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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84화
PAYLUA ORIGINAL · 제84화

84화. 문 밖에서 하는 열람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30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기록실 담당자와 만나는 날, 지훈은 건물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기관의 이름은 '기록보존지원실'이었다. 접수처는 평범한 사무실 건물 5층에 있었고, 문에는 방문증을 발급받으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특별한 눈이 사라진 뒤 지훈에게는 이런 장소가 오히려 낯설었다. 비밀의 문이 갑자기 열리는 대신,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다. 대기실 구석에는 휴대전화로 구직 사이트를 열어 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한 남자는 경력증명서가 누락됐다고 전화했고, 다른 여성은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는 안내를 읽었다. 지훈은 이곳에 오는 사람마다 자신과는 다른, 훨씬 일상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조차 자기 사건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고 싶지는 않았다. "대기번호 18번이요." 철민이 종이를 들어 보였다. "18이면 금방이네." 예린이 웃었다. "우리 숫자 118이랑 헷갈리지 마세요." 구은정은 동행자 명단을 제출하고 세 사람에게 절차를 설명했다. 오늘 확인할 것은 보관 자료의 존재 여부, 열람 방법, 개인정보가 포함된 범위였다. 원본을 직접 열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담당자 민재호는 작은 회의실에서 그들을 맞았다. 그는 먼저 책상 위로 종이 한 장을 밀어 놓았다. "000번 원본 기록은 존재합니다. 다만 하나의 파일은 아닙니다. 등록 원칙, 교정 기록, 처리 로그가 다른 보관 주체에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면 '원본 기록실'이라는 이름이 과장된 거군요." 지훈이 말했다. "시스템 내 분류명입니다. 실제 방 하나에 모든 자료가 있는 건 아닙니다." 예린은 메모했다. 그동안 위치를 찾으려 했던 것이 실체 없는 주소였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오혜숙 씨의 승인 요청이 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직접 작성된 원본이 있습니까?" 민재호는 자료 화면을 열었다. 등록된 항목에는 '문의 수신', '반송 처리', '승인 요청'이 순서대로 찍혀 있었다. 그러나 세 항목 모두 같은 시각이었다. "배치 처리된 것입니다. 일괄 변환 작업 중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담당자의 원본 확인 서명은 없습니다." "그럼 승인했다고 말할 수 없겠군요." "그렇게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승인 원본을 지금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은 기록하겠습니다." 지훈은 민재호의 신중함이 마음에 들었다.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것처럼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열람 조건이었다. 구은정은 '권한 복원 절차 참여' 확인서 없이 관련 문서의 존재와 생성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대체 절차가 있는지 물었다. 민재호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규정집을 들고 돌아왔다. "분쟁 중인 자료에 대해서는 독립적 검토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열람할 자료가 본인 것인지 먼저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그때도 새 계약을 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다만 심사 결과에 따라 일부만 공개될 수 있습니다." 지훈은 처음으로 숨을 내쉬었다. 문을 강제로 열지 않아도 질문할 길은 있었다. 사무실을 나서기 전 민재호가 말했다. "열 개의 기능으로 나뉘었다는 기록을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보관 자료에서는 두 개만 명칭이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여덟 개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둘도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그냥 꺼져야 하는지 모르고요." 지훈이 대답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철민은 방문증을 내려다봤다. "선생님, 오늘 아무 문도 못 열었는데 진도가 나간 겁니까?" "적어도 잘못된 문을 억지로 열지는 않았잖아요." 지훈이 말했다. 그날 밤 예린의 메일함에 독립 검토 접수 확인서가 도착했다. 그런데 첨부한 보관 목록의 한 줄이 새로 표시돼 있었다. '000번 제0항 교정 시안 / 분류: 시행 이전 자료.' 지훈은 날짜를 다시 봤다. 시행 이전. 그것은 자료가 오래됐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시스템이 인정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거절보다 앞선 거절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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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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