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나는 잠깐 기뻤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우리가 한 번 더 귀환을 달성한 셈 아닌가. 그러나 밖에 있는 돌다리가 기울어지는 걸 보자 그런 농담이 목구멍에서 죽었다.
고원 관측대와 서쪽 마을 사이에는 아치형 다리가 있었다. 관측대에서 보급품을 옮기는 유일한 넓은 길이었고, 진료소에서 산 아래로 내려가는 환자들도 그 다리를 사용했다. 다리의 중앙이 천천히 내려앉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네 사람이 짐수레를 끌며 이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미라가 손을 높이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상대편 사람들이 손짓을 알아보지 못하자 율다가 검은 깃발을 펼쳤다. 두 사람이 멈췄다. 나머지 둘은 수레를 놓지 못하고 계속 다가왔다.
“한 사람은 수레 뒤에 있군요.” 헤론이 말했다.
“안 보여요.” 내가 대답했다.
“바퀴가 네 개로 움직이네. 앞쪽에 짐이 없는데도 축이 눌려 있어.”
그 말에 다시 보니 수레 뒤의 작은 바퀴 하나가 심하게 눌려 있었다. 천막 같은 덮개 안에 누군가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미 다리가 무너지는 소리를 상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들리는 것은 없었지만 돌 사이로 흰 먼지가 조금씩 올라왔다.
테온이 켈반에게 물었다. “다리 옆에 다른 길이 있습니까?”
“남쪽 보조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폐쇄된 지 십 년이 됐어요.”
“지금 쓸 수 있는지 확인한 사람은?”
켈반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금색 장치의 지도를 펼쳐 봤다. 보조로에도 굵은 선이 그어져 있었고 ‘전원 통행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리의 상태도 ‘정상’이었다. 그런 지도가 지금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가리켰다.
미라는 종지기 라슈에게 긴 밧줄이 남아 있는지 물었다. 라슈는 무너지는 다리 아래쪽에 비상 안전줄을 설치해 둔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미라는 줄이 걸린 위치를 정확히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런 뒤 장대를 들고 다리 가장자리로 내려갔다.
켈반은 경비병들에게 금색 신호 장치의 경보를 작동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를 막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경보가 서쪽의 사람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율다가 관측대에서 깃발을 흔들자 서쪽 집들이 하나씩 응답했다. 붉은 깃발 두 개, 검은 깃발 하나. 마지막 집에서는 아무 응답도 없었다. 도겐은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소하가 손목을 잡았다. 그 집은 오늘 사람이 없는 집이라고 했다. 미확인과 부재 확인을 구분해야 했다.
다리 반대쪽의 운반꾼들이 겨우 수레를 내려놓았다. 덮개 아래에서 어린아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는 눈을 뜨지 못했고 손끝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야 할 환자였다. 수레의 바퀴는 다리 틈에 걸려 있었고, 다리 한가운데의 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레는 두고 사람부터!” 미라가 손짓했다.
상대편 사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가 수레를 떠나면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테온이 얇은 지지판을 묶어 들것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판을 다리까지 옮기려면 중앙의 무너진 곳을 지나야 했다.
나는 그동안 우리가 고원에 올라오며 밟은 길을 떠올렸다. 종이 매달린 서쪽 계단과 진료소의 마른 통로. 그곳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길은 지금 물에 잠긴 바위턱 하나로 끊겨 있었다. 헤론이 그 아래 땅을 살펴보더니 돌의 결이 다리보다 단단하다고 말했다. 미라는 줄을 먼저 던져 장대를 고정했다. 도겐이 빈 짐자루를 매달아 바위가 버티는지 시험했다.
테온이 바위턱 쪽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의 허리에 매인 줄을 잡았다. 왕자였던 사람을 줄 하나로 묶어 구조 현장에 내보낸다고 생각하니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필요한 이유는 왕관이 아니었다. 두 손으로 들것을 잘 묶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레이븐!” 미라가 불렀다. “왼쪽 장력이 내려갔어!”
