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쪽으로 나가기 전, 미라는 바다를 가리키는 손보다 닻을 가리키는 손을 더 믿으라고 했다. 닻줄이 어디에 걸렸는지는 지금 볼 수 있지만, 멀리 보이는 검은 바다가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제의 파도’가 출항할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배 안에서 오래된 장부 세 권을 발견했다. 미라의 항해일지, 헤론의 천문 기록, 키오가 몰래 만든 식량 장부였다. 세 권 중 가장 두꺼운 건 식량 장부였다.
“이틀밖에 안 갔잖아. 왜 이렇게 많아?” 내가 물었다.
“세 명이 두 끼씩 먹으면 열두 끼입니다.”
“우리는 네 명보다 많아.”
“그래서 제가 수학을 열심히 하잖아요.”
키오의 계산은 틀렸지만 식량은 실제로 줄고 있었다. 나는 그 장부만큼은 누구도 자동 완료 처리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선원 하크가 돛대에 검은 깃발을 걸었다. 종 없는 고원에서 배운 시각 신호를 해상에서도 써 보려는 것이었다. 해무 속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는 날과 들리지 않는 날이 바뀌었다. 하크는 작은 거울판을 손에 들어 해를 반사했다. 세 번의 반짝임이 출항, 두 번이 정지, 한 번이 회항이었다. 미라는 모든 신호 뒤에 반드시 배 안에서 실제로 본 사람이 답을 보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북서로 두 시간쯤 나아가자 바다의 색이 변했다. 물은 검어졌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린 파랑이었다. 바닷속에는 길게 누운 그림자가 있었다. 나는 우연히 해초 군락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림자는 해류와 반대로 움직였고, 선체 아래를 지나갈 때만 갑판의 못들이 희미하게 떨렸다.
“별의 그림자가 바다에 떨어졌다는 소문이 있어.” 헤론이 말했다.
“별은 하늘에 있고 그림자는 땅에 생기는 거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낙성 관측 기록에서는 태양이나 달이 아닌 빛을 기준으로 그림자를 잰 적이 있네. 기준광이 무엇인지 모르면 그림자의 방향을 길이라고 할 수 없어.”
그 말은 수수께끼 같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그림자를 따라간다고 안전한 항로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때 선원 한 명이 갑판 밑에서 목판을 가져왔다. 지난밤 누군가 배 옆에 끼워 놓은 항적표였다. ‘서북 3호’라는 이름과 함께 항해 완료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미라가 그 이름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서북 3호는 출항하지 못했어. 십이 년 전, 선체가 완성되기 전에 도크에서 화재가 났지.”
“그 배를 본 사람은?” 내가 물었다.
“불탄 뼈대만 봤어. 내 동생은 그날 기록을 찾으러 갔었고.”
미라는 내가 이어서 묻기도 전에 장부의 날짜를 확인했다. 항적표에는 일주일 전의 좌표가 적혀 있었다. 한참 전 화재가 난 배가 지난주에 북서 해협을 다녀왔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함부로 ‘유령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배에 태우는 건 쉽지만, 그런 이름이 붙으면 산 사람을 찾는 일을 그만두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항적표의 종이 재질과 인장의 가장자리를 살폈다. 인장은 오래됐지만 잉크는 최근에 찍힌 듯 진했다. 미라는 선체 번호 끝자리에 생긴 긁힌 자국을 알아봤다. 십이 년 전 도크의 화재 기록에도 같은 긁힌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 옛 판을 다시 사용한 것일 수 있었다.
우리가 자료를 대조하는 사이 선미에서 고함이 났다. 그물에 사람이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물을 건져 올리자 젖은 외투를 입은 노인이 줄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물에서 올라오면서도 작은 나무 부표를 놓지 않았다. 미라와 하크가 양팔을 잡아 올렸고 헤론은 노인의 호흡부터 확인했다.
“이 부표를 잃으면 항구가 사라져.” 노인이 말했다.
“우선 물을 마셔요. 항구는 그다음에 찾아도 됩니다.” 내가 대답했다.
