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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73화
PAYLUA ORIGINAL · 제73화

73화. 없던 말을 증명하는 법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888자

오프라인 책장
한시온은 토요일 오후에 어머니 정미와 함께 소개소를 방문했다. 지훈은 창가가 아니라 출입문 가까운 테이블을 골랐다.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 면담을 끝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온은 책상에 쌓인 서류를 보자 귀를 막았다. "여기서는 소리가 너무 많아요." 지훈이 서류 상자를 바로 덮었다. "괜찮아. 오늘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아도 돼. 차 한 잔 마시고 돌아가도 되고." "아뇨. 제가 먼저 와 보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 종이들이 다 말하는 건 아니죠?" "시온이에게만 그렇게 들리는 거라면, 어떤 조건에서 들리는지부터 천천히 살펴봐야겠지. 무리해서 증명할 필요는 없어." 정미가 아이의 어깨를 쓸었다. 시온은 종이컵을 두 손으로 잡고 숨을 고른 뒤, 지훈이 허락한 문서 한 장만 테이블에 올려 달라고 했다. 개인정보를 지운 복사본이었다. '상담 기록 019 / 본인 직무 전환 희망.' 시온은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사람을 번호로 넘기는 업무는 안 하겠습니다.'" 어제 공개된 음성에 남아 있던 문장이었다. 예린은 놀랐지만 박수를 치지 않았다. 시온이 이 내용을 어느 경로에서 접했는지 확실하지 않은 이상 증거라고 부를 수 없었다. 정미도 같은 이유로 결과를 단정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 다른 문서도 볼까요?" 철민이 말하자 지훈이 손을 들었다. "오늘은 한 장으로 충분해요. 시온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보셨잖아요." 시온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증명 못 하면, 아무도 저를 믿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네가 힘들다는 말을 믿을 수 있어. 네가 들은 문장이 기록과 같은지 확인하는 건 별도의 일이야." 시온은 그 차이를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작은 수첩을 꺼내 '믿음과 증거는 다른 말'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스스로 면담을 끝내겠다고 했다. 아래층에서 기다리던 철민이 식빵을 두 봉지 챙겨 주었다. 시온은 '돈은 엄마가 내요'라고 말했고, 철민은 정식으로 영수증을 끊었다. 어느 누구도 오늘의 방문을 능력 실험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오후에 구은정이 원본 보관 기관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거절 음성 자산화' 사업에 대한 자료 보존 요청이 받아들여졌고, 음성을 재분류한 변경 이력을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한 가지 우려가 있었다. 거래소 측이 시온과 같은 현상을 이용해 지워진 음성을 복원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아이 이름을 알린 적은 없어요." 예린이 말했다. "그들이 정확히 시온을 알고 있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다만 이 광고 자체가 위험해요." 광고에는 '거절 재생 서비스'라는 문구가 있었다. 과거 직원이 한 말을 재생해 분쟁을 해결해 준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사용자의 동의 없이 발언을 저장했을 가능성, 재생한 문장이 실제 발언인지 확인할 방법, 유료 판정의 책임자 등 어떤 것도 명시되지 않았다. 지훈은 거래소에 서면으로 물었다. '복원된 문장이 틀렸을 때 누가 그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을 책임지는가.' 회신은 없었다. 저녁 무렵 한시온에게서 문자가 왔다. 짧은 문장 하나였다. '오늘은 제가 듣지 않겠다고 말해도 된다고 해서 좋았어요.' 그 아래에는 다른 글씨가 붙어 있었다. 정미가 확인해 보낸 내용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 세탁소 유리문에서 또 소리가 났어요. 아버지 목소리 같았는데,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대요.' 지훈은 즉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먼저 정미에게 원하면 내일 통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잠시 뒤 정미가 직접 전화를 걸어 말했다. "아이보다 제가 더 놀랐어요. 남편이 삼 년 전에 직원에게 '그만둬도 된다'고 말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세탁소의 관리 프로그램에는 반대로 적혀 있더라고요." '퇴사 요청 불허.' 그 문구 아래에, 지훈에게 익숙한 빈 의자 표시가 작게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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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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