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무너지기 전에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사람들의 신뢰였다. 정문에 도착하자 경계작성회 직원들이 수레를 세우고 원본을 옮기려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서고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천장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금색 입장 장치의 열 때문에 벽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장치부터 끄면 되잖습니까?” 내가 물었다.
“상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직원이 답했다.
“상부가 무너진 천장을 받쳐 줄 건가요?”
직원은 말문을 닫았다. 그의 이름은 사르크였다. 그는 실제로 벽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고 내부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폐쇄를 명령했다고 했다. 나는 그 판단 자체를 비난하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전에 기록을 먼저 옮기려 한다는 데 있었다.
오나가 출입 명부를 들고 나왔다. 실제 직원은 열한 명, 밤새 물건을 정리하던 주민은 네 명, 새벽에 들어온 보급 인원은 두 명. 모두 열일곱 명이었다. 하지만 금색 장치에는 입고 완료된 사람만 표시돼 있었다. 그중에는 이미 귀가한 사람의 이름도 있었다. 나는 현장 인원부터 다시 확인했다.
그때 서쪽 통로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 얼음벽 뒤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피아는 온도표를 펼쳐 금색 덧판이 설치된 뒤 열이 모이던 지점과 물길이 만나는 위치를 가리켰다. 테온은 대피로의 목재를 확인했다. 미라는 나무 계단으로 모든 인원을 보내면 좁은 부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길을 둘로 나눠야 해.”
“서쪽은 어제 열려 있던 길일 뿐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오늘 열려 있는지 확인하면 되지.”
우리는 먼저 북쪽 화물 통로를 확인했다. 다린은 기존에 사용하던 넓은 문이 다시 얼었을 가능성을 말했고, 미라는 장대로 안쪽의 높이를 측정했다. 헤론은 그동안 서고에서 기록해 온 수위와 오늘의 바람을 대조했다.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구간은 열한 걸음뿐이었다. 그 너머에는 물이 차 있었으므로 지도에는 빈칸으로 남겼다.
다른 한쪽은 관측탑 아래 목조 다리였다. 어제 베른이 떨어질 뻔한 구간을 보수하지 않고 사용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새 판재를 가져와 썩은 발판을 받쳤다. 사르크가 자신의 수레에 있던 목재를 내놓았다. 테온은 그에게 함께 작업한 사실을 기록해 주겠다고 했다.
“난 폐쇄를 명령한 사람입니다.” 사르크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지요.”
사르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망치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 대피조는 피아와 주민들이었다. 두 번째는 오나가 이끄는 보관 직원들. 세 번째는 사르크의 수레를 끌던 사람들과 자료 운반 담당이었다. 나는 각 대피조의 선두와 후미에 실제 이름을 남기고, 사람들이 길을 건널 때마다 목소리로 확인하게 했다. 혼자 지나간 사람의 이름을 누군가 대신 적지 않도록 두 명씩 서로를 확인했다.
목조 다리가 완전히 준비됐는지 확인하는 동안 서고 안에 있던 비르는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몇 해 전의 사고 이후 높은 계단을 오르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먼저 지나가라고 재촉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발목을 다친 채로 빨리 움직였다가 오히려 앞사람들을 넘어뜨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미라는 보수한 다리의 폭을 재고 작은 운반 수레를 가져왔다. 바퀴가 다리의 판재 사이에 빠지지 않는지 빈 수레로 먼저 시험했다. 테온이 반대편에서 줄을 잡고 비르에게 수레에 탈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직접 앉았다. 키오와 베른은 수레가 흔들리지 않도록 양옆의 난간을 붙잡았다.
건너편에 도착한 비르는 눈물을 닦았다. “여긴 내 직장이었지. 내가 그만두려고 한 적은 없는데, 나보다 서류가 먼저 퇴사 처리됐어.”
나는 그가 오늘 실제로 건넌 경로를 지도에 표시했다. 사람이 한 번 지나갈 수 있다고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리의 중간 지점마다 멈출 자리를 만들고, 무게를 줄이며 한 조씩 이동했다. 다른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서두르지 않기 시작했다.
문제는 마지막 보관실에서 생겼다. 오나는 사십여 년 전의 원본 판을 들어 올리려다가 서가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한쪽 벽의 얼음이 미끄러져 내려오며 그녀의 다리를 막았다. 나는 밧줄을 들고 달려갔지만 미라가 먼저 내 어깨를 잡았다.
“혼자 들어가지 마. 사람이 어디 있는지 먼저 봐.”
오나는 서가 뒤에서 손을 들었다. 오른쪽 벽에는 아직 공간이 남아 있었다. 테온이 버팀목을 가져오고 사르크가 금속 지렛대를 밀어 넣었다. 나는 오나와 눈을 마주치며 숨을 고르게 했다. 그녀는 원본 판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거 두면 전부 잃어버려요.”
“당신을 두면 기록이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지도 잃어버립니다.”
오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리는 그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판은 서가 아래에 남았지만 어디에 두고 왔는지 직접 본 사람이 셋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바로 적었다. 위치를 알고 있다면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서고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은 갈퀴 부두 쪽으로 향했다. 헤론이 관측탑의 그림자를 계산해 안전하게 얼음이 유지될 시간을 추정했다. 단, 그것은 관측을 기반으로 한 예상이었지 보장된 미래가 아니었다. 미라는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살폈고 다린은 안내정으로 먼저 바깥 수로를 확인했다.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다섯이었다. 미라, 테온, 헤론, 사르크, 나. 키오는 이미 오나와 함께 바깥쪽에서 인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서고의 금색 장치는 아직 작동하고 있었고, 열 때문에 문틀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르크가 장치를 끄는 열쇠는 자기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 헤론이 금색 판의 뒤쪽에서 작은 수동 레버를 발견했다. 원래의 보존 장치에 있던 안전장치였다. 최근 덧댄 금속이 레버를 가리고 있었다. 무턱대고 당기면 기계가 망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오나가 보관하던 원안의 수리 도면을 떠올렸다. 피아가 아까 건네준 온도표에는 레버를 당겨도 안전한 온도 범위가 적혀 있었다. 헤론이 현재 온도를 확인했다.
“지금이야.”
테온이 지렛대로 덧판을 들어 올렸다. 사르크는 자신의 장갑을 찢어 레버 손잡이를 감쌌다. 나는 기록대에서 원본과 사본의 위치를 마지막으로 표시했다. 미라가 밧줄을 흔들어 바깥 대피조의 응답을 확인했다. 레버를 당기자 금색 장치의 열이 천천히 식었다. 얼음벽의 진동도 잦아들었다.
우리는 모두 밖으로 나왔다. 출구에서 키오가 인원을 세었다. 열일곱 명. 명부에 이름이 적혀 있던 열일곱 명이 직접 응답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손끝이 아려서 펜을 쥘 수 없었다.
“이번엔 완료라고 써도 됩니까?” 키오가 물었다.
“오늘의 대피는.” 내가 말했다. “오늘의 대피만큼은요.”
서고 안쪽에서는 아직 녹지 않은 서랍들이 희미하게 빛났다. 원본 판은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왔다. 나는 두 사실을 다른 줄에 적었다.
그런데 오나가 들고 나온 작고 낡은 장부에는 새로운 문제가 있었다. 서고를 폐쇄하기 직전 발견했다는 봉인 해제 예정표였다. 오늘 밤이 ‘일곱 번째 낮’으로 기록돼 있었다. 우리가 관측한 것은 아직 다섯 번째 낮이었는데.
누군가 서고의 시계까지 앞당기려 하고 있었다.
제11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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