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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75화
PAYLUA ORIGINAL · 제75화

75화. 상담사가 쉬는 날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888자

오프라인 책장
오지훈은 거래소의 시험 참가 신청서를 인쇄하지 않았다. 화면을 닫은 뒤 소개소의 영업시간 안내를 고쳤다. '월요일 오전 휴무. 긴급한 노동·안전 문제는 전문기관을 먼저 이용해 주세요.' 강철민은 안내문을 보자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설마 거절하는 연습하려고 쉬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실습도 아니고 그냥 쉬는 거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전 그걸 잘 못 했어요." 철민은 놀리려다 말고 안내문 모서리를 단단히 눌러 붙였다. 지훈이 쉬는 동안 문의가 들어오면 연락처만 받아 두고,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일은 자신이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빵사로 전직한 사람이 상담사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지훈은 오전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 소설책을 읽으려 했지만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소개소 일이 떠올랐다. 윤솔은 괜찮을까. 한시온은 밤에 잠들었을까. 황주석은 새로운 계약서를 만들고 있을까. 그러다 문득 자신이 모든 사람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감옥이었다. 그는 수첩을 꺼내 쓰다가 다시 덮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직업을 결정하지 않기로 했던 만큼, 자기 휴식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했다. 오후에 소개소에 돌아오자 예린은 상담 요청 세 건을 정리해 두었다. 한 건은 면접 일정 조정, 한 건은 임금명세서 확인, 마지막 한 건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셋 다 당장 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어요. 긴급한 위험은 없었고요." "고마워요." "대신 제가 쉬는 날도 정해 놓겠습니다." 지훈은 웃었다. 예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달력에 날짜를 적었다. 그날 저녁 백도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현재의 자신이 재단과 맺은 계약에 대해 별도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과거 승인한 사람들의 기록을 고칠 수는 없지만, 잘못된 비용 부과를 확인한 사업장에 정정 안내를 보내는 일에는 협조하겠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겁니까?" 지훈이 묻자 백도식은 짧게 웃었다. "아니. 내가 저지른 일을 확인하는 일은 이제 남에게 떠넘길 수 없겠지."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덧붙였다. "하지만 조심하게. 재단이 자네를 다시 부르려는 이유가 단순히 시험 자료 때문만은 아닌 듯하네." "확인된 게 있습니까?" "과거 내가 서명했던 사업 계획서를 다시 봤어. 원천관리계정은 열 개의 기능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예외 문장을 듣는 기능이었지. 그걸 사람에게 옮기는 건 내 계획에는 없었네." "그럼 누가 옮겼습니까?" "아직 모르네. 하지만 기능을 분리한 이유는 분명했어. 한 사람이 그 계정의 전체 판단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지훈은 백도식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서류 사본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책임을 인정한 사람의 진술도 기록과 대조해야 했다. 밤에 예린이 사업 계획서 일부를 전달받았다. 표에는 열 개의 항목이 있었다. 네 개는 이름이 지워져 있었고, 나머지 여섯 개는 단어 하나씩만 보였다. '관찰. 청취. 보존. 배정. 거절. 반환.' 그 아래에는 선명한 주석이 남아 있었다. '기능 보유자가 서로의 선택을 검증할 수 없도록 분리할 것.' 지훈은 책을 덮고 적었다. '우리가 찾을 것은 열 명의 소유자가 아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권한을 누구도 마음대로 합치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그때 문 앞의 팩스에서 종이 한 장이 출력됐다. 아무도 팩스를 보낸 적이 없었다. '원천관리계정 제2 기능 시험 통지.' '청취자 한시온. 시험 의뢰인 오지훈. 상호 접촉 이력 확인.' 두 사람의 이름이 또 한 번 허락 없이 같은 계약서에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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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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