장갑을 낀 손이었다. 미라가 보트를 옆으로 돌리자 좁은 계단에 앉은 소녀가 드러났다.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지만 아이는 등잔 심지 상자를 머리 위로 들고 있었다.
“무슨 일로 여기 있어?” 미라가 물었다.
“등불을 돌려놓으러 왔어요.”
소녀의 이름은 라일라였다. 그녀는 사영대 등대 수리공의 견습생이었다. 두 번째 등불을 가져간 사람이 수리 공방에 돈을 내지 않자, 자신이 몰래 회수해 설치하려 했다고 했다. 물살이 돌아오면서 사다리가 떠내려가 꼼짝 못 하게 됐다는 것이다.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내가 물었다.
“아무도요. 출입표에는 벌써 복귀 완료라고 찍혔거든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이곳에서도 같은 장치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입표가 완료라면 누구도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라는 라일라를 먼저 보트에 태우고 심지 상자는 그다음에 받았다. 아이는 손이 얼어 있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또렷하게 설명했다.
배로 돌아와 라일라는 등불의 회로를 그렸다. 세 등불은 원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치였다. 첫 번째 등불이 켜지면 두 번째가 수신을 표시하고, 세 번째 등불은 실제로 지나간 배의 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세 번째 등불은 첫 번째가 켜지는 순간 자동으로 ‘항로 확인 완료’가 됐다고 했다.
“배가 실제로 지나가지 않아도요?” 내가 물었다.
“네. 서류에는 그게 빠르다고 써 있어요.”
헤론은 라일라의 손그림을 한참 들여다봤다. 삼각형의 세 꼭짓점 사이에 일곱 개의 작은 칸이 있고 가운데에는 원 하나가 비어 있었다. 고원의 영의 자리에서 본 구도와 닮았다. 그러나 이곳에는 ‘일곱’이 인원 칸인지 날짜 칸인지 표기돼 있지 않았다.
“3·7·0이 또 나왔군.” 테온이 말했다.
“나왔다고 다 같은 뜻은 아니지.” 미라가 대답했다. 그녀의 은반지는 닳았고, 안쪽 숫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날 저녁 첫째와 둘째 등불의 수신 시험을 했다. 세 번째는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쪽으로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라일라가 첫 등불에서 빛을 세 번 깜빡이자 두 번째의 임시 등잔이 두 번 대답했다. 답신은 분명히 보였다. 나는 라일라와 베르트에게 각각 보고서를 쓰게 했고 기록한 시각이 같은지 비교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관측 위치와 대조하면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상선에서 구출된 선장이 남쪽 기슭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사영대의 출입 기록에 우리 배가 이미 입항한 것으로 적혀 있다고 알려 줬다. 우리는 아직 세 번째 등불을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는 그 종이를 전달하려다 목소리를 낮췄다.
“명단에 일곱 사람이 더 있어요. 당신네 선원이라고 적혀 있던데.”
나는 명단을 받아 읽었다. 이름 일곱 중 셋은 낯선 이름이었다. 넷은 사람이 아니라 ‘항로 증인’, ‘자료 인수’, ‘재관측’, ‘귀환 대조’ 같은 직책이었다. 인원 명부에 사람과 역할이 뒤섞여 있었다. 그중 한 칸에 레이븐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인장이 찍혀 있었다.
“우리를 이미 입항시켰다면 배에서 누군가 내려온 것으로 처리할 수 있겠네요.” 헤론이 말했다.
“그럼 실제로 내린 사람을 찾지 않겠죠.” 미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명단 옆에 두 줄을 적었다. ‘실제 입항 전. 명부 작성 경위 미확인.’ 여덟 번째 칸을 만들지 않았다. 이 배에 없는 승객을 한 사람 더 만들어 낸다고 빈자리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시험 결과를 정리할 때 라일라는 첫 등불이 켜졌다고 해서 두 번째 사람이 반드시 봤다고 적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예전에 폭풍 속에서 등잔을 지키다가 눈앞이 온통 흰색으로 변한 적이 있었다. 불은 분명히 켜져 있었지만 저편의 동료는 짙은 비에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날 자신이 무사하다는 기록이 먼저 도착하고 사람들은 구조를 멈췄다고 했다.
“그때는 어떻게 나왔어?” 미라가 물었다.
“문을 발로 두드렸어요. 근처 집 할아버지가 그 소리를 들었대요.”
나는 그 사건을 오늘의 등불 시험과 별개로 적었다. 전설처럼 매력적인 이야기는 금방 규칙이 되지만, 위험을 피하려면 언제 어느 조건에서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라일라는 직접 확인한 신호 횟수와 비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시각을 구분해 주었다. 첫째와 둘째 등불 사이에는 확실한 답신이 있었고 세 번째는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빛이었다.
밤에 세 번째 등불이 켜졌다. 그러나 등불이라기에는 색이 이상했다. 빛이 바다 위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 밑에서 거꾸로 올라왔다. 갑판의 그림자가 순간 동쪽으로 길게 뻗었다. 미라는 돛을 내리고 별가루 지도를 내게 건넸다.
“저 빛이 길이라고 적지 마.”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럼 내가 말한 이유는?”
“제가 지름길을 좋아하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녀는 웃지 않았다. 검은 물속의 빛에서 누군가 세 번, 아주 느리게 대답하고 있었다. 우리가 보낸 신호와 정확히 같은 순서였다. 다만 그 신호는 한참 전부터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제13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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