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검토를 신청한 지 사흘째, 구은정은 오혜숙에게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이번 절차에서 원하시는 결과가 무엇입니까? 과거 기록의 정정입니까, 지금 권한의 반환 거절입니까?"
혜숙은 대답하기 전에 손목에 찬 오래된 시계를 벗어 책상 위에 놓았다.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지만 같은 일은 아니지요. 과거에 제가 한 말을 지우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어떤 능력도 받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구은정은 두 서류를 따로 작성했다. 혜숙의 과거 진술서와 현재의 선택 확인서였다. 날짜도 다르고 목적도 달랐다.
"문서 하나로 묶어 두면 나중에 과거에 원했던 것이 지금도 원하는 것처럼 처리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일을 막아 달라고 처음 시안을 만든 거예요."
혜숙이 말했다.
심사 장소에는 보관 담당자 민재호와 외부 검토위원 한 명이 함께했다. 지훈은 혜숙의 요청을 받고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혜숙이 직접 자리에 앉자 입을 다물었다.
"오혜숙 씨, 원본 시안의 교정 메모를 작성하셨습니까?"
"네. 그 문장은 제가 썼습니다."
"당시 실제 거절 의사를 전달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저는 보류를 동의로 처리하는 방식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피해를 본 구직자의 이름을 허락 없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별도 비공개 확인 절차로 남겼다.
그다음 질문이 나왔다.
"원본 기록실에서 '거절 증명 불가'라고 표시된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이번 통지를 받고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문구가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혜숙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참아 온 사람이 자기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는 것처럼 차분했다.
지훈은 참고인석에 놓인 물컵을 한 번 만졌다가 손을 거뒀다. 혜숙이 말을 마칠 때까지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 장면이 낯설 정도로 평화로웠다. 계약을 관리한다는 사람들은 늘 사람의 답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이 방에서는 몇 분을 들인 뒤에야 비로소 무슨 일을 조사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검토위원은 교정 시안과 문의 기록의 작성 시각을 비교했다. 인쇄소 원본에는 날짜가 있었지만, 보관 시스템에 해당 자료가 처음 등록된 날짜는 훨씬 뒤였다. 그것만으로 원본의 진위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
"당시 서류를 함께 교정한 사람이 있습니까?"
"윤태식 씨가 있습니다. 다만 그분도 기억과 남은 자료를 구분해서 말씀하실 거예요."
혜숙이 대답했다.
점심 무렵 심사가 잠시 중단됐다. 복도 벤치에서 철민이 지훈에게 빵 봉투를 건넸다.
"괜히 제가 여기 와서 소란을 피운 것 같네요."
"철민 씨가 왜요?"
"저 사람이 잘못했다고 누가 딱 말해 주면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증명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네요."
지훈은 봉투에서 단팥빵 하나를 꺼냈다.
"빵도 반죽만 하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발효하고 굽는 시간도 필요하죠."
철민이 피식 웃었다.
"그걸 저한테 설명하십니까?"
오후 심사가 재개됐을 때 민재호가 낡은 자료의 색인표를 가져왔다. 보관 시스템이 가동되기 전에 만들어진 자료에는 '효력 검증 전'이라는 임시 번호가 붙었다. 그런데 그 임시 번호가 나중에 '거절 존재하지 않음'으로 잘못 일괄 변환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확정인가요?"
지훈이 물었다.
"아닙니다. 변환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사할 대상은 좁혀졌습니다."
민재호가 답했다.
그 순간 예린의 휴대전화에 알림이 떴다. 서류 보관 목록에 또 하나의 상태가 추가됐다.
[000번 / 최초 거절자: 미확인]
[최초 교정 메모 작성자: 오혜숙 / 확인 진행]
지훈은 두 줄을 한참 바라봤다.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문장이었다. 혜숙이 첫 번째 거절자라는 이야기조차, 아직 자료가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넘고 있었다.
제8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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