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전당에는 세 층이 있었다. 건축도에는 두 층밖에 없었다. 관광 안내서에는 아예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직업이 지도 제작자라고 생각했는데, 건축사의 고충도 만만치 않을 모양이었다.
“제3 층이라는 말이 진짜 높이를 뜻할까요?” 키오가 물었다.
“일단 위를 봐야겠죠.” 내가 말했다.
모엘은 부서진 지붕 아래에 남아 있는 나선 계단을 보여 주었다. 계단은 위쪽에서 끊겨 있었다. 하지만 타린이 가져온 봉인 종이에는 나선 계단이 아니라 ‘세 번째 대조 층위’라는 문구가 있었다. 서로 다른 날짜의 전당에서 같은 방을 관측한 순서를 뜻할 수도 있었다. 헤론은 천문표를 가져와 하늘의 위치와 맞춰 보았다.
“이 전당은 세 번의 별락을 겪으며 같은 지붕이 세 위치에 남았어.” 그가 말했다. “서류상의 삼층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관측 날짜를 가리키는 이름일 가능성이 있지.”
“일단 저는 계단으로 올라가지 않겠습니다.” 내가 답했다.
우리는 안전한 관측 지점을 찾았다. 모엘은 지붕 아래 두 곳의 구조 상태를 확인해 주었다. 미라와 테온은 고리 아래에 밧줄을 설치했고 키오는 헤론의 낡은 측각기를 삼각대에 고정했다. 세 시기의 지붕이 겹쳐 보이는 시간은 짧았다. 한 시기의 돌을 밟아 다른 시기의 계단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관측 위치와 시간을 각각 기록하는 일이었다.
정오에 흰 금속 고리의 틈으로 해가 들어왔다. 바닥에 세 줄의 그림자가 생겼다. 첫째 줄에는 관측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름, 둘째 줄에는 귀환한 날짜, 셋째 줄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음’이라는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나는 그림자를 손으로 잡으려다가 미라에게 손등을 맞았다.
“빛인데 왜 잡으려고 해?”
“혹시 기계가 움직이는 건가 해서요.”
“그럼 손이 아니라 눈으로 먼저 봐.”
그녀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문양이 실제 돌 위에 새겨진 것인지, 그림자의 겹침으로 생긴 것인지 구분했다. 바닥을 만져 보니 세 번째 줄 아래에만 작은 홈이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미확정 상태를 표시하는 빈자리를 남겨 둔 것이었다.
테온은 그 홈을 들여다보며 오래된 왕실 문장을 발견했다. 다만 문장의 모양은 루메르의 국장과 달랐다. 왕관이 아니라 손을 내밀고 있는 작은 사람 셋의 그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전해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별락이 잦았던 때 왕실은 측량사 세 사람에게 각기 다른 의무를 맡겼다고 했다. 나갔던 길을 확인하는 사람, 돌아온 날을 적는 사람,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나는 여백의 항구에서 들은 설명을 떠올렸다.
“세 사람에게 각기 다른 의무를 맡긴 거군요.”
“그런데 왕실의 기록에는 첫 번째 사람의 이름만 남았어요.” 테온이 말했다.
“전설을 만들려면 나머지 두 사람의 급료를 아낄 수 있겠네요.”
테온은 내 농담에도 웃지 않았다. 세 사람의 이름이 지워진 이유가 왕실의 승인 과정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록을 찾아내면 자신의 이름으로 덮어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던 사이 낯선 방문객이 나타났다. 긴 치마 아래에 작업화가 보이는 여성이었다. 짐은 거의 없었지만 낡은 나무자가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라이나라고 소개했다. 별의 전당에서 삼십 년 전 종의 균형을 맞추던 기술자의 딸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남긴 수리일지를 돌려받으러 왔다고 했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오셨어요?” 모엘이 물었다.
“뒤편의 돌다리를 건넜어요. 지금은 해가 좋아서 보여요.”
미라는 즉시 바깥을 확인했다. 뒤편 돌다리는 실제로 물 위에 드러나 있었고 라이나의 발자국도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 지도의 어제자 기록에는 그 다리가 없었다. 나는 오늘의 관측값으로만 다리를 표시했다. 라이나는 내가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종을 쳐서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고.”
