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력 중개망이라는 문구는 어떤 회사 이름도 아니었다. 여러 채용처가 공석 정보를 주고받는 연동 경로에 붙은 분류명이었다. 나예린은 그 사실을 먼저 확인했다. 정체를 모르는 상대를 악당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어디에 전달됐는지 알아야 했다.
오지훈은 전송 상태를 확인할 권한이 있는 담당자에게 다시 문의했다. 처음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2건 중 1건은 외부 수신 확인. 1건은 수신 여부 조사 중.'
수신된 한 건은 지역 취업박람회 운영사로 넘어갔다. 박람회는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곳은 수십 개 기업의 채용 담당자가 모이고, 지원자는 여러 직업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행사장에 찾아가야 할까요?"
철민이 물었다.
"찾아가서 누구 이름인지 뒤지는 건 안 됩니다. 운영사에 문제를 설명하고, 당사자에게 연락할 정식 절차가 있는지 물어보죠."
예린이 답했다.
행사 운영사 담당자 전소영은 예상보다 빨리 회신했다. 그쪽 역시 추천망 변경 이후 자동 발송된 후보자 명단을 검토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지원 서명란이 비어 있는데 지원 의사가 확인됐다는 표시가 함께 있었다.
"발송된 명단을 제가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대상자 본인에게는 연락할 수 있어요. 연락을 받겠다는 동의가 있는 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소영의 말은 명확했다.
다음 날 지훈과 예린은 정식 초청을 받아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상담 지원석으로 향했다. 박람회장에는 새 운동화 냄새와 종이 안내 책자 냄새가 섞여 있었다. 무대에서는 지역 기업 소개 영상이 재생됐고, 테이블마다 이력서를 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지훈은 오래전 자신이 취업 설명회에서 떨어졌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는 어떤 회사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어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길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왔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짜 합격 소식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는 알고 있었다.
정오 무렵, 행사 운영사의 안내를 받고 여성 한 명이 상담석으로 다가왔다. 서른다섯 살 이민경이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식품 제조업체의 품질 보조 업무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습니까?"
"면접 예약이 잡혔다고 문자가 왔어요. 그런데 어떤 회사에 지원했는지는 안 적혀 있었어요."
민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었다.
'정오 면접 확정. 미참석 시 배정 점수 하락.'
그녀는 두 번이나 같은 문자를 받았다. 첫 번째는 지난밤, 두 번째는 오늘 아침이었다.
"취업이 급하긴 해요. 점수가 떨어진다니 무서워서 왔습니다."
지훈은 민경에게 안내했다.
"실제 면접이 확정됐는지 운영사에서 확인하고 있어요. 문자의 불이익 조건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원하지 않는 면접에 참여하실 의무는 없어요."
민경은 의자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할 수 있는 건 뭔가요?"
"오늘 이곳에서 관심 있는 업체를 직접 살펴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문제 문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떤 것부터 하시겠습니까?"
"업체를 먼저 볼래요. 멀리서 왔으니까."
지훈은 박람회 안내도를 건넸다. 품질 보조 업무를 모집하는 두 업체의 위치를 알려 주었지만 어느 쪽이 더 좋은 회사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민경은 지원 조건을 비교한 뒤 한 곳에서 설명을 듣기로 했다.
그때 예린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손짓했다. 운영사에 있던 추천 명단의 한 칸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민경 / 외부 인력 중개망 / 자동 배정 수신.'
소영은 수신 문서에서 이름만 확인한 뒤, 민경에게 직접 내용을 보여 줬다. 거기에는 민경이 '식품안전 책임자'로 적혀 있었다. 경력 조건이 훨씬 높은 직무였다. 민경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 급식실에서 품질 기록은 썼어도 책임자 자격은 없는데요."
"그래서 실제 채용 절차에 쓰면 안 되는 기록입니다."
소영이 분명하게 말했다.
민경이 담당자와 함께 정정 요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지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도연이었다.
"상담사님, 출판사에서 합격 연락 왔어요. 그런데 제가 주 3일 근무 조건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답하려고요."
지훈은 웃으며 축하했다.
"네, 꼭 확인하고 결정하세요."
통화가 끝나자 민경도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박람회장 정식 채용 공고가 들려 있었다.
"저는 여기서 면접 보고 싶어요. 자동 배정은 취소해 주세요."
그 말은 두 가지 별개의 요청이었다. 소영은 둘을 다른 서류로 접수했다.
행사장 문을 나서려던 순간 예린의 휴대전화에 최종 전송 상태가 들어왔다.
[외부 경로 2건 중 수신 확인: 1]
[미확인 1건 / 수신처: 원천관리계정 내부 시험 채용소]
예린이 걸음을 멈췄다.
"시험 채용소라면서 실제 명단으로 분류돼 있어요."
지훈도 화면을 보았다. 내부 시험이라는 단어는 사람에게 알려 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 누군가 시험이라고 부르며 실제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9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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