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79화
PAYLUA ORIGINAL · 제79화

79화. 불참자를 세지 않는 날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03자

오프라인 책장
오지훈은 이튿날 아침 달력에 빨간 선을 그었다. 그날은 미래재능거래소가 '청취 능력 재현 성공률'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나예린이 공개 자료를 열어 보였다. 성공률은 99.8%. 대단한 숫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계산에 사용된 자료에는 직접 검증을 거부한 사람, 미성년자, 기록의 진위 확인이 안 된 사람이 모두 제외돼 있었다. "남은 사람만 세면 이렇게 되는 거군요." 철민이 말했다. "정확히는 남은 기록만 셌어요. 한 사람이 여러 번 들어간 사례도 있을지 몰라요. 데이터 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린은 지훈이 직접 제기한 시험 신청 이의와 자료 보존 요청에 대한 회신을 정리했다. 거래소는 그의 신청 기록을 '검증 보류'로 수정했다고 알려 왔다. 처음부터 동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만 답했다. "이제 제 이름은 시험자에서 빠진 겁니까?" "공개 목록에서는 빠졌어요. 내부 기록까지 처리됐는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해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승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서두르다 또 다른 사람의 거절을 지워서는 안 됐다. 오전에는 한재욱에게 연락이 왔다. 세탁소의 공석 유지 요금 청구가 잠정 중단됐다고 했다. 계약 자체가 무효인지, 지난 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별도 절차가 필요했다. 재욱은 실망하기보다 이번 달 청구서에 새 항목이 없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했다고 말했다. "저번에는 그냥 작은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가 무엇에 동의했는지 알기 전에는 내지 않으려고요." 점심 무렵 구은정이 소개소에 들렀다. 그는 네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거절을 듣는 능력'이 실재하는지 증명해서가 아니에요. 듣는다고 주장하는 소리와 실제 기록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거래소가 하는 일을 어떻게 막습니까?" 지훈이 물었다. "확인 가능한 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허위 신청, 동의 없는 자료 사용, 정정되지 않은 비용 청구. 각각 다른 절차로 다퉈야 해요." 지훈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하나의 능력으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확인 가능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한 사람이 혼자 버티게 두지 않을 방법은 있었다. 그날 오후 시온은 학교에서 열린 진로 체험 행사에 참가했다. 그는 방송 동아리 부스에 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였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까 봐 피했을 장소였다. 하지만 오늘은 자기 목소리만 들려 주기로 했다. "저는 한시온입니다. 아직 무슨 일을 할지 모릅니다. 오늘은 라디오 진행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만 배워 보고 싶습니다." 진행을 돕던 선생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체험이지. 결정은 나중에 해도 돼." 행사를 마친 시온은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의 말 대신 내 말을 들었어요.' 한편 지훈은 소개소의 오래된 등록 수첩을 꺼냈다. 첫 장에는 직업 상담 100%라고 적어 놓은 날짜가 있었다. 그 밑에 오늘의 날짜를 적었다. '능력을 잃은 뒤에도 상담은 계속했다. 앞으로는 상담을 그만둘 자유도 남겨 둔다.' 그때 예린이 서류를 들고 다가왔다. "재단의 열 개 기능 중에서 보존 기능의 분리 위치가 확인됐어요. 사람에게 옮겨졌다는 자료는 없고요. 그런데 보관 기관 이름이 이상해요." 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보존 기능: 000번 원본 기록실.' 그 아래에는 출입 권한이 단 하나만 적혀 있었다. '허가된 출입자: 본인의 거절을 증명하지 못한 사람.' 철민이 물었다. "그럼 증명 못 하는 사람은 전부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까?"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인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또 다른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이번에는 문을 열기 전에, 문을 열지 않는 선택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7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7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