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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06화
PAYLUA ORIGINAL · 제106화

제106화 - 물시계실의 미배달 상자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13자

오프라인 책장
동쪽 물시계실에 들어가는 허가는 쉽게 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구도 그곳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허가서를 받아 들고 웃자 모엘은 진지하게 말했다. “들어가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다섯이었는데, 실제로 돌아온 사람은 둘뿐이에요.” 나는 웃음을 거뒀다.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숫자는 절반이 아니라 미확인이라는 단어였다.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인지 기록이 없다는 뜻인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 “그 둘은 언제 돌아왔습니까?” 내가 물었다. “한 명은 삼십 년 전. 다른 한 명은 어제요.” “어제요?” 모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돌아온 사람은 전당의 야간 배수 점검을 맡았던 젊은 견습생이라 했다. 그는 물시계실 근처에서 작은 상자를 발견했고, 누군가 동쪽 문을 안쪽에서 잠갔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의 출입 허가서에는 동쪽 문이 아닌 서쪽 점검로가 적혀 있었다. 실제 어디까지 갔다 왔는지 더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전날 구조한 타린의 상태부터 살폈다. 발목의 붓기는 조금 가라앉았다. 그는 길을 안내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배수정의 구조는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도안은 그 말을 듣고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불안한 건 타린의 발목만이 아니었다. 전당의 각 물시계는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고, 어제 열렸던 남쪽 배수로가 오늘 아침에는 절반이나 막혀 있었다. 미라는 선원 두 사람을 배에서 불러왔다. 그들은 밧줄과 작은 부표를 갖고 동쪽 바위 주변의 물살을 조사했다. 테온은 모엘과 함께 수문 위치를 확인했고 키오는 헤론에게 시계 바늘의 이동을 기록했다. 나는 다들 해를 지기 전에 돌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말이 내 직업의 공식적인 의무가 되었다는 사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동쪽 물시계실의 외벽에는 세 개의 작은 수로가 연결돼 있었다. 첫째는 비를 모으는 수로, 둘째는 바닷물을 빼는 수로, 셋째는 오래된 관측 기계의 냉각수로였다. 최근 설치된 금색 관이 둘째와 셋째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 관이 열리면 물시계실의 수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었다. “누군가 원래 구조를 바꾼 거군요.” 내가 말했다. 모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 기록은 있는데 작업자 이름이 없어요. 사업체만 적혀 있죠.” 명칭은 왕실 대리 보존단이었다. 도안은 그 관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불만스럽게 말했다. “쇠 두께도 다르고 이음새도 틀립니다. 누가 이런 걸 만들어서 돈을 받아 갔지?” “누군가 아주 좋은 장사를 했네요.” 내가 대답했다. “동시에 가장 나쁜 공사를 했고.” 우리는 금색 관의 위치를 그대로 보존하고 수문 하나만 안전한 방향으로 돌렸다. 모엘은 장치가 더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다음 미라가 물에 부표를 던져 조류의 방향을 측정했다. 실제로 건널 수 있는 짧은 시간은 정오 전이었다. 물시계실 안에는 수많은 유리 관이 매달려 있었다. 관마다 다른 속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몇몇 관에는 날짜표가 붙었고 어떤 것은 날짜가 지워져 있었다. 헤론은 눈금을 읽다가 발을 멈췄다. 세르안이 젊을 때 사용하던 관측 방식과 같다는 것이다. 하늘의 별빛이 변할 때마다 시계의 물방울이 같은 속도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관측대는 여러 시각을 따로 적었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장치를 왜 한 개의 시간으로 합치려 했을까요?” 키오가 물었다. “한 장의 보고서로 보이게 하려고.” 헤론이 말했다. “동일한 시간이라고 하면 서로 다른 증언을 하나로 처리하기 쉽거든.” 우리는 물시계 중 하나가 막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금색 얇은 판이 관의 입구에 끼워져 있었다. 판에는 ‘귀환 완료’라는 글자가 반복되어 있었다. 