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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71화. 거절을 듣는 소년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779자

오프라인 책장
"왜 선생님은 한 번도 당신 자신의 적성을 거절하지 않았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린 질문은 오래전에 들었던 질책처럼 날카로웠다. 오지훈은 대답하기 전에 상대의 이름을 물었다. "한시온이요. 열일곱 살이에요. 여기 엄마도 있어요." 옆에서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한정미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아들이 최근 이상한 소리를 듣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에서 지훈의 소개소를 찾아 함께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지훈은 소년의 학교나 주소를 묻지 않았다. "시온이가 어떤 소리를 듣는지 먼저 듣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사람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건 아니에요. 종이 가까이 가면 들려요. 정확히는 누군가 했던 말을, 누군가 지워 버린 자리에서요." 시온은 말을 고르다 예를 들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세탁소에 임시 채용 공고가 붙었던 날이었다. 게시판 앞을 지나자 누군가 '야간 근무는 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공고에는 '야간 근무 가능자 우대'라고 쓰여 있었다. 놀란 시온이 아버지에게 물었을 때,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한 손님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무섭다고 하니까 엄마가 그냥 집에 있자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선생님 사진을 보고도 들렸어요." "어떤 말이었니?" "'난 누구의 인생도 대신 정하지 않겠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선생님 목소리 같았어요. 뒤에는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어요. '그럼 네 직업은 내가 정한다.'" 지훈은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 첫 번째 문장은 자신이 여러 번 했던 말이었다. 두 번째 문장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 "시온아, 네가 들은 게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바로 생각하진 말자.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있는지 찾아보자." "다들 그 말만 해요. 확인해 보자고. 그런데 아무도 제가 듣는 걸 멈추는 방법은 안 알려 줘요." 정미가 잠시 수화기를 대신 받았다. 아들이 밤마다 잠을 설친다고 했다. 학교생활도 영향을 받고 있어 상담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훈은 이상한 능력을 확인하는 것보다 시온의 생활과 안전이 먼저라고 말했다. 원하면 보호자와 함께 소개소를 방문하되, 원하지 않으면 전화만으로 이야기를 끝내도 된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기 전 시온이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적성이라는 걸 처음 봤을 때 좋았어요?" "좋았지. 내가 어디에 쓰일 수 있는 사람인지 알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없었어요?" 지훈은 대답을 놓쳤다. 실직했을 때 화면 위에 떠오른 '직업 상담 100%'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그 숫자를 따라 소개소를 열고, 남을 구하려다 자신까지 118번으로 지정되었던 날들. 다른 사람에게는 선택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숫자 하나를 직업의 허가증처럼 붙들고 있었다. "있었어. 그런데 없다고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아." 전화가 끝나자 예린이 지훈을 바라봤다. "소년 목소리가 녹음된 건 아니겠죠?" "아니요. 동의 없이 녹음하지 않았어요. 이름도 이 상담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적었습니다." 예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래된 자료를 꺼냈다. 오 년 전 4월 17일, 상담 기록 019의 원본 사본이었다. 지훈의 과거 발언이 비어 있는 칸 옆에 누군가 연필로 짧게 적어 놓은 문구가 있었다. '상담사 본인 거절 발언 — 음성 분리 보관.' 그리고 옆에 반출된 저장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보관 분류: 10개 조각 / 음성 회신] 지훈은 종이를 한참 바라봤다. 자신이 처음부터 적성을 거절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그가 했던 말을 누군가 기록에서 떼어 낸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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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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