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재능거래소가 시험 행사를 연다는 공지는 예상보다 널리 퍼졌다. 사람들의 거절을 복원해 주는 서비스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부당한 계약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약속이었다.
"이게 진짜면 좋겠다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오지훈이 말했다.
나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요. 필요가 큰 사람일수록 엉터리 증거에 기대기 쉽거든요."
서다경이 소개소를 찾아온 것은 그날 오후였다. 얼마 전 자신의 오디오 수리 기술이 허락 없이 체험 상품으로 사용된 적 있는 사람이었다. 기술을 빌려 갔던 박이안은 이제 정식 교육을 받으며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있었다.
"거절을 복원하는 기술이라면, 실제로 녹음된 거절과 비교해 볼 수 있겠죠?"
다경이 물었다.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의 목소리를 쓰느냐가 먼저예요."
"제 목소리는 제가 제공할게요. 제가 직접 말하고, 제가 직접 보관한 자료로요. 그리고 제공 범위는 제가 정합니다."
예린이 조건을 적었다. 녹음은 음성 인식 기능 검증에만 사용한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포함하지 않는다. 제출 여부는 당사자가 결정하고, 공개 시연에는 쓰지 않는다. 다경이 원하면 언제든 새 검증을 중단한다. 이미 받은 자료의 처리 방식은 별도로 확인한다.
"무슨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로 할까요?"
철민이 묻자 다경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안전 절차를 생략하는 수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매일 하는 말이에요."
지훈은 웃었다.
"그거면 충분하겠네요."
다경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직접 만든 원본 음성을 가지고 왔다. 더 오래된 기록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예린은 원본 파일의 작성 시각과 복사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 기록을 남겼다. 시험 데이터임을 명시해 혼동을 막았다.
거래소는 '복원 기술 테스트' 접수를 받는다고 했지만, 파일 업로드 페이지에는 이상한 조항이 붙어 있었다.
'제출된 거절 음성의 이용·재판매 권한은 운영사에 귀속됩니다.'
"거절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내면, 그 목소리가 상품이 된다는 거네요."
다경은 업로드를 멈췄다.
"그럼 저 안 넣겠습니다. 테스트는 우리끼리 하죠."
예린은 별도의 비교 방식을 제안했다. 거래소가 공개한 '거절 복원 예시'를 검토하고, 실제 발언과 다르게 편집되는 특징이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었다. 공개 자료에는 '그 업무는 안 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이 '그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로 바뀐 사례가 있었다. 단어 하나가 빠지면서 뜻이 반대가 된 것이었다.
"이건 오류라고 하기에도 이상해요."
예린이 말했다.
"그렇다고 고의라고 단정하면 안 돼요. 데이터 처리 규칙과 실제 사례가 더 필요합니다."
다경은 자신의 기술에 대해 말했다. 기계의 잡음은 때로 고장인지 환경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고치려는 사람이 먼저 결론을 내리면 엉뚱한 부품을 바꾸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설명 못 할 소리가 나면, 먼저 전원을 껐다 켜요. 원래 상태가 무엇인지 봐야 하니까."
그 말이 끝났을 때 지훈은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사람의 머리 위 숫자가 보였을 때 그는 누구도 먼저 껐다 켜 보지 않았다. 그 숫자가 사람의 미래를 말한다고 믿었을 뿐이었다.
저녁에 거래소 측 담당자가 전화했다.
"오지훈 님, 시험 신청 상태를 유지하실 건가요? 불참하시면 재현 검증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기록됩니다."
"제가 신청하지 않은 시험입니다. 불참이 아니라 신청 자체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귀하는 거절 복원 기능의 정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기록됩니다."
"정확성을 모른다고 기록하세요. 저는 그 기능을 직접 검증한 적이 없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상대가 말했다.
"그렇게 하시면 복원할 수 있는 거절이 줄어듭니다."
"동의하지 않은 목소리를 가져다 쓰지 않으면 줄어들겠죠. 그렇게 줄어드는 게 맞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다경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지훈은 별로 승리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의 음성을 빼앗지는 않았다.
그날 밤 예린이 공개된 시험 설명서의 부록을 발견했다. 복원 성공률을 계산하는 분모가 바뀌어 있었다.
'응답 거절자 제외. 이의 제기자 제외. 검증 불가자 제외.'
계산 끝에 남는 사람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뿐이었다.
제7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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