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가 바다의 목소리를 듣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녀보다 먼저 배삯을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도도 펼치지 않았다. 어두운 수면에 나타난 등불 하나를 보고 달려들면 우리가 지금까지 지킨 모든 원칙을 잃을 수 있었다. 실제 배인지 그림자인지, 사람의 목소리인지 오래된 기계의 재생인지 아직 알지 못했다.
“가지 마.” 나는 미라의 소매를 붙잡았다.
“놔.”
“조금만 더 보자. 네가 동생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알아. 하지만 네가 물에 빠지면 동생이 너를 찾는 길도 없어져.”
미라는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녀가 내 말을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스스로 결정을 바꾼 것이다. 나는 그 차이를 잊지 않으려고 했다.
바다 위의 등불은 북쪽으로 움직이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우리는 그 위치를 서로 다른 기준에서 관측했다. 나는 부두 끝의 쇠고리를 기준으로 각도를 쟀고 헤론은 별빛을 이용했다. 테온은 등불의 이동 시간을 기록했다. 미라는 조류를 확인했다. 네 기록은 거의 일치했지만, 바닥에 실제 배가 지나갔다는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 목소리는…” 내가 말하려 하자 미라가 손을 들었다.
“지금은 말하지 마.”
그녀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가볍게 펼쳤다. 내게 보여 주지 않은 마지막 줄이 있었다. ‘혹시 내 목소리를 다시 듣더라도, 내가 있는 곳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의 귀환도 완료로 적지 마.’ 글씨는 오래되고 일부가 번져 있었다. 미라는 그 글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뛰어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모엘은 전당 종실의 봉인 상태를 확인했다. 전날 밤에는 아무도 종을 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야간 경비병 한 명이 동쪽 데크에서 금속 장치를 운반하는 사람을 봤다고 증언했다. 경비병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가 실제로 본 시간과 방향만 기록했다. 새로 들어온 금색 원판이 그 장치였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아직 물증은 없었다.
점심 전에 미라와 나는 갑판에서 등불이 사라진 방향을 다시 살폈다. 그녀는 동생이 어릴 때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며 한 말을 들려주었다. ‘누군지 알아보기 전에 손부터 잡아야지.’ 그 말 때문에 미라는 어젯밤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어둠 속에 보인 등불만으로는 누가 있는지 모르지만, 구조를 시도할 안전한 위치와 시간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바다 쪽에 구조용 부표 하나를 추가로 묶었다. 어떤 사람이 오든 우선 붙잡을 수 있도록. 미라는 그 부표의 매듭을 자기 손으로 두 번 확인했다.
페르딘은 정오에 다시 접수실로 왔다. 이번에는 경계작성회의 공식 문서를 들고 있었다. 별의 전당의 미완료 귀환 기록은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므로 보존단이 모두 한곳으로 옮겨 관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류의 문구는 친절했다. ‘장기 미확정자 보호 및 행정 간소화.’ 나는 그 말에서 왜 이렇게 찬바람이 나는지 모르겠다.
“원본을 어디로 옮길 겁니까?” 내가 물었다.
“인증된 보관소로요.”
“어느 보관소죠?”
“절차가 끝나면 알려 드립니다.”
“그럼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장소로 옮기는군요.”
페르딘의 입술이 얇아졌다. 테온은 모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자료 이동에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헤론도 별의 전당이 실제 관측값의 원본을 보관해야 후대가 재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딘은 우리의 말을 듣고도 문서를 접수대에 놓았다. 우리는 그 문서가 제출됐다는 사실과, 아직 수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별도로 적었다.
오후에는 누군가 접수실에 불을 지르려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문 앞의 기름통에서 냄새가 났고, 등잔받침에는 새로 쓸린 자국이 있었다. 모엘은 즉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물통을 가져오게 했다. 실제 불꽃은 아직 없었다. 키오가 당황해 ‘방화’라고 적으려 하자 나는 그 단어를 지우게 했다.
“불을 붙이려 했는지는 몰라. 지금 확인된 건 기름통이 잘못된 곳에 놓여 있다는 거야.”
그때 복도 반대편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도안이 작은 기름때에 불이 붙었다고 외쳤다. 미라와 테온은 문을 열어 연기가 빠지는 방향을 확보했고 나는 모엘을 도와 원본 상자를 물로부터 보호했다. 니아와 타린은 소방용 천을 가져와 문틈을 막았다. 연기는 금방 가라앉았지만 서류 선반 아래의 모서리가 검게 그을렸다.
누군가 기름통을 일부러 옮겼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원인을 단정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원본이 없어지지 않았고 사람들도 모두 안전하게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저녁 페르딘은 자신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모엘은 그를 범인이라 지목한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더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당신들은 모든 것을 미확정이라고만 하겠다는 겁니까?” 그가 물었다.
“확정할 수 있는 것은 확정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오늘 구조한 사람, 실제 발생한 연기, 잘못 놓인 기름통. 그러나 보지 못한 범인의 얼굴을 임의로 그리지는 않겠습니다.”
헤론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그는 오래전 자신이 지운 별을 다시 기록한 것보다 이 한 문장이 더 어려웠다고 했다. 나는 칭찬을 받았는데도 조금 부끄러웠다. 솔직히 말해 내가 모르는 걸 인정하는 이유는 대개 틀린 지도를 그렸다가 환불해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자 라이나가 종실의 수리일지에 남은 빈 페이지를 발견했다. 작은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이었다. 원형 고리의 동쪽 아래에 삼각형 홈 하나, 서쪽에 물시계실의 통풍구 하나가 있었다. 두 곳을 연결하는 선은 실선이 아니라 점선이었다. 라이나는 아버지가 확정되지 않은 배관을 점선으로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 선이 실제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군요.”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남긴 거겠죠.” 라이나가 답했다.
우리는 다음 날 기계의 물 흐름을 시험하기로 했다. 미라는 바다에서 들은 목소리에 대해 누구에게도 단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그 목소리가 말한 문장을 적었다. ‘배를 가까이 대지 마.’ 실제로 위험이 있었다면 그 경고를 나중에 오는 사람도 알아야 했다.
나는 미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는 어떻게 참았어?”
“참은 게 아니야. 나도 돌아가야 하니까.”
“누구에게?”
그녀는 내게 웃었다. “네가 아직 길을 못 찾은 사람들에게.”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서 있는 동안, 니아가 종실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작은 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속에는 깨진 금색 원판의 조각이 있었다. 물시계실에서 흘러온 물길을 청소하다 발견했다고 했다. 조각 안쪽에 제조처 표식이 남아 있었다.
‘경계작성회 지정 공방, 동쪽 대조반.’
우리는 마르첸의 상단이 이 장치를 구입했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계 원본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 조각은 적어도 어디에서 개조가 이루어졌는지 조사할 수 있는 단서였다.
다음 날 새벽, 별의 전당 벽을 따라 가느다란 은색 선이 생겼다. 금속 고리의 그림자와 닿는 부분만 반짝였다. 별가루 지도에는 분명히 이미 존재했던 좁은 배수로의 위치가 나타났다. 하지만 중간의 세 걸음은 비어 있었다.
“저기까지는 확인됐습니까?” 키오가 물었다.
“아직은 일부만.” 내가 말했다.
미라는 밧줄을 들었다. 이번에는 내 앞을 지나치지 않고 내게 먼저 물었다.
“그 세 걸음을 확인할 준비가 됐어?”
나는 모엘과 도안을 바라봤다. 물시계실의 수위 기록이 전날보다 안정돼 있었다. 확인할 수 있는 시간과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만 오늘도 누가 실제로 돌아왔는지부터 기록합시다.”
제10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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