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서고의 정문에는 자물쇠가 없었다. 대신 들어온 사람의 이름을 적는 돌판이 있었다. 문제는 그 돌판에 이미 우리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레이븐, 미라, 테온, 헤론.” 나는 한 사람씩 읽었다. “키오도 있네요.”
키오가 내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저희가 언제 왔는데요?”
“그러게. 내가 여기 왔으면 추워서 기억했을 텐데.”
동결 서고는 얼음으로 지어진 성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린은 바깥벽의 어두운 돌을 두드리며 원래는 평범한 기록 보관소였다고 했다. 몇 차례 낙성 후 주변 바다가 얼어붙었고, 사람들이 창고를 포기하는 대신 얼음 속에 그대로 봉인했다는 것이다. 건물의 오른편에는 창문 두 개가 보였다. 왼편에는 같은 창문이 세 개 있었다. 서로 다른 시기의 벽이 겹쳐 보이는 탓이었다.
우리는 우선 정문 돌판의 제작 시기부터 확인했다. 헤론은 동판 못에 묻은 녹을 살폈고, 미라는 표면의 손가락 흔적을 그렸다. 최근에 누군가 이름을 새겼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러나 어떤 목적으로 새겼는지는 몰랐다. 나는 돌판의 복사본을 만들고 바로 옆 빈 장부에 오늘의 실제 도착 시간을 적었다.
그때 문지기처럼 보이는 여인이 나왔다. 흰 털모자를 눌러쓴 키 큰 사람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서고에 이미 입고된 사람들은 다시 입장할 수 없습니다.”
“제가 입고된 사람입니까? 책도 아닌데?” 내가 물었다.
“장부가 그렇게 말합니다.”
여인의 이름은 오나였다. 동결 서고의 서고지기라고 했다. 그녀는 장부를 건네며 누군가 도착 예정자의 이름을 ‘입고 완료’ 항목에 미리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것 때문에 입장 확인 장치가 우리를 과거에 이미 들어온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나는 문을 열 수는 있었지만 장치가 작동하면 안쪽의 얼음 수문이 닫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럼 정문은 쓰지 말아야겠군요.” 미라가 말했다.
“후문은 얼어붙었어요.”
“실제로 확인했나요?”
오나가 우리를 바라보았다. “어제 저녁 관리인이 확인했습니다. 그 뒤엔 못 봤어요.”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의 상태를 아는 척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린이 알고 있는 옛 짐문을 살펴보기로 했다. 건물 뒤쪽에는 낮은 화물 운반 통로가 있었다. 돌 아래에서 작은 바닷물 소리가 들렸다. 미라가 장대로 얼음 가장자리를 건드리자 둥근 틈이 하나 드러났다. 얼음으로 막혀 보였던 문 아래에서 누군가 얼마 전 마른 신발로 걸어 나간 자국이 발견됐다.
“출구가 살아 있네.” 미라가 말했다.
오나는 출입 허가가 없으면 손을 대지 말라고 했지만, 바로 그때 서고 안쪽에서 고함이 들렸다. 한 아이의 목소리였다.
“온도실 문이 잠겼어요!”
우리는 먼저 그 사람을 구할 방법부터 찾았다. 오나는 온도실에서 기록용 제습 장치를 돌리던 견습생 피아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정문의 입장 장치가 오작동하면 내벽을 분리하는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이름이 모두 ‘완료’로 처리되면서 반대로 문을 잠갔다고 했다.
다린은 화물문 아래 남은 옛 철로를 기억했다. 화물 운반 수레가 지나갔던 길이다. 그의 기억만으로 사람을 넣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수레 바퀴 자국이 오늘도 이어지는지 살폈고, 테온은 벽의 금이 깊어진 위치를 표시했다. 한쪽 통로에는 최근 청소한 흔적이 있었다. 미라가 먼저 줄을 고정하고 들어갔다. 나는 오나가 가져온 도면과 실제 벽돌 수를 비교했다. 도면에서 다섯 번째 벽은 통과 가능했지만, 오늘 그곳은 단단한 얼음으로 채워져 있었다. 대신 바로 아래 환기구가 열려 있었다.
“피아!” 오나가 외쳤다. “환기구 쪽으로 오렴!”