반대쪽에는 ‘미확인’이라는 단어를 긁어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모른다’는 상태를 기계에서 삭제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걸 빼면 물이 어디로 흐르죠?” 미라가 물었다. 도안이 배수도면을 확인했다. “현재 설치된 관을 따라가면 아래쪽 도크로 내려가요. 거기 사람 있으면 위험합니다.” 우리는 판을 빼지 않았다. 안전한 수조를 별도로 준비해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확인한 다음에만 움직이기로 했다. 그때 물시계실 아래층에서 쇠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라가 먼저 발을 멈추고 물었다. “누구 있어요?” 짧은 침묵 뒤 누군가 대답했다. “들어오면 문이 닫혀요. 제발 거기 서 있어요.” 목소리는 어린 여자의 것이었다. 우리는 당장 계단을 내려가지 않았다. 위에서 마른 밧줄을 걸고 대화를 이어 갔다. 그녀는 자신을 니아라고 소개했다. 삼십 년 전 전당에서 사라진 기록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다고 했다. 자신이 이곳에 갇힌 지 얼마인지 모른다고 했지만, 손목에 차고 있는 물시계는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누가 부탁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서류에는 루카스라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제게 직접 말한 적 없어요.” 나는 헤론과 눈을 마주쳤다. 지금까지 루카스의 이름이 사용된 서류는 있었지만, 그가 직접 누구에게 명령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니아가 보여 준 접수증도 확인해야 했다. 지하의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안이 외쳤다. “누가 바깥 수문을 열었어요!” 우리는 즉시 위쪽 배수도를 점검했다. 밖에서 누군가 수문에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 금속 손잡이 아래에는 새 장갑의 기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금 누가 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위는 빠르게 올라갔다. 니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기 발판이 잠기고 있어요!” 미라가 짧게 지시했다. “테온, 밧줄을 고정해. 도안은 수조로 물을 돌려.” 나는 모엘과 함께 다른 방향의 배수문을 열었다. 헤론과 키오는 수위를 분 단위로 읽었다. 그 수치를 바탕으로 미라가 안전한 내려갈 시간을 결정했다. 그녀는 먼저 밧줄을 타고 내려가 니아의 허리에 매듭을 묶었다. 나는 위에서 그 매듭이 어떤 방향으로 당겨지는지 확인했다. 테온과 모엘이 힘을 합쳐 니아를 끌어올렸다. 니아가 마른 바닥에 닿자마자 금속판 아래의 물시계가 깨졌다. 끊어진 관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미라를 끌어올린 뒤 문을 닫고 수조로 흐르는 길을 확보했다. 사람들은 모두 전당 위층으로 올라왔다. 니아는 떨리는 손으로 자기 이름을 적었다. 지하에서 나온 시간은 모엘과 키오가 함께 확인했다. “이제 돌아온 사람 한 명이 늘었군요.” 내가 말했다. “그럼 이름 옆에 완료라고 쓰나요?” 니아가 물었다. “오늘의 구조 기록에는 그렇게 써도 됩니다. 다만 삼십 년 전 누군가의 귀환 기록까지 대신 쓰지는 않을 겁니다.” 니아가 내민 접수증에는 루카스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서명이라기보다 오래된 문서에서 찍어 낸 인영과 같았다. 접수일은 어제. 수령 예정일은 내일. 종이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미라가 자신의 매듭 끝에 섞인 붉은 실을 꺼내 놓자, 니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 실, 저도 알아요. 물시계실 아래 상자를 묶을 때 쓰였어요.” “상자에는 무엇이 있었죠?” 내가 물었다. “열어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겉면에 적힌 말은 봤어요.” 그녀는 잠깐 숨을 고른 뒤 또박또박 말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의 관측일지.’ 그리고 작은 글씨로 ‘누구의 이름도 빌리지 말 것.’” 나는 손목의 물방울을 닦았다. 별의 전당에서 찾던 마지막 자료가 이제야 구체적인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자는 여전히 물 아래 있었고, 그 안에 실제로 무엇이 남아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오늘은 사람을 한 명 구한 것으로 충분했다. 내일도 물이 빠진다는 보장조차 없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귀환 기록을 먼저 완성하려고 서두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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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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