노인의 이름은 베르트였다. 그는 부표를 수리하러 나왔다가 첫 번째 조수에 휩쓸렸고, 두 번째 조수에 돌아오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조각배는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발견 시각과 방향을 먼저 적었다. 베르트가 물살 속에서 본 등대의 색은 두 번 바뀌었다고 했지만, 저체온 상태의 증언을 그 자리에서 확정할 수는 없었다.
부표에는 오래된 안내문이 달려 있었다. ‘사영대 접근 — 눈으로 확인한 세 점을 지나지 않은 선박은 입항 불가.’ 그런데 누군가 그 아래에 금색 판을 덧대어 ‘공식 항적표 보유 시 세 점 생략 가능’이라고 적어 놓았다. 판은 갓 닦인 듯 번들거렸다. 베르트는 그 문구가 붙은 뒤 사고가 늘었다고 했다. 날짜와 사고 횟수는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베르트가 가리킨 첫 번째 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낮은 돌기둥 하나가 물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해류가 돌을 치는 방향과 주변에 떠 있던 해초의 방향이 일치했다. 두 번째 점은 물속에 잠겨 있었고 우리는 직접 보지 못했다. 미라는 돛을 줄이고 배를 멈췄다.
뒤쪽에서 다른 배가 나타났다. 선체에 금색 등판을 단 상선이었다. 선장은 길을 막는다고 우리를 욕했다. 그는 자신의 항적표를 내밀었다. 그 표에도 서북 3호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 배가 지난주에 지나갔다니까! 똑같이 가면 된다고!”
미라가 대답했다. “지난주 그 배가 정말 있었는지부터 보여 줘.”
상선은 우리를 비켜 급히 나아갔다. 얼마 뒤 검은 물길 위로 돛 끝만 보일 만큼 낮아졌다. 멀리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상선이 얕은 여울에 걸린 것이다. 미라는 곧바로 구조선을 내리려 했지만 조류가 바뀌는 시각이 가까웠다.
“우리 배도 같이 걸리면 둘 다 끝이야.” 하크가 말했다.
“그래서 안 가겠다는 뜻은 아니지.”
우리는 긴 견인줄을 부표에 연결하고 상선의 작은 보트에 신호를 보냈다. 선원들이 줄을 잡기까지 세 번의 시도가 필요했다. 첫 시도에는 파도가 줄을 밀어 버렸고, 두 번째에는 상선에서 답이 오지 않았다. 세 번째 반짝임에야 한 선원이 손을 들어 보였다. 미라는 그 손을 확인한 뒤에만 닻을 올렸다.
선원 네 명과 선장을 먼저 빼냈다. 선장의 발목은 다쳤지만 의식은 분명했다. 그는 금색 항적표를 젖은 손으로 쥐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빼앗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서류를 펴고 여울에 걸린 위치를 표시하게 했다.
“도장이 있는데 왜 틀렸지?” 그가 중얼거렸다.
“도장은 물살을 보지 못하니까요.”
베르트가 옆에서 부표를 가리켰다. 실재한 첫 점과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점을 구분하라고 했다. 우리는 상선이 실제로 부딪힌 여울을 위험 위치로 표시했다. 사고를 겪었다는 사실이 안전한 항로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밤에 베르트는 사영대 입항 표식의 세 번째 점이 어디인지 알려 주었다. 검은 물속에서 잠깐 빛나는 ‘살아 있는 바위’라고 했다. 바위가 살아 있는 것은 아니고, 조개껍데기에 붙은 발광 이끼가 조수 때마다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곳은 북서의 그림자를 보는 관측대와 가장 가까운 경계였다.
우리가 항적표의 출처를 묻자 그는 머뭇거렸다.
“서북 3호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들은 있어. 배가 아니라 서류를 실어 보내는 노선 이름이야. 하지만 왜 그 이름으로 선박 귀항표를 찍는지는 몰라.”
나는 기록의 표제와 실제 배를 또 혼동할 뻔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십이 년 전 도크에서 타 버린 배는 다시 뜬 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이름으로 바다 위의 항로 전체를 승인하고 있었다.
지도통에 별가루를 떨어뜨리자 우리가 직접 지난 첫 돌기둥과 상선이 걸린 여울만 빛났다. 보지 못한 두 번째 표식 자리에는 하얀 점이 남았다. 그 점을 향해 밤바다가 천천히 기울었다.
제13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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