안쪽에서 작은 망치 소리가 세 번 났다. 우리는 입구를 키울 도구를 찾았다. 그때 키오가 녹슨 화물 수레를 발견했다. 바퀴 하나만 남아 있었지만 쇠축은 튼튼했다. 테온은 그것을 지렛대로 쓰고 미라는 구조용 밧줄을 걸었다. 오나는 안쪽에서 피아가 손을 뻗을 위치를 설명했다.
피아가 빠져나왔을 때 머리카락 끝에는 얼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먼저 자기가 맡은 수기 온도표를 찾았다. 나는 그녀의 손에 따뜻한 물주머니를 쥐여 줬다.
“온도는 나중에 다시 잴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온도실에 제가 없었다고 쓰면요?”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는 어린 견습생도 잘못된 완료 기록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저희가 지금 봤습니다. 당신이 여기서 나왔어요.”
피아는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오나는 그 이름과 실제 구조 시각을 기록했다. 내 지도에 화물문과 환기구를 연결하는 짧은 선이 떠올랐다. 아직 서고 안쪽의 모든 길이 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 하나의 출구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해가 지자 우리는 정문 돌판을 다시 살폈다. 이미 적혀 있던 우리 이름 밑에는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다.
‘예정자 확인 생략. 귀환 상태 자동 승계.’
그 문장은 최근에 새긴 것이었다. 오나는 누군가 서고의 오래된 보존 장치를 개조한 것 같다며 금속 칼날을 꺼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막았다.
“지우기 전에 누가 언제 이렇게 바꿨는지 남겨야 합니다.”
“그동안 문은 계속 잠겨 있을 텐데요.”
“그러면 우리가 확인한 화물문으로 사람을 옮기고, 정문은 안전 점검을 받게 하죠.”
오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를 구조한 뒤에도 오나는 곧바로 문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나무 상자 하나를 가져와 정문에 찍힌 ‘입고 완료’ 명부와 실제 직원의 근무표를 비교했다. 우리 이름은 전부 예정자 명부에서 옮겨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중 키오의 이름만 글씨체가 달랐다. 더 최근의 잉크였고 오나가 가진 명부에는 없었다.
“누가 저 아이 이름까지 적은 걸까요?” 오나가 낮게 물었다.
키오는 갑자기 자기 주머니를 뒤졌다. 별의 전당에서 받은 수리공 점검표가 있었다. 그 표에는 여행단 대표 이름만 적혀 있었다. 누군가 이름을 추가했다면 우리 뒤를 따라다니며 기록을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감시했다고 해서 오늘의 문 오작동을 직접 일으켰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두 사건을 한데 묶지 않고 따로 기록했다.
테온은 정문에 기대어 섰다. “이름이 미리 적혀 있으면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문제군.”
“맞아요. 문서는 편해지죠.” 오나가 말했다. “그런데 문 안에 갇힌 피아의 이름도 방금까지는 입고 완료자로 분류돼 있었어요.”
피아는 담요를 두르고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저, 도망친 게 아니에요. 수문 소리가 나서 온도실을 확인하러 들어간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그런 변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피아는 변명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남겨질 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오나는 장부를 펼쳐 직접 들은 경위를 받아 적었다. 입장 시간은 오나의 근무표와 맞았고, 나오지 못한 시각은 경보종 기록과 맞았다. 누구도 피아 대신 사고를 해석하지 않았다.
문을 열기 직전 미라는 안전 신호를 다시 정했다. 문 안에서 종을 한 번 울리면 입구를 확인하고, 두 번 울리면 움직이지 말고, 길게 울리면 즉시 대피한다. 나는 그 약속을 지도 가장자리에 적었다. 미래를 보증하는 선은 그리지 않았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은 정할 수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서고의 첫 번째 보관실에 들어섰다. 벽면에는 온도표 대신 사람의 이름이 가득 적힌 선반이 줄지어 있었다. 그런데 가장 위쪽 선반의 명패에 이상한 문구가 있었다.
[미완료 관측자 — 빈 이름표는 보관하지 않음]
동결 서고는 미완료 기록을 지키는 곳이라고 들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빈칸을 누군가 치워 버린 모양이었다.
제11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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