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물에서 건져 올린 다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따뜻한 담요를 덮어 주는 일이다. 그다음은 물을 마시게 하고, 젖은 신발을 벗기고, 본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사람이 쥔 낡은 종이를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비밀이라고 떠드는 것.
나는 그 순서를 지키려 했는데 키오가 자꾸 접수증을 들여다봤다.
“루카스 이름이 또 나왔잖아요.”
“알아.”
“그럼 드디어 찾은 것 아닙니까?”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찾았지. 사람은 못 봤어.”
니아는 응급 침상에서 손을 녹이고 있었다. 루시엔이 보내 준 약초를 모엘이 물에 풀어 주자 그녀의 손끝에 조금씩 붉은 기운이 돌아왔다. 미라는 니아 앞에 매듭을 놓았다. 오른쪽으로 세 번 감긴 매듭 끝에는 붉은 실 한 가닥이 섞여 있었다. 니아는 그것을 오래 살펴보다 자신이 상자에서 본 매듭은 끝이 왼쪽으로 꺾여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매듭이라는 거군요.” 내가 말했다.
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같은 일을 하던 사람들이 썼을 수는 있어.”
니아는 별의 전당에 오기 전 작은 선착장 일을 도왔다고 했다. 그곳에서 보던 보급 상자들은 매듭 끝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꺾어 발송지를 구분했다. 오른쪽은 무월항, 왼쪽은 북쪽 별의 전당에 보내는 수신 상자를 뜻했다. 그 설명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선착장의 구형 운송 장부가 필요했다.
나는 배로 내려가 오래된 항해일지와 니아가 그린 매듭을 나란히 놓았다. 미라는 자신의 동생이 남겼을 가능성이 높은 편지를 꺼내 보여 주었다. 편지의 봉인 끝에는 오른쪽 매듭이 있었다. 반면 니아가 발견한 상자의 왼쪽 매듭은 수신처의 표시였다. 같은 사람이 묶은 흔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그 편지를 별의 전당 쪽으로 보내려 했을 가능성은 조금 더 구체적이 되었다.
“동생이 이곳에 왔다는 뜻일까?” 미라가 속삭였다.
“그럴 수도 있고, 동생이 쓴 편지가 여기로 전달됐다는 뜻일 수도 있죠.”
그녀는 내 대답이 달갑지 않은 듯 눈썹을 찌푸렸다. 나는 나 역시 같은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마음이라는 이유로 사실까지 같게 쓸 수는 없었다.
선착장에는 작은 노파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윤베라고 불렀다. 예전에는 별의 전당과 무월항 사이의 소포를 관리했다고 했다. 윤베는 우리를 보자마자 요금부터 물었다.
“운송료를 받으실 생각입니까?” 내가 물었다.
“옛 장부를 뒤져 달라면서 내 시간은 공짜라고 생각해?”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돈이 많지는 않습니다.”
“지도 제작자라더니 손님한테 길을 팔 돈은 없나 보네.”
“환불이 많아서요.”
윤베는 내 변명을 듣고 웃었다. 그녀는 바닷바람을 피해 고개를 숙인 채 낡은 장부를 펼쳤다. 실제 운송기록에는 오른쪽 매듭을 쓴 발송 상자가 한 번, 왼쪽 매듭을 쓴 수신 상자가 두 번 등장했다. 첫 번째 상자는 무월항에서 출발해 북쪽 관측항까지 도착했다. 그 뒤의 구간은 다른 사람이 맡았다. 하지만 운송 완료 도장이 찍힌 날짜가 실제로 배가 침몰했다는 날과 같았다.
“그날은 운송하지 못했어.” 윤베가 말했다. “폭풍 때문에 항구를 닫았거든.”
“그럼 이 도장은 누가 찍었죠?”
“항구가 다시 열리고 나서 누군가 사무소에 와서 찍어 갔지. 나는 그걸 직접 보진 못했어. 당시 당직자가 그렇게 적었을 뿐이야.”
