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관리계정의 내부 시험 채용소에는 주소가 없었다. 회사명도, 전화번호도, 실제로 면접을 진행한다는 안내도 없었다. 시스템 목록에서는 단지 'TEST-000'이라는 코드로 표시됐다.
"시험 계정이면 사람이 없는 거 아닌가요?"
강철민이 물었다.
"사람이 없으면 좋겠죠. 그런데 명단에 사람 이름이 들어갔다는 게 문제예요."
나예린은 시험 결과를 보지 못하는 화면을 닫고, 자료 제공 범위부터 확인했다. 보존지원실은 '내부 시험 채용소 수신' 상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확인해 줬다. 거기에 누가 등록됐는지는 개인정보 열람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훈은 구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험이었다는 이유로 실제 사람의 선택이 확인됐다고 처리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다만 실제로 선택이 바뀌었는지는 확인해야 해요. 시험 결과가 운영 자료로 넘어갔는지도요."
은정은 사건번호 하나를 새로 적었다. 열네 건 중 마지막 한 건은 상태가 미확인일 뿐, 자동으로 사고가 났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한편 김도연은 작은 출판사에서 받은 근로조건 안내서를 들고 소개소에 왔다. 주 3일,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네 시. 첫 달에는 오전에 책 재고를 정리하고 오후에 발주표를 입력하는 업무였다.
"이건 제가 원했던 거랑 비슷해요. 그런데 수습 기간이라는 말이 있네요. 이때 급여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당연하죠. 업무 내용과 지급 조건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도연은 출판사에 전화해 설명을 들었다. 상대는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근무 시간과 급여 계산 방식이 서면에 보완돼 도착하자, 도연은 비로소 '수락'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녀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말했다.
"제가 답장 하나를 보내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네요."
"오래 걸렸지만 도연 씨가 보낸 답이잖아요."
지훈이 말했다.
출판사 일은 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도연은 일주일 뒤 첫 출근을 약속하고 필요한 서류를 스스로 준비했다. 지훈은 동백교육운영의 위조 추천서 문제를 그녀의 새 일터에 알리지 않았다. 해당 출판사가 알아야 할 채용 조건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날 저녁 조경섭에게서 짧은 연락이 왔다. 한림물류의 공개 채용에 직접 지원했고, 이번에는 보낸 지원서를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지훈은 그 소식이 반가웠다. 잘못된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같은 업종을 선택한다고 해서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린은 자료를 하나 더 확보했다. 기록보존지원실에서 원본을 대조한 뒤 전달한 운영 흐름도였다. 외부로 나가기 전 추천 후보에게 상태 코드가 붙었다.
[초안 → 후보 등록 → 본인 수락 확인 → 채용처 전달]
그러나 B-17 규칙 아래에는 숨겨진 우회 경로가 있었다.
[초안 → 평가 완료 → 본인 수락 확인으로 표시]
철민이 그림을 바라보다 말했다.
"빵 반죽도 굽기 전에 다 됐다고 도장 찍으면 안 되는데."
예린이 웃음을 참았다.
"이건 그보다 더 심하죠. 구운 빵은 먹어 보면 알지만, 남의 서명은 이름만 같다고 진짜가 아니니까."
기술 검토 결과, 내부 시험 채용소는 그 우회 경로가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목적을 증명할 운영자의 설명은 아직 없었다.
밤 아홉 시, 지훈에게 익숙한 발신인으로 메일이 도착했다.
'황주석 / 발신 목적: 기술적 경위 설명 요청.'
메일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추천이 곧 채용은 아닙니다. 당신들이 그 차이를 알면서 왜 문제를 키웁니까?'
지훈은 답장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황주석의 말에는 절반만 맞는 진실이 있었다. 추천이 곧 채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천을 수락했다고 쓰는 것부터 이미 사람의 말이 바뀌고 있었다.
지훈은 한 문장만 적어 은정에게 전달했다.
'문제가 된 것은 채용 결과가 아니라 확인하지 않은 동의를 확인했다고 표시한 과정입니다.'
제9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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