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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31화
PAYLUA ORIGINAL · 제131화

제131화 - 두 번 밀려오는 검은 물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46자

오프라인 책장
우리는 종 없는 고원에서 바다로 내려가기 전에 반나절을 더 머물렀다. 이유는 감동적인 작별 인사가 아니었다. 하필 내가 지도통을 정리하는 동안 미라가 북서 항로의 가장자리를 보러 가자고 했고, 그 길을 안내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밤에 바닷길이 있다고 했다며?” 키오가 배낭을 뒤집으며 물었다. “바닷냄새 나는 수로가 있다고 했지, 바닷길이 있다고는 안 했어.” “그게 다르다고요?” “우물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고 우물에 배를 띄우진 않잖아.” 미라는 나를 보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항해사에게 칭찬받는 일이 드물어서 잠깐 우쭐했지만, 곧 그녀가 내게 무거운 수위 측정봉 두 개를 건넸다. 칭찬에는 대가가 있었다. 켈반은 관측대의 금색 판을 봉인한 기록과 별도로, 우리가 발견한 ‘제삼 관측 경로’ 금속관의 복제 인상을 가져왔다. 원본은 율다와 그가 공동 보관하기로 했다. 종이 조각에 적힌 에르안과 루카스의 이름을 탁본으로 옮길 때는 헤론이 서체의 닳은 획까지 그렸다. 나는 그 곁에 ‘사본 제작 현장 입회’라고 썼다. 우리가 문서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과 그 문서가 진실이라는 주장은 같지 않았다. 도겐이 고원의 남쪽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짐길을 보여 주었다. 길목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검은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미라는 봉 끝에 흰 천을 묶어 물속으로 넣었다. 잠깐 뒤 꺼낸 천에는 소금뿐 아니라 잿가루가 붙어 있었다. “물이 올라왔다 내려간 흔적이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조수는 원래 오르락내리락하잖습니까?” 테온이 물었다. “그렇지. 하지만 첫 번째 물자국이 마르기도 전에 그 위로 반대 방향에서 두 번째 물이 밀렸어. 바깥 바다의 파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헤론이 고원의 종창고에서 가져온 기상표를 펼쳤다. 기록에는 ‘제삼 수로, 흑수 귀환’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위는 비어 있었다. 관리들은 오래전부터 두 번째 수위를 첫 번째 수위의 반복 기록으로 묶어 왔다고 했다. 그 한 줄이 지도를 잘못 그리게 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먼저 빈 나무상자를 물에 띄웠다. 첫 흐름에는 상자가 바다 쪽으로 갔고, 두 번째 흐름에는 거슬러 돌아왔다. 미라가 시간을 재는 동안 나는 물가의 표면을 살폈다. 상자가 한 번 사라졌다고 길이 사라진 건 아니었고, 돌아왔다고 같은 물길을 거쳤다고 할 수도 없었다. 표류 방향을 표시한 점 두 개가 지도 위에서 어긋났다. 그때 바위 반대편에서 짧은 외침이 들렸다. 관측대에서는 들리지 않았을 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열세 살쯤 된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얕은 물에 빠진 짐수레를 붙잡고 있었다. 바퀴 사이로 까만 물이 솟구쳤고 나무틀이 조금씩 기울어졌다. “그쪽으로 건너가지 마!” 미라가 외쳤다. 아이는 우리를 보더니 수레 쪽을 가리켰다. 짐 위에는 새장 두 개와 작은 약통들이 놓여 있었다. 자신이 빠져나오면 약통이 젖을까 봐 수레를 놓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는 신발을 벗으려다 미라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넌 수영도 못 하면서 왜 가장 먼저 젖으려고 해?” “지도 제작자도 물을 건너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 그럼 오늘은 육지에서 지도를 그려.” 도겐은 상류의 말뚝 둘 사이에 오래된 밧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견딜지는 알 수 없었다. 테온이 첫 말뚝을 흔들어 보더니 썩은 부분을 발견했다. 우리는 새 밧줄을 건강한 바위 고리에 묶었고, 미라가 자신을 먼저 연결해 얕은 구간을 시험했다. 물이 무릎을 넘기 전에 그녀는 아이에게 닿았다. 아이는 처음에 약통을 버리지 않겠다고 버텼다. “사람이 먼저야.” 미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안에 할머니 약이 있어요.” “그럼 내가 한 통을 챙길 테니, 넌 네 두 다리를 챙겨.”