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석은 사람 많은 장소를 원했다. 누가 누구에게 소리쳤는지 분명히 남을 만큼 사람이 많은 곳. 구은정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이번 만남은 토론회가 아니라 사실 확인 절차였다.
독립 검토위원이 입회한 회의실에서 황주석은 회색 서류가방을 열었다. 그는 000번 원칙의 원본 반출자로 확인된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어떠한 공식 승인권도 없었다. 자신이 만들었던 프로그램의 자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술의 목적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늘 사람을 구하고, 구직자들은 늘 일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정보를 맞춰 주면 둘 다 이익이죠."
지훈은 말없이 들었다.
"그런데 지원 여부를 매번 다시 확인한다면 시기가 늦어집니다. 잠재적 관심을 표현한 사람에게 적합한 자리를 먼저 보내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구은정이 물었다.
"관심을 표현한 것과 지원을 수락한 것의 차이는 아십니까?"
"물론 알죠. 그래서 추천 서비스라고 이름 붙인 겁니다."
"그런데 B-17은 왜 후보 등록을 '지원 의사 확인 완료'로 변환했습니까?"
황주석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 이어 가방에서 운영 자료 한 장을 꺼냈다.
"이건 화면 표시에 불과합니다. 최종 계약 단계에서는 다시 확인하니까요."
"김도연 씨는 야간 근무가 가능하다고 표시됐습니다. 본인이 거절한 조건입니다."
지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누가 그 정보를 제공했습니까?"
황주석은 그를 바라보았다.
"적성 예측 결과라고 들었습니다. 적성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죠."
"그분이 일하고 싶은 시간이랑, 그분이 어떤 일을 잘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철민은 그 말을 듣고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예전 같으면 그 자리에서 책상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메모장 위에 '다른 문제'라고 적었다.
검토위원이 자료의 버전을 물었다. 황주석이 제출한 운영 자료에는 B-17에 관한 변경 이력표가 있었다. 가장 오래된 버전에는 '본인 응답 없으면 처리 중단'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 버전부터 '추천 보류'가 들어갔고, 세 번째 버전에서는 '기본 관심'으로 바뀌었다.
"세 번째 변경은 누가 승인했습니까?"
황주석이 대답했다.
"기술팀의 권고를 받아 운영위원회가 승인한 것으로 압니다."
"본인이 서명한 문서는 없습니까?"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대답은 곧바로 거짓말이라고 판정되지 않았다. 구은정은 승인 경위를 확인할 자료의 제출을 공식 요청했다. 누군가 중요한 문서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그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뒤 황주석이 지훈을 불렀다.
"상담사 선생. 사람들이 정말 자기 적성을 알아요? 강철민 같은 사람이 빵을 굽는 게 본인 생각만으로 가능했겠습니까?"
지훈은 백도식의 빵집 방문을 떠올렸다. 적성을 보던 눈이 있었기에 철민이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이었다.
"아니요. 처음에는 제가 알려 줬죠."
황주석은 이겼다는 듯 웃었다.
"보십시오. 누군가는 대신 알아봐 줘야 합니다."
"알려 주는 것과 대신 결정하는 건 다릅니다. 철민 씨는 두 시간 실습을 직접 선택했어요."
웃음이 사라졌다.
황주석은 서류가방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당신들은 느립니다. 그 사이에 일자리는 사라집니다."
지훈은 대답했다.
"빨리 보내서 다른 사람 인생을 시작시키는 것보다, 늦게라도 본인이 출발하게 하는 게 낫습니다."
황주석이 떠난 뒤 구은정은 제출된 변경 이력에서 예상하지 못한 항목을 발견했다.
[B-17 관련 참조 모듈: AUTO-PLACE]
[후속 연산: 응답률 예측]
예린이 종이를 짚었다.
"응답률을 예측한다는 건 알고리즘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결과를 단순 참고로 썼는지, 사람의 답을 바꾸는 데 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황주석이 숨긴 것은 한 줄의 승인 기록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미래 응답을 현재의 동의로 착각하도록 만든 설계라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9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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