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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93화
PAYLUA ORIGINAL · 제93화

93화. 합격 통보를 받은 적 없는 사람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119자

오프라인 책장
조경섭은 새벽마다 시내버스 차고지 근처를 걸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지만 출근할 곳이 없는 지 벌써 넉 달이었다. 예전 직장에서는 작업복을 벗고 나올 때마다 공구 상자부터 닦았다. 집에서는 마땅히 닦을 것도 없어 신발만 두 번씩 닦았다. 그가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 온 것은 일자리를 추천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저한테 합격 통지가 왔습니다. 그런데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오지훈은 물컵을 밀어 놓았다. "어떤 회사입니까?" "동백은 아닙니다. 한림물류 설비지원팀이라고 해요. 내일부터 출근하라는데요." 태식이 내민 문자는 정식 근로계약서가 아니었다. '사전 배정 완료'라는 말과 근무 장소, 오전 일곱 시라는 시각이 적혀 있었다. 취업을 기다리던 사람에게는 반가워 보일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긴장시키는 것은 대개 가장 반가운 문장 뒤에 있었다. '불참 시 차기 추천 제한.' "일 안 나가면 불이익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입니까?" "이 문자만으로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먼저 누가 보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지훈은 태식에게 문자 발신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다. 태식은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었지만 개인 계정 로그인 정보까지 건네지는 않았다. 지훈도 요구하지 않았다.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됩니까? 한림물류에 관심은 있으세요?" 태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일은 하고 싶어요. 설비 관리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허리가 예전 같지 않아서 야간 교대는 어려워요. 그걸 면접에서 설명하고 결정하고 싶습니다." "그럼 지원 여부부터 태식 씨가 정하셔야겠네요." 태식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림물류에 연락하자 인사 담당자는 다르게 설명했다. 그 회사는 추천망에서 이름이 올라온 후보에게 '사전 관심 확인'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합격을 통지한 것이 아니고, 실제 근로계약도 없었다. "불참 시 추천 제한이라는 문구는 어떻게 된 거죠?" 담당자가 몇 초 동안 답하지 못했다. "그건 자동 메시지에 들어가 있는 문장입니다. 저희가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수신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담당자는 발송 양식을 확인하고 정정 문자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지훈은 말뿐인 약속을 완료로 기록하지 않았다. 정정이 실제 도착하는지를 태식에게 확인받기로 했다. 태식은 상담이 끝나갈 때쯤 책상 모서리에 놓인 작은 드라이버를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선생님. 혹시 한림물류 설비지원팀이 정말 인원을 구한다면…… 제가 면접은 볼 수 있겠습니까?" 지훈은 웃었다. "그럴 수 있죠. 공개 채용 조건을 확인하고, 태식 씨가 선택해 직접 지원하시면 됩니다. 다만 기존에 날아온 '사전 배정' 문자에는 답할 필요가 없어요." "그럼 지원서를 새로 써야겠네요." "네. 이번에는 본인 말로요." 태식이 돌아간 뒤 철민이 말했다. "잘못 보낸 문자가 어떤 사람에게는 희망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더 위험한 겁니다. 희망을 줄 수 있는 일과 마음대로 약속하는 일은 다르니까요." 오후에 한림물류에서 정정 문자가 왔다. 태식은 그 문자를 지훈에게 보여 주며 '그럼 나는 지원하지 않았다는 게 맞는 거죠?'라고 물었다. "맞아요. 적어도 이 건에서는 본인이 지원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훈은 그 뒤에 덧붙였다. "면접을 보고 싶다는 지금 마음은 별개예요. 그건 존중받아야 합니다." 나예린은 두 사례를 칠판에 적었다. 도연은 외부 추천으로 근무 조건이 바뀌었다. 태식은 미지원 상태에서 출근 통보까지 받았다. 같은 기능의 산물이었지만 피해의 모양이 달랐다. 그때 은정의 메일이 도착했다. '14건 가운데 6건은 외부 전달 흔적 확인. 나머지 8건은 내부 상태만 존재. 아직 당사자 확인 전.' 예린은 화면을 보여 주며 말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범위가 좁을 수도 있겠어요. 아니면 아직 밖으로 나가지 않은 여덟 건이 문제일 수도 있고요." 지훈은 여덟 건에 줄을 그었다. 발송되기 전에 멈춘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발송되지 않은 이유가 단지 예정 시각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시간은 이미 그들 편이 아닐지도 몰랐다. 화면 아래에 작은 표시가 켜졌다. [미전송 배정 8건 / 다음 동기화: 금요일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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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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