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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0화
PAYLUA ORIGINAL · 제10화

10화. 118번의 직업소개소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3,689자

오프라인 책장
"가게 열쇠는 저한테도 있어요." 강철민이 말했다. "사장님이 청소하라고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제 일 끝나고 문을 잠갔어요." 지훈은 사진을 다시 보았다. 낯선 제빵사가 반죽을 만지는 장면, 그 뒤편 벽에 걸린 오래된 달력, 유리문 너머의 불 꺼진 거리. 빵집 안을 촬영한 것이 분명했다. "경찰에 이미 침입 관련 신고를 해 두었으니 새 사진도 전달합시다." 예린이 말했다. 철민은 당장 달려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린은 먼저 박 씨에게 전화했고, 박 씨는 안전한 곳에서 경찰과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누군가를 잡는 일보다 사람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 아침이 되자 사진 속 수행원의 신원이 확인됐다. 윤재광. 미래인력개발의 시설 관리 직원이었고, 예전에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한 경력이 있었다. 그러나 철민은 그가 빵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칼 들고 과일 깎는 것도 못 하던 사람이에요. 손재주가 없다고 늘 놀림받았습니다." "사람은 배울 수 있습니다. 단지 지금 그 기술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봐야겠죠." 지훈이 답했다. 그날 오전, 김지연이 딸의 점퍼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한쪽 소매 끝에 작은 꽃 자수가 들어 있었다. 크기는 손톱만 했지만 실밥은 단단했다. "어젯밤에 완성했어요." 지연이 자랑하듯 말했다. 지훈의 눈앞에 수치가 떴다. [김지연 / 표현 가능 수준 7% → 34%] [서명 검증 실패: 원본 확인 요청 중] [자발적 직무 수행 기록: 3회] 지훈은 숫자보다 지연의 미소를 먼저 봤다. 누군가의 기술을 되찾는 일은 한순간의 극적인 기적이 아니라 작은 선택을 쌓아 가는 일이기도 했다. "제가 만든 걸 딸이 입었어요." "멋진 일이네요." "그런데 회장님은 그게 싫은가 봐요." 지연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미래인력개발 담당자가 보낸 메시지였다. '계약 외 업무 수행 적발. 위약금 추가 예정.' 지훈은 메시지를 저장하도록 안내했다. 실제 청구가 가능한지는 따로 검토해야 했다. 그러나 지연이 위약금이라는 말에 다시 움츠러드는 것이 더 급했다. "돈이 무서워요. 다시 일할 수 있게 되면 다 물어내라고 할까 봐." "그런 요구가 왔다고 곧바로 따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근거를 확인하고 대응합시다." 지연은 소매 끝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후, 소개소에는 지역 노동 상담기관과 연결된 공인노무사가 방문했다. 소개소가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할 수는 없었다. 상담사는 자료를 분류하고, 노동 문제는 담당 전문가와 검토하는 게 옳았다. 노무사는 철민과 지연의 근무 기록, 급여 입출금 내역, 동의서 사본을 살폈다. "서류에 서명이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위약금 주장이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실관계와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자들이 자료를 받을 방법부터 마련하고 싶습니다." "각자 본인 명의로 요청한 내용을 정리해 주세요. 저는 상담 가능한 부분을 따져 보겠습니다." 그날 저녁, 미래인력개발로 계약서 사본 요청을 낸 사람은 여섯 명이 됐다. 누구도 무리하게 신청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익명 상담과 기록 보관만 선택했다. 지훈은 빈 소개소를 둘러봤다. 사무실에는 여전히 낡은 책상과 의자 두 개뿐이었다. 수익도 나지 않았고 월세 납부일은 코앞이었다. 그러나 지훈은 처음으로 이곳이 단순한 취업 알선소는 아니라고 느꼈다. 사람이 들어와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나갈 때는 자신이 선택한 다음 일을 적어 가는 곳. 그는 칠판의 제목을 바꿨다. '새 출발 직업소개소 — 본인이 선택하는 일자리.' 밤 아홉 시, 정태식에게 전화가 왔다. "큰일 났습니다. 원본 보관소에서 계약서가 옮겨지고 있어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퇴사 전에 신청해 둔 계약서 원본 보존 요청에 답장이 왔어요. 