나는 그 주장을 따로 적었다. 윤베는 종이 한 장을 찢어 주었다. 옛 당직자가 남긴 서명 견본이었다. 사인 끝에는 작은 물결 표시가 있었는데, 우리가 별의 전당에서 본 접수증의 표시와 닮았다.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항구 사무소를 나설 때 바다 쪽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작은 목선이 부두에 부딪혀 옆으로 뒤집혔다. 선원이 배 아래에 깔린 채 물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미라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테온은 부두의 쇠고리에 밧줄을 묶었고 키오는 구명환을 가져왔다. 나는 다가오는 물결을 세며 배가 다시 부딪히는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파도 뒤에 배가 왼쪽으로 돌아요!” 내가 외쳤다.
“그 전에 빼야 해!” 미라가 대답했다.
선원의 팔이 수면 위로 나왔다. 미라가 손을 잡고 테온이 밧줄을 잡아당겼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선원이 배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거칠게 기침했다. 우리는 부두에서 안전한 위치까지 그를 끌어올리고 따뜻한 천을 덮어 주었다. 선원은 자신을 데르라고 소개했다. 목선에 실은 짐은 별의 전당에 보낼 수리 부품이었다고 했다.
“누가 수리를 부탁했습니까?” 모엘이 물었다.
데르는 젖은 외투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거기에도 왕실 대리 보존단의 인장이 있었다. 그러나 선적 목록을 보면 들어오는 부품들은 금속 고리의 구조를 지탱하는 부품이 아니라 복제판의 글자를 바꾸는 원판이었다.
“배가 뒤집힌 게 사고입니까?” 미라가 물었다.
“나는 파도를 잘못 읽었어.” 데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빨리 내리라고 호루라기를 불었지.”
우리는 부두의 실제 파도와 도착시각, 목격한 사람들의 말을 기록했다. 부두 안쪽에는 금색 망토를 입은 사람 둘이 있었지만, 그들이 호루라기를 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고장 난 원판을 데르의 짐에서 함부로 꺼내지 않았다. 모엘과 데르의 동의 아래 부품의 목록과 제조 표식만 확인했다.
그날 오후 윤베는 옛 운송 장부에서 한 장을 더 찾아왔다. 왼쪽 매듭이 붙은 마지막 상자의 수령 칸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세 점이 모인 삼각형 표식이었다. 우리 지도통의 안쪽에서 본 흠집과 닮았지만, 역시 정확하게 맞지는 않았다.
“이 표식은 누구 것입니까?” 내가 물었다.
“사람 이름이 아니라 분류 칸이었어.” 윤베가 말했다. “발송자가 자기 이름을 적지 않아도 나중에 수신처를 찾게 하려고 쓰던 표시였지.”
나는 순간 숨이 막혔다. 우리가 그토록 쫓던 흠집이 특정 인물의 서명조차 아닐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을 듣자 미라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그럼 내 동생의 편지에도 누가 나중에 이 표시를 붙였겠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누구인지는…”
“알아. 아직 모른다는 거.”
해가 기울자 우리는 선원 데르가 안전하게 돌아간 경로를 새 장부에 적었다. 윤베는 구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었다. 모엘은 전당에서 보냈다는 수리 부품을 점검해 자신이 주문한 목록과 다른 부분을 표시했다.
그날 밤 니아가 내게 조용히 물었다. “제게 상자를 찾으러 가라고 한 사람이 정말 루카스라면 어떻게 하죠?”
“그 사람을 찾으면 직접 물어봐야겠죠.”
“그 전에 상자가 먼저 없어지면요?”
나는 답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전당 위에서 종이 세 번 울렸다. 잠깐의 침묵 뒤 두 번의 대답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자동 종이 작동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미라가 곧바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그녀를 따라 부두 끝으로 갔다. 별의 전당 동쪽의 어두운 수면에 작은 등불이 떠 있었다. 등불 아래에 낮은 뱃머리 하나가 보였다. 실제 배인지 오래된 그림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등불은 분명 누군가 손으로 들고 있는 듯 움직였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라, 배를 가까이 대지 마.”
미라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손목의 매듭을 움켜쥐었다.
제10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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