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훈이 김도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도연은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상담사님? 무슨 일이세요? 면접 결과 아직 안 나왔는데요."
지훈은 곧바로 수상한 추천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정류장에서 낯선 취업 정보가 오갔다는 사실을 들으면 도연이 얼마나 놀랄지 생각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확인 사항이 하나 생겼습니다.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아니면 편한 시간에 말씀드릴까요?"
"지금 괜찮아요. 무슨 일인데요?"
지훈은 '추천서가 발행된 것으로 표시된다'는 사실과 자신은 작성하거나 발송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누어 설명했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을 붙였다.
도연의 첫 반응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고요? 혹시 제가 본 출판사예요?"
"아닙니다. 출판사 면접 기록과는 별개입니다. 연락한 곳은 동백교육운영이라는 회사예요."
잠시 바람 소리만 들렸다.
"처음 듣는 곳인데요."
"그쪽 담당자가 본인 지원이 없다는 걸 알고 연락했습니다. 채용 절차는 멈춰 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예요. 회사에서 받은 추천서의 사본을 보여 드려도 될까요?"
"네. 제 이름이 적혔다면 제가 먼저 봐야겠어요."
도연은 집에 도착한 뒤 소개소로 오겠다고 했다. 지훈은 통화를 마치자마자 기록지 첫 줄에 '본인 통지 완료'라고 적었다. 다음 칸은 비워 두었다. '본인 동의'라고 미리 적는 실수만큼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두 시간 뒤 도연이 방문했다. 그녀의 외투에는 말라붙은 빗방울 자국이 있었다. 오늘 면접을 본 작은 출판사는 책 제작 일정에 맞춰 일하는 곳이었다. 도연은 주 3일을 희망했고, 오후 네 시 전에 퇴근해야 하는 사정도 이미 설명했다.
그러나 동백교육운영이 받은 추천서에는 다른 말이 적혀 있었다.
[추천 대상: 김도연]
[근무 가능: 주 6일 / 야간 탄력 근무]
[희망 직무: 교육시설 상주 관리자]
[추천 기관: 새 출발 직업소개소]
[지원 의사: 확인 완료]
도연은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저는 이런 일을 해 본 적도 없어요. 야간 근무도 못 하고요."
지훈은 그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다른 정보도 틀렸습니다. 제가 원래 출판사 지원서에 적었던 건 오후 네 시까지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여긴 정반대네요."
나예린이 차분히 말했다.
"정보를 누가 바꿨는지 아직 모릅니다. 추천서에는 발행 기관과 시각이 남아 있지만, 그게 실제 작성자를 증명하지는 않아요. 받은 회사에 원본 파일과 전달 경위를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 연락처도 넘어갔어요?"
"회신용 번호가 한 개 들어갔습니다. 담당자가 그 번호로 연락을 시도하지는 않았다고 했어요. 그 부분도 확인받겠습니다."
도연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지훈은 그녀에게 가능한 선택지를 설명했다. 보존을 먼저 요청할 수도 있고, 회사에 잘못된 추천 내용을 정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으며,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 관련 상담 기관에 문의할 수도 있었다. 다만 어느 절차를 택할지는 도연에게 달려 있었다.
"제 이름으로 다른 회사에도 보냈는지만 알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정말 지원한 출판사에는 이런 이상한 서류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범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도연이 돌아간 뒤 철민이 조용히 물었다.
"이력서 한 장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곤란하게 만들 수 있습니까?"
"이력서 때문만은 아니죠. 누가 대신 쓴 말이 본인 말처럼 취급되면 그렇습니다."
예린은 파일의 문서 속성을 열었다. 발행 시각과 접수 시각 사이에는 삼 분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작성 프로그램 항목에는 사람 이름 대신 코드가 적혀 있었다.
'ASSIGN-03 / 추천 사전등록.'
예린이 낮게 말했다.
"세 번째 기능, 배정. 이건 단순한 내부 메모가 아니에요. 실제 채용처에 나간 결과물이네요."
지훈은 도연의 상담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원래 적힌 문장은 분명했다.
'본인 결정 전 배정 없음.'
서류를 읽던 예린이 화면을 확대했다. 추천서 맨 끝에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다.
'원본 선택 정보: 비공개 처리. 사유: 적합도 우선.'
지훈의 눈이 멈췄다.
그들은 이번에는 숫자를 조작한 게 아니었다. 숫자가 보여 주는 사람의 말을 지워 버리고 있었다.
제9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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