그녀가 내민 수리일지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종소리 규칙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는 조사원 출발, 두 번째는 안전한 귀환 확인, 세 번째는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위한 대기 신호. 두 번째 종은 당사자나 직접 목격한 사람이 없으면 울려서는 안 됐다. 그런데 최근의 자동 기계는 세 개를 한꺼번에 울리도록 개조되어 있었다.
“누가 바꿨을까요?” 키오가 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모릅니다.” 라이나가 답했다.
나는 개조된 쇠톱니의 낡은 부분과 새 부분을 나눠 적었다. 헤론은 종소리를 측정하던 원래 장치가 천문표의 관측 시각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아냈다. 무월항에서 자동 귀항종이 문제를 일으켰던 장면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같은 설계 변형을 퍼뜨렸을 수도 있었다.
오후에 지붕 쪽에서 위험한 일이 생겼다. 라이나가 수리일지의 원본을 찾으러 높은 선반에 올라갔을 때, 멀리서 금속 고리가 떨리며 창틀이 들썩였다. 낡은 돌조각이 떨어졌고 라이나가 발을 헛디뎠다. 테온이 아래에서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미라가 밧줄을 당겼고 모엘이 사다리 밑을 받쳤다. 나는 도안과 함께 지지대를 밀어 고리가 떨어지는 각도를 바꿨다.
“지도를 보는 사람은 어디 갔어?” 미라가 외쳤다.
“여기서 지지대를 보고 있습니다!”
“그럼 잘 보고 있어!”
밧줄이 팽팽해지며 라이나가 선반에서 안전한 바닥으로 내려왔다. 손가락이 조금 찢어졌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우리는 고리의 움직임을 멈추고 작업을 중지했다. 수리일지는 젖은 벽 뒤의 서랍에서 발견됐다. 그날 구조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뒤 기록에 적었다. 라이나는 스스로 ‘귀환 완료’라고 쓰지 않고 ‘관측실에서 안전하게 나옴’이라고 적었다.
저녁에 라이나는 아버지의 기록에서 이상한 부분을 보여 주었다. 마지막 수리일의 다음 장이 통째로 찢겨 있었다. 그러나 책등에 남은 얇은 조각에는 두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나는 에르안, 다른 하나는 루카스였다. 그 아래 줄은 절반만 남아 있었다.
‘제삼 대조층 — 출발 서명과 수신 서명이 같아서는 안 된다.’
“이건 아버지의 글씨예요.” 라이나가 말했다.
헤론은 고개를 숙였다. “서기 루카스가 무엇을 받았는지 더 분명해지겠군.”
그날 밤 우리는 전당의 세 번째 대조층을 찾아냈다. 실제 건물의 위층도, 숨겨진 보물 창고도 아니었다. 서로 다른 날짜의 관측 자료를 비교하기 위해 지붕의 금속 고리가 만드는 세 번째 그림자를 사용하는 작업대였다. 그 작업대에는 한때 네 개의 서명칸이 있었고, 최근 금색 덮개가 두 칸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덮개를 벗기지 않고 먼저 라이나에게 원래 도면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오래된 수리일지와 같은 모양을 확인한 뒤 모엘이 입회했다. 금색 덮개를 살짝 들어 올리자 네 번째 빈칸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이름이 아니라 한 줄의 경고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귀환을 완료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키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우리가 찾던 첫 지도 제작자는 사람의 이름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답했다. “하지만 이름이 지워진 사람들이 실제로 없었다는 뜻은 아니야.”
별가루 지도 가장자리에 은빛 선이 짧게 빛났다. 선은 새 길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이미 지나온 전당의 계단 세 곳에 서로 다른 날짜를 표시했다. 그리고 작업대 아래의 돌판에서 작은 문장이 드러났다.
‘첫 지도 제작자의 귀환 확인은 미완료. 자료의 마지막 수신지 — 별의 전당 동쪽 물시계실.’
모엘은 동쪽 물시계실이 오래전 침수로 폐쇄됐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까지 실제로 누가 들어갔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다음날 물이 빠질 때 출입로를 재검증하기로 했다. 나는 아르켄에서 처음 지도 가게를 열었던 날을 생각했다. 그때는 빈칸이 창피해서 싫었다. 지금은 누군가를 지키는 자리일 수도 있다는 걸 조금 알 것 같았다.
제10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