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동안 두 번째 물살이 몰려왔다. 나는 바닥에 있던 붉은 조약돌이 잠기는 순서를 보고 시간을 알렸다. 도겐이 줄을 당겼고 테온이 미라의 팔을 잡았다. 수레는 물속에서 반 바퀴 돌아갔지만 아이와 약통 하나는 건너왔다. 새장은 물을 맞기 전에 뚜껑을 열어 새들을 날려 보냈다. 날아간 새들이 안전한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붙잡혀 죽지는 않게 됐다. 아이의 이름은 진오였다. 그는 해안의 운반꾼이며 종 없는 고원의 진료소에 약을 전해 주려 했다고 했다. 율다가 보낸 물품 명단과 그의 종이표를 대조하자 분실된 약통 두 개의 종류가 일치했다. 우리가 수레를 모두 건졌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남은 약은 오늘 진료소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나는 배상할 목록에 진오의 수레도 적었다. 구조와 손해는 서로 다른 칸에 남겨야 했다. 진오는 자신의 수레가 떠내려간 곳을 끝내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미라는 배에서 가져온 천 주머니를 건네며 젖지 않은 약통의 수량을 함께 세었다. 병 하나의 라벨은 지워졌고, 나머지는 읽을 수 있었다. 헤론은 이름을 짐작해 적지 않고 진료소 약사에게 구별을 맡기기로 했다. 도겐은 강둑에 남아 있던 끈을 가져왔다. 그 끈으로 약통을 매달았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 자체로 내용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가 오늘 밤 약을 못 먹으면 어떡해요?” 진오가 물었다. 나는 막연히 괜찮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신 율다에게 보낼 신호를 적었다. 약 이름과 사람 이름, 실제로 구조한 물품과 잃은 물품을 구분한 짧은 전갈이었다. 도겐이 먼저 뛰어갔고 율다는 되돌아오는 전령을 통해 대체 약을 갖고 있다고 알려 왔다. 그때 진오는 비로소 손에서 젖은 수레줄을 놓았다. 나는 그 아이가 긴 하루 동안 처음으로 열세 살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돌아올 때 켈반은 해안의 낡은 계측석을 확인하러 와 있었다. 그가 보여 준 표에는 수위가 하루 한 차례만 오르내리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우리가 관측한 두 흐름과 맞지 않았다. 그는 부끄러운 얼굴로 표를 접었다. “옛 기록이 그렇게 돼 있어서…” “그럴 수 있죠. 다만 오늘의 아이에게 옛 기록으로 물살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켈반은 자신의 수첩에 두 번째 흐름을 추가했다. 틀린 기록이 남더라도 수정한 사람의 이름과 이유를 붙이겠다고 했다. 그가 처음부터 이랬다면 우리는 훨씬 덜 고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대개 사람이 바뀐 다음에야 지난 일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게 된다. 저녁에 우리는 종 없는 고원을 떠났다. 율다는 나에게 손짓으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남겨’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따라 했는데 손가락 순서가 엉망이어서 ‘밥을 두 번 달라’가 되었다. 키오는 그걸 자기 취향에 맞는 신호라며 열심히 배웠다. 해안 절벽 아래에는 미라의 배 ‘어제의 파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뱃사람들은 검은 바다 쪽에서 두 번 밀려오는 물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선원 하나가 북서로 향하는 돛을 가리키며 소리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곳은 물살보다 먼저 소문이 도착하는 바다였다. 밤이 깊자 내 지도통의 금속관 탁본 위로 희미한 문장이 떠올랐다. [북서 항로 — 최초 귀항표 없는 세 번째 출항] 나는 손가락을 대지 않았다. 지도에 나타난 건 길이 아니라 기록의 표제였다. 아직 배가 지나간 길은 하나도 증명되지 않았다. 미라는 내 옆에서 돛줄을 만졌다. “겁나?” “물론이죠. 물에 빠지는 것도 무섭고, 뱃삯이 두 배 되는 것도 무섭고.” “그럼 잘됐네. 겁나는 사람은 물살을 두 번 본다.” 그 말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맞았다. 우리는 두 번 오는 물 앞에서 한 번만 확인한 길을 안전하다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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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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