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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제130화 - 끝나지 않은 관측의 첫 번째 항로

별가루 지도 제작자 · 4,103자

오프라인 책장
고원에서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을 때 우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단 한 번이었다. 그것도 관측대의 큰 종이 아니라 율다가 진료소 앞에 걸어 놓은 작은 손종에서 난 소리였다. 소하가 그 종을 울렸다. 전날 구조된 리에가 처음으로 눈을 뜨고 물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소하는 두 손으로 종을 붙잡고 기쁜 얼굴로 흔들었다. 종이 울리는 구역에 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닿지 않는 구역에는 검은 천 대신 하얀 깃발이 올라갔다. 나는 그 광경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종 하나가 세상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소리를 들은 사람, 깃발을 본 사람, 직접 방문해 상태를 확인한 사람이 서로 다른 일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여러 가지 방법이 모여 리에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전했다. “이제 고원은 안전한 겁니까?” 키오가 물었다.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어.” 미라가 대답했다. “다만 위험을 숨기진 않게 됐지.” 켈반은 금색 자동 완료 장치를 임시 분리한 채 조사 기록을 공개했다. 그가 직접 서명한 공고문에는 ‘관측대의 발신 기록은 수신의 증명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문구 하나를 적는 데 오래 걸렸다. 하지만 율다가 그것을 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켈반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영의 자리로 내려가는 부서진 통로를 조사했다. 먼저 테온과 경비병들이 상단의 목재를 새로 고정했고, 미라는 하중을 시험했다. 안전한 길을 만들기 위해 오늘 실제로 놓은 판자는 어제의 지도가 보증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빈 모래주머니를 실은 들것으로 두 번 왕복하고, 율다와 라슈가 직접 통행을 확인한 뒤에야 표시했다. 바닷냄새가 나는 틈으로 내려가자 바닥에는 오래된 조개껍질이 쌓여 있었다. 그 안쪽에서 우리는 좁은 수로를 발견했다. 물은 검은 절벽 아래로 이어졌고 벽면에는 세 개의 작은 고리가 박혀 있었다. 고리 하나는 녹이 슬었고, 하나는 최근에 닦은 듯 반짝였으며, 마지막 하나는 부러져 있었다. “여기로 배가 들어왔던 건가?” 미라가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작은 배라면 가능했겠지.” 헤론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물살이 어떤지는 확인해야 하네.” 우리는 좁은 수로에 빈 통을 띄웠다. 통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가 조금 뒤 반대편에서 다시 나타났다. 즉 이 구간에는 되돌아오는 흐름이 있었다. 어디로 이어지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미라는 몇 차례 더 시험한 뒤 수위가 낮아지는 시각을 기록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 배를 밀어 넣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때 벽 아래에서 작은 금속관 하나가 발견됐다. 겉면에는 오래된 천문 관측 표식과 함께 ‘제삼 관측 경로 — 수신 미확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관의 봉인은 이미 부러져 있었고 안쪽에는 젖었다 마른 종이 조각 두 장이 남아 있었다. 켈반과 율다가 발견에 입회했다. 나는 글자를 읽기 전에 종이가 부서지지 않도록 마른 판 사이에 펼쳤다. 첫 번째 조각은 관측도의 일부였다. 고원에서 서쪽 바다로 이어지는 점선이 있었고, 마지막 점은 커다란 검은 그림자로 가려져 있었다. 두 번째 조각에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첫 관측자 에르안 — 북쪽 별의 전당 중단 기록 확인. 영의 자리에서 추가 관측 지시 거부.’ 그 아래에는 ‘자료 인수자 루카스 — 원안 보관. 귀환 확인 대기’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우리가 여러 곳에서 찾아 헤맨 두 이름이 같은 작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둘이 여기에 왔다는 증거입니까?” 테온이 물었다. “문서가 여기에 있었던 건 확인할 수 있죠.” 내가 대답했다. “그 사람들이 직접 썼는지, 여기까지 걸어왔는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헤론은 종이에 쓰인 옛 관측 기호를 살폈다. 그는 북쪽 별의 전당에서 본 원안과 문장 형태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종이의 나이를 대조할 시료가 필요했다. 오나는 동결 서고에 동일한 재질의 표본을 보관하고 있다고 했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사본을 보낼 방법을 의논했다. 그때 미라가 마지막 줄을 발견했다. 금속관 안쪽에 아주 작게 새겨진 문장이었다. ‘어둠의 사영대 — 북서 항로를 증명한 뒤에만 원안 개봉.’ “북서 항로라면…” 미라가 중얼거렸다. “알고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우리 집 오래된 해도에서 지워진 방향이야. 동생이 바다를 공부할 때 꼭 그 자리에 질문 표시를 했어. 왜 여기만 백지냐고.” 그녀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확인하지 않은 감정을 대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같이 찾아보자.” 나는 말했다. “이번에도 네가 먼저 모른다고 쓰는 거지?” “그건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잖아요.” 미라가 웃었다. 처음 항구에서 만나던 날처럼,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수로를 거슬러 올라갔다. 돌아오는 길에서 서쪽 바다의 조수 방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만 북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선은 지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빈칸을 무리하게 메우면 아무도 걸어 보지 않은 바다에 다른 사람을 보내는 꼴이 될 것이다. 나는 새 페이지를 한 장 더 넣었다. 고원으로 돌아오자 바른이 종창고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우리가 찾은 금속관을 보자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종을 멈춘 날, 얼굴을 가린 관측자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를 돌아왔다고 적어도 좋다.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한 사람들까지 돌아왔다고 쓰지는 말아라.’ 그 말이 실제로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른이 기억하는 목소리의 주인은 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문장은 영의 자리의 규정과 일치했다. 나는 바른에게 당시의 날씨와 말의 순서까지 물어본 뒤 별도 증언으로 보관했다. 켈반은 우리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고원에서 사용하는 새 경보표를 중앙에 제출할 때 현장 주민들의 이름을 지우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중앙의 승인이 없어 아무것도 못 바꾼다고 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범위를 알기 시작한 듯했다. 테온은 주민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루메르의 왕자라는 이름이 아니라 보수된 다리를 직접 건넌 한 사람으로 발언했다. 율다는 ‘빈칸을 남겨 둘 권리’를 새 경보표의 첫 규칙으로 적었다. 도겐은 산 아래의 우회 나루를 지도에 옮겼고 라슈는 종 대신 걸린 깃발의 위치를 표시했다. 한 사람의 이름을 찍지 않아도 공동 지도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지막 밤, 나는 고원의 가장 높은 바위에 올라갔다. 별은 전보다 가까웠다. 헤론은 열 번째 별의 위치를 측정했고, 아직 낙성이 언제 일어날지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온은 루메르의 과거를 되찾는 대신 지금 우리 곁의 사람들을 기억하려고 수첩을 정리했다. 키오는 우리가 돌아갈 길의 여비를 계산하다가 식사비를 두 번 적었다. 내가 그걸 지적하자 그는 지도 제작자의 기록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는 백서른 번째 지도를 펼쳤다. 고원으로 올라온 길, 무너진 다리의 위험, 주민들이 만든 새 발판, 영의 자리까지 실제로 확인한 통로를 표시했다. 아직 가지 못한 북서 항로는 흰 여백으로 남았다. 그 옆에 금속관의 발견 위치와 봉인의 상태를 적었다. 그러자 별가루가 희미하게 빛났다. 이번에도 새로운 바닷길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가 확인했던 종창고와 진료소 사이의 짧은 길, 대피에 쓰였던 바위턱과 손짓 신호의 위치가 하나씩 나타났다. 그리고 지도 가장자리에 글자가 새겨졌다. [어둠의 사영대 — 마지막 별의 그림자를 관측한 기록이 보관된 곳] 그 아래에는 내가 아르켄에서 처음 봤던 예언과 비슷한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 [지도를 그린 자가 세계를 지운다. 단, 지워지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을 읽고 조용히 펜을 내려놓았다. 답을 정해 놓고 찾으러 가면 또 누군가의 길을 지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물음표를 그대로 남겨 두었다. 바람이 불었다. 종은 울리지 않았다. 그 대신 고원 아래에서 흰 깃발이 하나 올라왔다. 누군가 오늘 무사히 돌아왔다는 신호였다. “다음은 바다야.” 미라가 말했다. “배삯은 얼마죠?” “이번엔 네가 지도를 잘못 그리면 두 배.” 나는 웃으면서 지도통을 덮었다. 우리는 종 없는 고원에서 모든 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관측을 멈춘 이유를 가릴 수 있는 원안이 어딘가에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기록을 찾을 자리가, 검은 바다 건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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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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