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다섯 시까지 남은 시간은 아홉 시간이었다.
나예린은 큰 화면에 여덟 건의 상태를 띄워 놓았다. 이름은 가려져 있었고, 각 건에는 서로 다른 코드만 붙어 있었다. 정식 권한이 있는 보존 담당자가 제공한 범위 내 자료였다. 아직 누구의 기록인지 알 수 없었다.
"발송 버튼을 누르면 막을 수 있습니까?"
강철민이 물었다.
"우리한테 그런 버튼은 없어요."
예린은 분명하게 말했다.
"있어도 남의 채용 기록을 임의로 건드릴 수는 없죠. 지금 할 수 있는 건 운영기관에 보존 요청과 전송 보류 요청을 접수하는 일입니다."
구은정이 회신할 공문 초안을 읽었다. 사유는 '의사 확인 없는 추천서 발송 우려', 범위는 '해당 여덟 건과 동일 변환 규칙 B-17', 요구는 '외부 전달 보류 및 로그 보존'이었다.
지훈은 한 줄을 추가했다.
'본인이 실제로 원해 진행 중인 지원은 중단되지 않도록 별도 검토.'
은정이 그 문장을 보며 말했다.
"중요한 조건이에요. 모든 추천을 끊는 게 해결은 아닙니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어 철민에게 박 씨의 전화가 왔다. 아래층 빵집에서 오늘 오전 빵이 예상보다 많이 나가 반죽을 추가해야 한다는 연락이었다.
"저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가세요. 오늘 근무 중이잖아요."
지훈이 말하자 철민이 망설였다.
"이럴 때 혼자 가면……"
"철민 씨는 지금 여기서 우리 직원이 아니라 빵집 직원이에요. 그곳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오는 게 맞죠."
철민이 어깨를 펴고 내려갔다. 지훈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소개소의 상담 업무를 멈춰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자리가 있어야 새로운 사건도 버틸 수 있었다.
오전에는 청년 정수겸이 찾아왔다. 그는 전산회계 자격증을 딴 뒤 작은 제조업체에서 경리 업무를 찾고 있었다. 자격증 사진을 내밀고는 너무 크게 보일까 봐 곧바로 접었다.
"경력이 없어서요. 자격증만 있어도 지원할 수 있을까요?"
"업체마다 달라요. 채용 조건을 같이 보죠."
지훈은 공개 채용 공고를 읽어 주었고, 수겸이 관심 있는 회사 세 곳을 직접 고르게 했다. 면접에서 엑셀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지훈은 어느 업체에도 그의 서류를 보내지 않았다.
상담을 마친 수겸이 물었다.
"제가 여기서 희망 회사 세 곳 적으면, 자동으로 지원되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적어 두기만 하는 겁니다. 지원할 때는 다시 말씀드릴게요."
수겸은 안심하고 돌아갔다. 지훈은 종이에 적힌 세 회사 이름을 보고 잠시 손을 멈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평범한 구분이 이렇게 귀한 일이 될 줄 몰랐다.
오후 두 시, 보존지원실에서 '긴급 보류 검토 접수'라는 회신이 도착했다. 운영사에 내용 전달은 완료됐지만 실제 중지 여부는 확인 전이라고 했다. 예린은 큰 화면에 그 문구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네 시 반, 동백교육운영의 이수경이 다시 연락했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에는 오늘부터 새 안내 문구가 도착했다고 했다.
'공석추천 연동 서비스 2차 확대. 수신 후 24시간 내 거절 없을 시 관심 있는 후보로 분류.'
"저희 회사는 그런 방식으로 지원자를 확인할 생각이 없습니다. 안내문을 보낸 업체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수경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채용처에서도 잘못된 절차를 거부할 수 있었다. 그들 모두 한쪽 편이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다섯 시 오십육 분, 은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식 보류 요청이 접수됐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운영부서의 조치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요."
다섯 시 오십구 분. 예린의 화면에서 첫 번째 건의 상태가 바뀌었다.
[배정 004 / 외부 전송 대기]
지훈이 시계를 보았다. 초침이 움직이는 동안 다시 생각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지키는 일인데, 시간을 맞추는 경주가 되어서는 안 됐다. 그래도 지금 그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여섯 시 정각, 여덟 칸 가운데 여섯 칸이 회색으로 바뀌었다.
[전송 보류: 6건]
철민이 헐떡이며 계단을 올라왔다.
"막았습니까?"
예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 두 칸은 노란색이었다.
[상태 확인 불가: 2건]
그 아래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전송 경로: 외부 인력 중개망.'
여섯 건의 보류가 끝이 아니라, 두 건의 행방을 모르는 시작이었다.
제9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