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검토 회의에는 누군가의 직업 적성을 보여 주는 화면이 없었다. 대신 문서 세 장이 회의실 벽에 나란히 놓였다.
첫 번째는 인쇄소의 교정 시안.
두 번째는 공석관리재단의 등록 로그.
세 번째는 오혜숙이 최근 직접 작성한 현재 의사 확인서.
구은정이 가장 먼저 말했다.
"오늘 판단할 것은 혜숙 씨가 어떤 능력의 주인인지가 아닙니다. 과거에 존재한 반대 의사가 '없음'으로 변환된 과정, 그리고 그 오류가 지금 반환 절차에 영향을 미쳤는지입니다."
민재호는 변환 기록의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예전 문서의 '효력 검증 전' 상태를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항목이 '거절 이력 없음'으로 통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혜숙의 자료도 그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당사자가 거절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가 그 시기의 양식을 읽지 못했다는 뜻이었습니다."
회의실에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철민은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참았다. 그는 손을 무릎에 얹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옛 조직에서는 누가 기록을 잘못 입력했든 그 책임을 힘없는 직원이 져야 했다. 여기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려는 줄 알았다.
위원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과거 반대 의사의 존재는 정정할 수 있습니까?"
"네. 교정 시안, 작업일지, 문의 기록이 일치하는 범위에서 정정 가능합니다. 다만 그 당시 계약이 무효였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부분을 남겨 두는 판정이었다.
그런데 재단 측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
"거절 이력이 있다고 바꿔도, 현재 반환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기한 내 응답이 없으면 원천 승인권자에게 권한을 재귀속해야 합니다."
혜숙이 그를 바라봤다.
"제가 지금 받지 않겠다고 적은 서류는 보셨나요?"
"봤습니다. 다만 정해진 양식에 따른 신청이 아니라서요."
"그럼 제가 여기서 다시 말할게요. 저는 그 권한을 원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설명을 듣고 분리 보관을 검토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승인으로 바꾸지는 마세요."
기록 담당자가 혜숙의 말을 그대로 회의록에 남겼다.
구은정은 재단이 사용해 온 '무응답 시 재귀속' 규칙의 적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재호도 현재 의사가 문서로 제출된 이상 무응답 상태로 표시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문서 접수 기록에도 반영해 주십시오. 회의가 끝난 다음 자동 처리에 밀려 없어지지 않도록요."
예린은 담당자가 상태를 바꾸는 순간까지 지켜봤다. 화면의 문구는 '확인 대기'에서 '당사자 직접 의사 확인'으로 바뀌었다. 아직 어떤 기능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작은 정정은 누군가의 이름을 제멋대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위원은 짧은 휴회를 선언했다.
복도로 나온 지훈은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봤다. 예전에는 눈앞에 '직업 상담 100%'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그 수치가 없는데도 오늘의 질문은 분명했다. 누구도 혜숙이 무엇을 원한다고 대신 쓸 수 없었다.
잠시 뒤 회의가 다시 시작됐다.
"000번 관련 자료의 '거절 이력 없음' 표시는 정정 대상으로 인정합니다. 권한 재귀속은 영향 평가와 당사자별 확인이 완료될 때까지 보류합니다."
위원이 읽었다.
철민이 기쁜 표정으로 지훈을 돌아봤지만, 지훈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모든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권한이 실제로 어떤 사람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미 수집된 기록은 어디에 보관되는지 여전히 조사해야 했다.
혜숙은 회의록 사본을 받아 천천히 읽었다. 자신의 발언이 정확하게 적혀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서명했다.
"오늘은 제 말을 제 말로 남겼네요."
그녀가 말했다.
회의실을 나서는 길에 예린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신규 처리 상태가 표시돼 있었다.
[관찰: 재귀속 보류 / 외부 제공 제한]
[청취: 재귀속 보류 / 외부 제공 제한]
그것은 사용 중단의 확정도, 권한의 영구 폐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두 능력을 누군가에게 자동으로 돌려주려던 절차에는 제동이 걸렸다.
제8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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