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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02화
PAYLUA ORIGINAL · 제102화

제102화 - 내일 접수된 귀환증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72자

오프라인 책장
누군가 문 안에서 말을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을 여는 것일까. 적어도 지도 제작자는 그렇지 않다. 문 앞의 바닥이 실재하는지부터 살핀다. 나는 그 원칙을 지키느라 사람들에게 종종 겁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살아 있는 겁쟁이가 죽은 영웅보다 지도를 더 많이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다시 말씀해 주세요!” 미라가 지하실 문을 향해 외쳤다. 대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쇠파이프가 돌벽에 닿는 것 같은 마른 소리가 들렸다. 세 번, 그리고 두 번. 모엘은 등잔을 더 가져오고 도안은 배수로 도면을 펼쳤다. 도면에 따르면 문 뒤에는 낡은 자료실이 아니라 오래된 수위 측정통로가 있었다. 그 통로는 두 번의 별락을 지나며 기록에서 사라졌다. “사람이 있다면 숨 쉴 구멍은 있어야 해요.” 모엘이 말했다. “구멍이 없으면 지금 누군가의 목소리도 못 듣겠죠.” 미라가 응수했다. 도안은 통로 위쪽의 환기구를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를 혼자 보내지 않았다. 앞서 오른쪽 보존실에서 잘못된 점검표 때문에 죽을 뻔한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모엘과 함께 환기구를 확인하도록 했다.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종소리 한 번으로 알렸다. 미라가 왜 자신이 익숙한 세 번-두 번 박자를 쓰지 않느냐고 묻자, 나는 문 안의 발신자가 그 신호를 아는 이유조차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첫 번째 환기구는 돌가루로 막혀 있었다. 두 번째는 오래전부터 바다 쪽으로 열린 작은 창과 연결돼 있었다. 창살 틈으로 넣은 얇은 종이가 안쪽에서 젖었다. 누군가 방금 만진 흔적일 수도 있고, 오래된 물기가 남아 있던 것일 수도 있었다. 키오가 종이를 맡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잉크 냄새가 나요.” “바닷물에 잉크가 섞였을 리 없지.” 헤론이 말했다. 그는 자기 말에 곧바로 덧붙였다. “물론 누군가 여기서 계속 기록을 썼다면 말이 다르겠네.” 우리는 무리하게 문을 부수지 않았다. 전당의 구조는 땅이 한 차례 접히면 바뀌었고, 지지대 하나가 무너지면 오른쪽 복도까지 수몰될 수 있었다. 도안은 바깥 배수정에서 수문을 수동으로 열면 지하 복도에 고인 물이 한 뼘 내려갈 거라고 했다. 모엘은 이전 점검일지를 확인한 뒤 허가했다. 작업할 사람의 이름과 시각도 적었다. 신기하게도 누군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완료’라는 도장이 없어도 절차가 필요했다. 그날 낮, 테온은 왕실 대리 보존단이 맡겼다는 새 통행지시서를 찾아냈다. 그 지시서는 여섯 번째 계단을 건넌 사람이면 누구든 ‘왕실 입회자’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테온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루메르의 왕자였지만 한 번도 이런 법을 본 적이 없어.” “왕국이 사라진 뒤에 생긴 법인가 보군요.” 내가 말했다. “사라진 왕국의 법이 살아 있는 사람을 구속한다는 건 말이 안 돼.” 나는 그 말을 장부에 그대로 적었다. 오래된 권위는 편리한 손잡이였다. 그 손잡이를 잡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서류를 열 수 있다면, 결국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사람의 실제 발자국일 것이다. 오후에는 오른쪽 자료실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견됐다. 금색 복제판에 기록된 에르안의 귀환일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납판의 관측 중단일과 같았다. 벨로크가 흰 별 계단에서 사용했던 도장 모양과 일치했다. 단지 날짜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이 돌아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본은 그 날짜를 기점으로 이른바 ‘귀환자 전용 통행권’을 발급하고 있었다. “누군가 에르안의 귀환을 이용해 금고를 열었을 수도 있겠네요.” 