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에서 가장 위험한 소리는 발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 때였다.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 도망칠 이유라도 생긴다. 완벽한 침묵은 내가 어디로 떨어질지조차 알려 주지 않았다.
다린의 작은 안내정이 갈퀴 부두를 떠난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어제의 파도’는 그 뒤를 일정한 거리로 따랐다. 큰 배를 무리하게 좁은 수로로 몰고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미라는 선원들에게 바람의 방향과 얼음 조각의 움직임을 번갈아 보게 했다. 나는 어제 받은 두 귀환증을 기름종이 사이에 넣었다.
다린은 먼저 세 갈래 물길을 가리켰다. 왼쪽은 얼음이 얇지만 물살이 느렸다. 가운데는 수로가 깊어 돛단배가 들어갈 수 있으나 중간에 뒤집힌 닻이 있었다. 오른쪽은 옛 루메르 보급선이 다녔던 길이었지만 끝이 절벽 아래로 막혔다고 했다.
“어느 쪽이 서고로 갑니까?” 키오가 물었다.
“전에 간 건 가운데야. 지금도 가는지는 모른다.”
나는 가운데 길을 지도에 표시하되, 확인된 마지막 바위까지만 선을 이었다. 그 너머는 점선으로 남겼다. 미라는 내 어깨너머로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두 배 사이를 오가는 수기 신호를 세 가지로 정했다. 한 번은 멈춤, 두 번은 수심 확인, 세 번은 구조 요청. 세 번 울리고 두 번 답한다는 미라 동생의 신호와 비슷했지만, 이 규칙은 오늘 우리가 직접 합의한 것이었다. 혼동하지 않도록 깃발 색을 다르게 정했다.
해가 올라오자 가운데 수로에 작은 검문선이 나타났다. 낡은 외투의 관리인 둘이 금색 측량판을 들고 있었다. 한 명은 종이에 항로 비용을 계산했고 다른 한 명은 얼음 위에 말뚝을 박았다.
“서고 이송 항로는 경계작성회의 승인 사항입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승인된 항로가 실제로 열려 있습니까?” 미라가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장부상으론 열려 있습니다.”
“그 장부가 노를 젓습니까?”
나는 미라에게 감탄할 뻔했다. 질문 하나로 상대가 설명하기 싫어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리인은 허가권이 있으면 금색 표시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그 길은 가운데 수로의 바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얼음 아래로 검은 암반이 비치는 것을 나는 직접 보았다. 충분한 수심이 없어 배가 닿을 위험이 컸다.
테온이 왕실 문장이 찍힌 옛 통행증을 꺼냈다. 관리인 눈이 커졌다. 그는 곧장 특별 통과를 허가하겠다고 했다. 테온은 통행증을 다시 넣었다.
“제 이름으로 뒤따라오는 배까지 안전하다고 보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일정이 늦어집니다.”
“사람이 늦게 도착하는 것과 아예 도착하지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다린은 검문선 옆에 정박해 있던 짐배를 가리켰다. 금색 표시를 믿고 들어왔다가 바닥이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배였다. 선원 둘이 노로 암반을 밀고 있었고 선장은 돛을 내린 채 주먹만 쥐고 있었다. 우리는 우선 그 배를 빼내기로 했다. 다린은 오늘의 물살이 잠시 높아지는 시각을 알려 주었고 미라는 큰 배를 측면에 대지 않고 닻줄만 넘겼다. 나는 부두 장부에서 짐배의 배수량을 확인한 뒤 짐부터 다른 작은 배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선장은 처음엔 거부했다. 상회 소유의 소금자루를 버리면 배상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미라는 소금자루 하나를 들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당신 목숨의 배상액을 먼저 계산해 봐.”
