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검토위원회는 발표 자료에 이름을 넣지 않았다. 대신 배정 기능이 만든 열네 건의 기록에 번호를 붙였다. 한 장의 표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구은정이 표의 첫 줄을 읽었다.
"외부로 전달된 일곱 건입니다. 여기에는 당사자 확인이 된 사례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함께 있습니다."
지훈은 김도연과 이민경의 이름을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이름으로 된 추천을 확인했고, 정정을 요청했다. 조경섭의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기록 속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보류된 여섯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나예린이 물었다.
"현재 외부 전송이 멈춘 상태입니다. 정식 운영 경로에만 해당되는 조치입니다. 같은 자료가 다른 경로로 이미 이동했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완전 삭제는 아니군요."
"네. 보존이 필요한 자료도 있습니다. 무작정 지우면 누가 어떤 오류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근거가 없어질 수 있어요."
철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열네 개만 지우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지훈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록을 지우는 것과 사람이 입은 일을 되돌리는 것은 같지 않았다. 지훈은 빵집에서 밀가루 반죽을 망쳤을 때 철민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반죽을 버리는 것만으로 왜 실패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 빵을 위해 온도와 시간을 남겨야 했다.
마지막 한 건은 내부 시험 채용소로 분류됐다. 기록보존지원실의 기술 검토자는 운영 원본을 직접 검증한 뒤,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왔다. 그 건에 등장한 후보자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상담 기록에서 만들어진 익명화 표본이었다. 익명화가 충분했는지, 재식별 위험이 있었는지는 추가 조사 중이었다.
"적어도 실제 사람의 기록이 이용됐다는 건 확인된 거네요."
예린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일은 필요한 담당자가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가 볼 자료는 아닙니다."
구은정이 대답했다.
오후가 되자 새 출발 소개소에는 손님 두 명이 찾아왔다. 한 명은 조경섭이었다. 그는 한림물류 면접을 보고 왔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은 김도연이었다. 도연은 출판사 첫 출근을 무사히 마쳤다며 작은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이거 과자예요. 교정 보다가 점심을 늦게 먹었는데 회사 분이 주셨거든요. 제가 나눠 먹고 싶어서 조금 가져왔어요."
철민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그럼 제가 만든 빵이랑 바꿉시다. 손님들끼리 이렇게 만나면 기념해야죠."
둘은 웃었다. 조경섭은 면접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지훈은 축하하지도 위로하지도 않고 물었다.
"면접에서는 하고 싶었던 말을 하셨습니까?"
"네. 야간 교대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쪽에서도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숨기진 않았습니다."
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네요. 저도 이번에는 퇴근 시간을 먼저 확인했어요."
세 사람은 잠시 과자를 먹으며 각자의 첫 출근 이야기를 나눴다. 지훈은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더 중요한 숫자와 문장이 있었지만, 오늘 이 순간은 누구의 취업 실적도 아니었다.
그날 저녁, 위원회는 B-17 변환 규칙을 분리 검증하기 위한 시정 요구를 발표했다. 운영사는 해당 경로에서 본인 수락 확인 없이 '지원 의사 확인 완료'를 표시하는 기능을 중단하겠다고 회신했다. 지훈은 그 약속의 시행 여부가 후속 점검 대상임을 메모했다.
그러나 운영사 회신에는 마지막 단락이 붙어 있었다.
'B-17과 별개로 후보자 응답 예측 기능에 대한 사전 검토는 진행 중입니다.'
구은정은 읽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
"그 기능은 아직 어떤 권한으로 운용되는지 모르겠네요."
지훈은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능력을 잃은 뒤 그는 처음으로 아무 일도 해결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지금은 달랐다. 오늘 누군가의 첫 출근을 축하할 수 있었다. 모두가 구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지 않은 선택을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믿게 두지는 않았다.
제9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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