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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00화
PAYLUA ORIGINAL · 제100화

100화. 어느 누구의 미래도 대신 쓰지 않는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3,124자

오프라인 책장
새 출발 직업소개소가 문을 연 지 꼭 백 번째 상담 기록을 작성한 날, 오지훈은 처음 쓰던 상담 노트를 꺼냈다. 그 노트에는 커피 얼룩이 남아 있었다. 1화에서 강철민이 책상을 흔들었을 때 묻은 얼룩이었다. 가장 처음 적힌 이름은 강철민. 그 옆에는 지금도 선명한 문장이 있었다. '대상자의 선택을 강요하지 말 것.' 오늘 오전에는 백 번째 상담을 마쳤다. 의뢰인은 마흔다섯 살 전병수였다. 오래 버스 운전을 하다가 허리 통증으로 그만둔 뒤 재고 조사나 도서 분류 업무를 알아보고 있었다. 지훈은 그의 경력과 희망 근무 시간을 메모했다. 병수는 당장 지원하지 않고 일주일 동안 가족과 상의해 본 뒤, 후보 업체의 근무 조건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오늘은 제가 뭘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병수가 말했고, 지훈은 그 말을 기록했다. 추천서도 보내지 않았다. 이 상담 기록이 어떻게 다른 시스템으로 흘러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철민이 출근하면서 그 노트를 봤다. "아직도 갖고 계십니까?" "버리기 아깝잖아요." "제가 책상 부숴 놓을 뻔한 날이네요." "부수진 않았죠. 대신 여기 나사 하나가 영영 헐거워졌지만." 철민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예전에는 주먹을 쓰던 손이었다. 지금은 손톱 안쪽에 밀가루가 조금 남아 있었다. 오전에는 독립 검토위원회의 1차 시정 결과가 도착했다. B-17 변환 규칙의 외부 적용 중지, 확인되지 않은 추천서에 대한 정정 요청 절차, 보류 여섯 건의 재전송 차단 조치가 적혀 있었다. 일곱 건의 외부 전달 기록에 대해서는 각 수신처의 조치 확인이 진행 중이었다. 내부 시험 한 건도 조사 중으로 남았다. 지훈은 페이지 아래쪽에 작은 글씨를 썼다. '시정 조치 접수. 완전 종료 아님.' 구은정이 옆에서 말했다. "이번에는 완료라고 쓰지 않네요." "예전에는 뭔가 끝났다고 적어야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데 아직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기다려야죠." "잘 배웠네요." 은정은 가방에서 별도의 문서를 꺼냈다. 오혜숙의 과거 반대 의사와 000번 원본 제0항의 처리 결과를 확인하는 공문이었다. 교정 기록은 보존됐고, 무응답을 승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번 배정 기능의 후속 검토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본 계정의 전체 기능에 적용되는지까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혜숙 씨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자기 이름이 적힌 범위만 확인하겠다고 하셨어요. 누군가를 대표하는 직함은 원치 않는다고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때 박 씨가 빵집에서 새로 만든 크림빵을 가져왔다. 철민이 레시피를 바꾼 첫 제품이었다.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끝에 옅은 바닐라 향이 남았다. 모두 한입씩 베어 물었다. "어때요?" 철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린이 엄지를 들었다. "이건 제가 사 먹을게요." "진짜로요?" "네. 대신 가격표는 본인이 정하세요. 저한테 적성 분석은 부탁하지 말고." 철민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오후에는 김도연에게서 첫 주 근무표 사진이 왔다. 도연은 자신이 요청한 대로 주 3일을 일하고 있었다. 조경섭에게서는 한림물류의 추가 면접 제안이 도착했다. 수락할지는 가족과 상의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민경은 박람회에서 만난 업체의 품질 보조 면접 날짜를 직접 잡았다. 누구의 사정도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다음 일정은 그들이 직접 고른 것이었다. 그날 늦은 오후, 지훈은 한시온의 어머니에게서 안부 문자를 받았다. 시온은 방송 동아리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고, 윤솔은 학교에서 기른 바질을 집으로 가져갔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묻는 사람에게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두 아이는 누군가의 검증 자료가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사는 사람이었다. 해질 무렵 사무실에 낯선 우편이 도착했다. 발신 기관은 기록보존지원실이었다. 봉투에는 공석관리재단에서 조사 중인 나머지 기능 목록에 대한 추가 안내가 들어 있었다. [제1 기능: 관찰 / 재귀속 보류] [제2 기능: 청취 / 재귀속 보류] [제3 기능: 배정 / B-17 적용 중지 및 후속 점검] [제4 기능: 예측 / 소유권 및 운용 범위 확인 중] 예린이 마지막 줄을 읽었다. "예측. 황주석이 말한 후보자 응답 예측 기능과 이름이 같아요." "같은 기능인지는 확인해야겠죠." 지훈은 공문 뒷면을 넘겼다. 거기에는 처음 보는 신청서가 붙어 있었다. '제4 기능 관련 사전 실증 참여 요청.' 그 아래에는 동의란이 두 개 있었다. '참여 동의'와 '참여 거절'. 지훈은 오히려 그 두 칸을 보고 안심할 뻔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거절 칸이 존재했다. 하지만 문서 하단을 읽자 그 안도감이 사라졌다. '기한 내 미응답 시, 대상자의 과거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예상 응답을 산정하여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 거절 칸이 있어도, 침묵을 예측된 동의로 바꿀 수 있다면 똑같은 문제였다. 철민이 말했다. "선생님. 이번에도 누가 서명하라고 합니까?" "아니요. 이번에는 아직 묻지도 않았는데 제가 할 대답을 계산하겠다는 겁니다." 지훈은 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100번째 상담 노트에는 마지막 문장을 적지 않았다. 대신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밤이 깊어 갈 때, 기록보존지원실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오지훈 상담사님, 제4 기능 자료에서 이상한 기록이 발견됐습니다." "어떤 기록입니까?" "일주일 뒤의 채용 추천 결과가 이미 저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추천 대상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취업 후보가 아니라, 오늘 오전 선생님 소개소에서 상담받은 사람입니다." 지훈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 사람이 지원했다고 기록돼 있나요?" "아닙니다. 더 이상합니다. 그 사람은 일주일 뒤 추천을 거절할 것으로 예상돼 있어요." "그럼 예측 기록 아닙니까?" 전화 너머 담당자가 숨을 골랐다. "문제는 예측이 아니라 그다음 줄입니다." 지훈이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예상 거절 시각: 7일 후] [현재 처리 상태: 거절 선집행] [대상자 취업 추천 자격: 즉시 중지] 지훈은 열린 상담 노트의 빈 페이지를 바라봤다. 사람이 아직 말하지 않은 거절을 미리 벌주는 시스템. 이번에는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선택할 기회 자체를 미리 없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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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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