선장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소금자루를 옮긴 뒤 짐배는 조금 가벼워졌다. 물이 높아진 순간 다린이 신호를 줬고 우리는 닻줄을 당겼다. 나무 밑창이 암반을 긁으며 소리를 냈지만 배는 움직였다. 선원 둘이 무사히 건너왔을 때 관리인은 아직도 금색 측량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오늘의 암반 위치를 기록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손을 떨며 잘못된 항로를 표시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측량판 자체를 설계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위에서 내려온 표기를 그대로 게시했을 뿐이라고. 우리는 그의 진술을 적고 실제 바닥에 닿은 자국도 탁본했다. 누군가 수정을 명령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얼음 위에 위험 표식을 세우고 뒤따라오는 배들에게 돌아가라는 깃발을 보냈다.
구조한 짐배의 선장 바스는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기 배가 걸린 암반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관리인의 금색 판을 믿는 편이 벌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길이 보이지 않아서 위험한 경우도 있지만, 길이 보여도 말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바스는 나중에 오는 배들을 위해 자신의 항해일지에 위치를 남기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수심과 파손된 배 밑창의 사진 대신 간단한 탁본을 부탁했다. 헤론은 암반의 높이가 시간마다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조류 변화로 설명했다. 실제 암반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드물게 정상적인 사실 하나였다.
“그럼 조수표를 고치면 되겠군요.” 내가 말했다.
“오늘 건 고치지.” 미라가 대답했다. “내일은 내일 확인해야 해.”
바람이 바뀌자 세 갈래 길이 네 갈래로 보였다. 오른쪽 절벽 뒤쪽에 얇은 물줄기가 생겼다. 나는 지도를 펼쳤지만 새 길을 억지로 긋지 않았다. 다린은 오래된 망원경으로 돌벽 아래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빙하가 녹은 물이지. 수로가 아니야.”
“어떻게 아시죠?”
“바닷새가 착륙하지 않거든. 바닥이 너무 얕아.”
나는 직접 작은 추를 내려 보았다. 다린의 말대로 수심이 채 사람 키만큼도 되지 않았다. 얼음에 비친 빛이 깊어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오늘만큼은 지도가 나를 속인 게 아니라 내 눈이 지도를 속이려 했다.
우리는 가운데 수로의 깊은 가장자리를 따라 서행했다. 그 길에서는 오래된 말뚝 두 개와 도선사 다린의 이름이 새겨진 철판을 발견했다. 철판에는 그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했다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바로 앞 배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철판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내가 외쳤다.
다린이 배를 돌려 가까이 왔다. “서고로 이송된 사람들을 기리던 항로 관리인들. 내가 돌아오자 철판을 내리자고 했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어.”
“왜요?”
“이미 추모비를 세운 사람이 살아 돌아오면, 잘못된 서류를 얼마나 고쳐야 하는지 알게 되니까.”
그의 웃음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나는 철판 옆에 오늘 본 사람의 증언을 새 표찰로 남겼다. ‘다린 — 현재 도선 중. 본인 확인.’ 원래 철판은 지우지 않았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의 역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서고의 바깥 불빛이 눈보라 너머로 나타났다. 처음엔 별인 줄 알았지만 낮게 놓인 등불이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헤론은 그 빛이 오늘의 위치에서 실제 보이는지 측정했다. 미라는 거리를 계산했다. 다린은 나침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기부터는 내가 아는 바다가 아니야. 그때는 얼음 안쪽에 항구가 없었거든.”
나는 얼음 벽 위에 세 개의 선을 그렸다. 오늘 확인한 수로. 서고까지의 미확인 구간. 그리고 되돌아갈 때 쓸 구조 경로. 세 번째 선을 더 오래 살폈다. 앞쪽이 신비해도 돌아올 길이 없다면 원정이 아니라 실종이 될 테니까.
그날 밤 얼음벽 너머에서 긴 종소리가 들렸다. 서고에서 울린 것인지, 수십 년 전 같은 장소에 울렸던 종이 다시 비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종소리와 함께 검문선의 금색 측량판에 없던 글자가 떠오른 것은 모두가 보았다.
[동결 서고 — 기록 입고 완료. 이송인 귀환 완료.]
아직 아무도 서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서류는 또 먼저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제11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