나는 줄을 다시 고정했다. 기둥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켈반과 경비병 둘이 다가와 기둥을 잡았다. 얼마 전까지 우리를 막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지금 내 설명을 듣고 어떤 줄을 먼저 당겨야 하는지 물었다.
첫 운반꾼이 들것에 몸을 낮추고 아이를 안았다. 테온은 아이의 발이 바위에 닿지 않도록 판을 조금 더 길게 빼냈다. 미라는 반대편에서 줄을 받아 주었다. 아이가 우리 쪽으로 오자 율다가 미리 끓여 놓은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 아이는 작게 기침했고, 나는 그 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다리의 가운데 아치가 무너졌다. 돌이 아래로 쏟아지는데 이상하게도 소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땅은 크게 흔들렸다. 남아 있던 운반꾼 둘이 균형을 잃었다. 테온은 그들에게 다가가기 전에 미라의 손짓을 확인했다. 미라는 바위턱의 오른쪽이 갈라졌다고 알렸다.
우리는 줄을 새로 걸어 둘을 각각 끌어냈다. 첫 운반꾼은 다친 손으로도 줄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사람의 발이 마른 땅을 밟았을 때는 모두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소리를 낼 수 없어서, 누군가는 가슴이 너무 벅차서였다.
나는 구조된 사람들에게 각자 이름을 확인받았다. 아이의 이름은 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부모와 운반꾼 둘이었다. 모두 네 명이라는 켈반의 처음 집계는 틀렸다. 덮개 아래의 아이를 세면 다섯 명이었다.
“장부에는 네 명이라고…” 켈반이 말했다.
“오늘은 다섯 명이 돌아왔어요.” 율다가 손짓으로 답했다.
켈반은 다섯 명을 다시 세었다. 그는 숫자가 하나 늘었다는 사실을 불쾌해하기보다, 왜 늘었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미라는 덮개가 바람에 들리는 순간에야 아이의 옷자락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헤론은 수레의 바퀴가 눌려 있던 흔적을 기록했다. 우리는 다음 구조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큰 수레 안쪽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나는 다섯 이름을 천천히 적었다. 리에는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잠들었지만, 그녀가 직접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을 부모가 함께 확인했다. 얼굴을 안다는 것과 서류에 이미 입력됐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우리는 하루 종일 배웠다.
다리 아래에는 관측대의 비상 안전줄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그러나 오래된 줄의 절반은 최근에 바뀐 금색 판에 눌려 있었다. 그 판이 정확히 언제 설치됐는지 켈반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약속을 확정된 사실로 쓰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지금 직접 볼 수 있는 줄의 상태를 수첩에 적었다.
해가 기울 때 관측대의 금색 장치가 또 한 번 반짝였다. ‘전체 경고 수신 완료. 통행 정상.’ 켈반은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그런 뒤 경비병에게 명령했다.
“자동 완료 기록을 일시 중단한다. 사람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항목은 빈칸으로 돌려.”
“중앙의 허가는요?” 경비병이 물었다.
“내가 책임지겠다.”
미라는 나를 흘끗 봤다. “오늘 하나는 바뀌었네.”
“문서 하나가 바뀐다고 다리는 안 돌아옵니다.”
“그래도 내일 누가 이 길로 오지는 않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뀐 지도가 모든 위험을 없애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오늘 무너진 다리를 정상이라고 적어 두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밤에 율다는 리에의 상태를 살피고 돌아와 종지기 바른의 말을 전했다. 그는 오래전에 종을 멈춘 사람 중 한 명이 이 다리를 건넌 것을 본 적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소문났지만, 실제로는 다리 아래로 난 작은 길에 내려갔다고 했다.
“어디로 갔대요?” 내가 물었다.
율다는 고개를 들어 관측대 아래의 검은 절벽을 가리켰다.
‘영의 자리.’
제12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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