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9화
PAYLUA ORIGINAL · 제9화

9화. 빵집에서 사라진 기술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494자

오프라인 책장
금요일 새벽 네 시, 박 씨의 빵집에서 소보로빵 냄새가 나지 않았다. 박 씨는 오븐 앞에 서 있었다. 반죽은 준비되어 있었고 온도계도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십오 년 동안 새벽마다 해 온 작업이었다. "오븐이 몇 도였지?" 그가 물었다. 철민은 손을 멈췄다. "사장님, 어제도 직접 맞추셨잖아요." "그러니까. 어제는 알았는데 오늘은 모르겠어." 철민이 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십 분 뒤 도착한 지훈의 눈앞에 박 씨의 정보가 떠올랐다. [박선규 / 잠재 적성: 제빵 93.8%] [표현 가능 수준: 0%] [직무 권한: 임시 회수] [관련 문서: 외부 용역 협약] 지훈은 얼어붙었다. 박 씨는 미래인력개발의 직원이 아니었다. 그 회사와 계약한 적도 없다고 했다. "최근에 서류에 서명한 적 있으세요?" 박 씨가 기억을 더듬었다. "어제 건물 관리인이 종이를 갖고 왔어. 외부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서라고. 가게 문 앞에 붙일 공고 이야기였는데."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급하면 빵집 일손을 지원해 준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예린이 서류 사진을 확인했다. 박 씨가 자기 보관용으로 남긴 사진에는 맨 아래 작은 항목이 있었다. '용역 수행 시 기존 직무 기능에 대한 위임 동의.' 그 문장은 평범한 동의처럼 보였지만 문서 제공 회사가 미래인력개발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기술 자체를 넘긴다는 뜻인지, 단순한 업무 권한이라는 뜻인지 읽기 어려웠다. "이걸 제가 읽지도 않고 사인했다고요?" 박 씨가 얼굴을 감쌌다.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서류를 준 쪽이 일부러 오해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사장님이 하실 일을 찾는 거예요." "난 빵 만드는 것밖에 못 하는데." "오늘은 쉬시면서 건강부터 확인하죠. 이렇게 갑자기 증상이 생겼으면 병원에도 가 보셔야 합니다." 박 씨는 한참 버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은 가게를 임시 휴무로 돌리도록 도왔고, 철민에게 오븐 사용을 임의로 결정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박 씨가 실제로 운영하는 가게였고, 영업 여부도 그의 선택이었다. 철민은 반죽을 바라봤다. 오늘은 자신이 대신 구워 주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가게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장님. 오늘은 제가 청소하겠습니다." 박 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내가 너보다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그런 날도 있는 거겠죠." 철민이 대답했다. 지훈은 계약서 사진을 확대했다. 문서 하단에는 식별번호가 있었다. [대체 인력 등록번호: 118-01] 118번. 자신의 예정 번호와 같았다. 정태식의 공책에도 비슷한 번호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태식은 즉시 전화를 걸어 왔다. "그 번호는 일반 직원 번호가 아닙니다. 원본 계약을 바꾸는 심사자 번호예요." "누가 심사자로 등록되어 있죠?" "기록상으로는 당신입니다." 지훈은 창밖을 보았다. 빵집 앞에는 '오늘 임시 휴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를 지나가는 손님들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백도식이 사람을 빼앗는 방식이 달라졌다. 직원이 아닌 사람까지 계약에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에는 지훈의 번호가 있었다. "저는 서명한 적 없습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에게 심사권이 있다고 기록해 놨어요." 그날 오후, 예린은 문서 양식의 생성 이력과 자신이 합법적으로 보관 중인 회사 내부 검토 통지를 대조했다. 가장 오래된 양식에는 원본 서버 주소의 마지막 이름만 남아 있었다. '원본 보관소 — 북동관.' "북동관이 어디입니까?" 지훈이 물었다. 태식은 잠시 주저했다. "외곽 물류단지 3번 창고 옆입니다. 계약서를 만들던 건물이었죠." 철민이 벌떡 일어났다. "그럼 가서 가져옵시다." "몰래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확보한 사실까지 의심받을 수 있어요." 예린은 차분하게 답했다. "당사자들의 계약서 열람 요구부터 정리해요. 외부 전문가도 같이 만나고요. 그 사이에 건물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공개 자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른다고 반드시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었다. 늦은 밤, 박 씨에게서 문자가 왔다. '병원 검사 결과로는 오늘 증상을 설명할 만한 급한 이상은 아직 없다고 하네. 추가로 확인해 본다네. 가게 걱정 말고 나도 좀 쉬어야겠어.' 지훈은 답장을 보냈다. '사장님이 돌아오실 자리 그대로 두겠습니다.' 답장을 보내자 또 다른 메시지가 들어왔다. 발신 번호가 없는 문자였다. '자리를 비워 두면 누군가 들어가는 법이지.' 첨부된 사진에는 박 씨의 빵집 오븐 앞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분명 오늘은 가게 문을 잠갔는데도, 남자는 밀가루를 묻힌 손으로 반죽을 만지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문구가 사진에도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대체 제빵사 — 박선규의 기술 사용 중.' 지훈이 사진을 확대하는 순간 남자의 얼굴이 낯익었다. 어제까지 백도식 뒤에 서 있던 수행원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