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나예린은 책상 위에 종이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왼쪽은 김도연이 직접 작성한 지원서의 사본이었다. 오른쪽은 동백교육운영에서 받은 추천서였다. 둘 다 '새 출발 직업소개소'라는 이름을 거쳤다고 표시돼 있었지만 내용은 달랐다.
"이름과 연락처는 같습니다. 나머지는 거의 다릅니다."
예린이 형광펜을 건넸다.
지훈은 왼쪽 종이의 근무 시간란을 짚었다.
'월·수·금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오른쪽에는 '주말 포함 교대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력란에서는 도서 분류와 문서 정리 경력이 시설 순찰 및 야간 관리 경험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철민이 옆에서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누굴 뽑고 싶어서 사람을 바꿔 놓은 겁니까?"
"필요한 자리를 먼저 정해 두고 사람을 끼워 맞춘 거겠죠."
지훈이 말했지만 예린이 곧 손을 들었다.
"그건 아직 가설이에요. 추천서가 틀렸다는 건 확인했지만 누가 왜 바꿨는지는 모릅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이 있었을 때는 사람 위에 뜨는 숫자 하나로도 쉽게 확신했다. 숫자가 없어진 뒤에는 추측을 짧게 적고 증거를 길게 남기는 습관이 생겼다.
동백교육운영의 채용 담당자 이수경이 오전 열한 시에 소개소로 찾아왔다. 회사는 방과 후 교육시설의 경비와 운영을 맡는 업체였다. 수경은 지훈이 공개한 대표번호로 진위를 확인한 뒤 방문 약속을 잡았다.
"추천서가 접수돼서 저희도 놀랐어요. 신청자가 없는데 지원 의사 확인 완료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왜 바로 전화하셨습니까?"
"현장 관리자 자리가 급하긴 해도, 지원하지 않은 사람을 면접장에 부를 수는 없으니까요."
수경은 수신 시스템에서 출력한 접수 기록을 보여 주었다. 그녀가 정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는 자기 회사가 받은 문서와 수신 시각뿐이었다. 다른 채용처의 정보는 알지 못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번 달부터 채용 추천망이 바뀌었습니다. 공석이 생기면 후보자를 자동으로 제안하는 기능이 들어왔죠. 저희는 추천을 참고할 뿐, 실제 지원은 본인에게 다시 확인합니다."
예린이 물었다.
"그럼 이 문서의 '지원 의사 확인 완료'는 무슨 뜻으로 보셨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상담 기관에서 확인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서명도 없고 연락 경위도 없어 확인 전화를 드렸어요."
수경은 휴대전화에서 안내문을 하나 보여 주었다. '공석추천 연동 서비스'라는 설명 아래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적합도 충족 시 사전 후보 등록. 수락 확인은 채용처의 후속 단계에서 진행.'
철민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그러면 후보로 등록했다는 말과 지원했다는 말이 다른 거잖아요."
"맞아요."
수경이 대답했다.
"그런데 추천서에는 두 단계가 한 칸에 합쳐져 있어요."
지훈은 생각했다. 종이 하나를 만들 때는 줄 하나를 없애는 일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줄이 사람의 동의 여부를 구분하던 선이라면, 사소한 편집이 아니었다.
오후에는 구은정이 방문해 기록보존지원실의 검토 범위를 확인했다. 90화에 발견된 정정 대상 열네 건은 모두 '배정' 기능과 연결됐지만, 실제 발송 여부는 달랐다. 외부에 나간 추천서가 몇 건인지 아직 산정되지 않았다.
"열네 명이라고 발표하면 안 됩니다. 열네 건이고, 중복되거나 시험 기록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어요."
은정이 말했다.
예린은 칠판에 큰 글씨로 적었다.
'14건 ≠ 14명.'
그 아래 세 칸을 만들었다.
'본인 신청 확인 / 추천 전송 확인 / 채용처 조치 확인.'
세 항목을 구분해서 조사하자고 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도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은 출판사가 합격 여부를 내일 알려 주겠다고 했다. 도연은 그 일에는 여전히 지원할 뜻이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럼 출판사는 그대로 진행하시죠. 그 회사의 채용을 우리 조사 때문에 멈출 이유는 없어요."
"감사해요. 어제는 누가 제 이름으로 지원했다는 소식에 제가 원래 지원했던 일까지 무서워졌거든요."
전화를 끊고 지훈이 고개를 돌리자 예린이 화면에서 작은 항목 하나를 열었다.
[배정 기능 상태: 후보 제안]
[내부 상태 변환: 사전등록 → 지원 의사 확인 완료]
[변환 규칙: B-17]
수경의 안내문에는 그 변환 규칙이 없었다. 누군가 시스템의 두 단계를 지웠다.
그리고 B-17의 설정 변경 날짜는, 공석관리재단의 000번 원칙이 처음 바뀐 날과 정확히 같았다.
제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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