최근 문서 보관처가 변경된다고 합니다." "어디로요?" "기존 북동관이 아니라 본사 통합 기록실로요. 그런데 기록실 담당자 이름이 이상해요." 태식은 담당자 이름을 읽어 주었다. '오지훈.' 지훈은 전화를 쥔 손을 멈췄다. 그의 이름은 계속해서 백도식의 문서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지훈 자신은 미래인력개발에 취업한 적이 없었다. "회사가 저를 담당자로 지정했다고 해도, 그걸 제가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훈이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더 이상해요. 담당자로 등록됐으면 보통 계정 발급 기록이 남거든요." "기록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최초 생성일이……" 태식은 말을 멈췄다. "오 년 전입니다." 오 년 전. 지훈이 처음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적성을 보게 된 것은 고작 몇 달 전이었다. 오 년 전에는 직업 상담과 아무 관련도 없었다. 그는 작은 회사 영업팀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왜 백도식의 서류에는 오 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이 있었을까. 지훈은 오래된 이메일 계정을 열었다. 검색창에 '미래인력개발'을 입력했다. 처음에는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관함 깊숙한 곳에서 제목 없는 메일 하나가 발견됐다. 발신자는 발신 불명. 날짜는 정확히 오 년 전. 본문에는 단 두 줄만 있었다. '당신은 사람의 적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빼앗긴 적성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단, 첫 번째로 되찾아야 할 것은 당신 자신의 직업입니다.' 지훈이 마지막 문장을 읽자 시야가 흔들렸다. 지금까지 자신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똑같은 글씨가 떠 있었다. [오지훈 / 직업 상담 100%] 그러나 그 글씨 아래에 숨겨져 있던 두 번째 줄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원래 직업: 열람 권한 없음] [118번 계약: 최초 서명자 미확인] [회수 대상: 오지훈 본인] 지훈은 책상에 손을 짚었다. 수백 명을 도울 수 있다고 믿은 능력. 그런데 그 능력의 출발점부터 누군가의 계약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백도식이었다. 지훈은 전화를 받았다. "이제 알겠나?" 수화기 너머에서 백도식이 물었다. "당신이 나를 118번으로 만들었습니까?" "아니. 난 자리를 지켰을 뿐이야." "무슨 자리요?" "네가 돌아와야 할 자리." 지훈은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제가 누군지 당신한테 배우지는 않겠습니다." 백도식이 낮게 웃었다. "좋아. 그럼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해 봐." "뭔데요?" "잃어버린 직업을 찾아 봐." 통화가 끊겼다. 그때 건물 아래에서 오븐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박 씨의 빵집은 아직 임시 휴무 중이었다. 지훈이 계단을 내려가니 불 꺼진 가게 안에서 강철민이 오븐 앞에 서 있었다. "철민 씨? 이 시간에 왜……" "사장님이 내일부터 짧게 실습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오븐 안전 점검만 하고 있었어요." 철민은 웃었다. "아직 반죽은 못 만들어요. 그런데 온도는 알겠습니다." 지훈은 철민의 손을 보았다. [강철민 / 표현 가능 수준 67% → 72%] 돌아오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지훈은 주머니에서 검은 명함을 꺼냈다. 118번 칸에는 여전히 자기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명함을 찢지 않았다. 대신 뒷면에 볼펜으로 한 문장을 적었다. '오지훈의 직업은 오지훈이 결정한다.' 그 순간 검은 명함의 가장자리가 바스러졌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번호가 나타났다. [000번 / 최초 계약자] [다음 열람 대상: 백도식] 백도식은 117명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초 계약자는, 그조차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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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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