키오가 말했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아직 금고를 연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잖아.” 나는 원본을 모엘의 접수대에 남겨 두고 대조용 탁본만 만들었다. 미라가 이설에게 전달할 짧은 보고서를 썼다. ‘귀환 완료 판정은 당사자 증언 없이 발급. 원안과 불일치.’ 그 글씨가 어찌나 단호한지 나는 보고서도 바닷물에서 헤엄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수정의 수문을 열자 지하 복도에서 탁한 물이 빠졌다. 우리는 밧줄을 허리에 묶고 왼쪽 문 옆의 좁은 정비 구멍으로 들어갔다. 미라가 앞에서 밧줄을 고정하고 테온은 후방을 지켰다. 어둠 속 벽에는 날짜가 다른 목재 표찰이 셋 붙어 있었다. 첫째는 ‘관측 전’, 둘째는 ‘관측 중단’, 셋째는 ‘귀환 완료’. 그런데 셋째 표찰만 최근의 못으로 박혀 있었다. “못이 새것인 걸 증명해도 기록 전체가 새것이라는 뜻은 아니죠.” 내가 말했다. “오늘은 네가 먼저 말하기 전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미라가 대답했다. 정비 구멍 끝에서 작은 널판지가 흔들렸다. 판을 밀자 좁은 방이 드러났다. 빈 책상 하나와 종이 더미, 녹슨 물주전자, 낡은 코트가 있었다. 누군가 지금 막 나간 방처럼 느껴졌지만 먼지가 전부 고르게 쌓여 있었다. 헤론이 코트의 안주머니를 살폈다. 거기에는 루메르 관측원의 표식과 날짜가 다른 두 장의 통행표가 있었다. “지하실에서 말한 사람은 어디 있죠?” 도안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방 안쪽에 기계장치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톱니를 감아 두면 금속 바늘이 두드리는 소리가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흰 별 계단에서 본 자동 종 장치와 닮았다. 바로 그때 벽 뒤에서 소리가 났다. 세 번. 두 번. 그리고 그 사이에 분명한 사람이 내쉰 숨소리. “이건 자동 장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미라가 말했다. 소리의 방향을 따라가자 벽 아래에 좁은 회전문이 있었다. 문을 돌리려는 순간 지붕에서 돌가루가 떨어지고 바닥이 흔들렸다. 바닷물이 반대쪽 수로로 들어온 것이다. 도안이 소리쳤다. “지금 저 문을 열면 바닥 전체가 꺼질 수 있어요!” 우리는 즉시 뒤로 물러났다. 회전문 너머에서는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닫힌 문에 손바닥을 대고 천천히 말했다. “사람이 있다면 저희는 문을 억지로 열지 않을 겁니다. 안전한 쪽을 확인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물소리 너머로 작은 탁음이 한 번 울렸다. 그 한 번은 전날의 녹음판과 박자가 달랐다. 모두가 지상으로 나오자 모엘은 낡은 지하실 도면을 접었다. 도안은 안전한 두 번째 배수로를 찾아 밤새 작업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손목에 생긴 상처를 보고 먼저 쉬라고 했다. 모험이란 대개 무리한 야근을 멋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 질 무렵 헤론은 코트 안주머니에서 찾은 두 통행표의 뒷면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한 장은 에르안의 관측 중단일, 다른 장은 그보다 하루 뒤의 ‘수신 확인’ 날짜였다. 수신인 칸에는 이름 대신 짧은 문장이 있었다. ‘루카스. 귀환 완료를 보고하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만약 루카스가 그 경고를 받았다면, 그가 에르안 대신 귀환했다고 서명했다는 소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키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이 거짓말한 건가요?” “거짓말을 한 기록과 거짓말을 한 사람은 아직 같지 않아.” 내가 답했다. 밤이 되자 전당 오른쪽의 복제판에 금빛이 번졌다. 우리는 문을 잠그지 않고 그 현상을 멀리서 살폈다. 판 위에는 에르안의 이름 아래 두 번째 줄이 나타났다. ‘대리 귀환자: 루카스.’ 그리고 마지막 줄. ‘접수 시각: 내일 새벽.’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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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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