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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70화
PAYLUA ORIGINAL · 제70화

70화. 능력이 없어도 상담사는 상담사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336자

오프라인 책장
자정이 되는 순간, 소개소 벽시계의 초침이 한 번 움직였다. 오지훈은 어깨를 움츠리지 않았다. 갑자기 세상이 멈추거나 머리 위에 숫자가 되살아나는 일은 없었다. 대신 예린의 컴퓨터 화면에서 시스템 처리 항목이 천천히 바뀌었다. [원본 관찰자 강제 배정: 검토 보류] [자동 신규 후보 생성: 중단 요청 접수] [관찰 결과 외부 제공: 처리 제한 검토] "이걸로 끝났어요?" 철민이 물었다. "아니요. 접수와 검토가 끝났다는 건 아니죠. 그래도 적어도 오늘 밤 자동으로 새로운 아이를 지정하는 건 막아 달라고 요구했고, 강제 배정은 보류됐습니다." 구은정은 차분하게 상태를 읽었다. 화면에 나타난 문구가 실제 서버에서 완전히 실행됐는지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운영사의 회신이 일관되지 않았기에, 이미 만들어진 관찰 기록의 처리 여부도 계속 조사해야 했다. 예린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저 솔이가 남겨 둔 문장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적었으니까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뒤, 미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솔은 이미 잠들었다고 했다. 학교 축제에서 채윤과 함께 포스터를 붙이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솔의 눈에는 이제 숫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창가에서 회색 글씨가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무서워하지 않더라고요. 그건 왜 아직 보이는지 묻던데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급하게 결론 내리진 않을게요." 미정은 고맙다고 말했다. 지훈은 답했다. "솔이가 자기가 원하는 걸 말해 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겁니다." 다음 날 오전, 소개소 문을 열자 강철민이 진열장에서 막 나온 빵을 들고 올라왔다. "사장님이 새 메뉴를 시험하자십니다. 흑임자 소금빵." "제 직업 적성은 맛 평가 100%인데요." 지훈이 손을 내밀자 철민이 빵을 높이 들어 올렸다. "돈 내고 드세요. 저 이제 정식 직원입니다." 지훈은 웃었다. 아래층의 박선규는 새로 들어온 직원의 반죽 습관을 칭찬했고, 철민은 오븐 온도계 숫자를 보며 차분하게 일했다. 백도식의 서류에 적힌 '채권 관리'라는 직무는 그에게 더 이상 운명이 아니었다. 그날 김수빈도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컴퓨터 기초 교육에 등록했고, 돌봄 분야의 운영 지원 업무를 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면접까지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경력을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적성 검사는 안 해 주세요?" 수빈이 웃으며 물었다. 지훈은 빈 모니터를 가리켰다. "지금은 할 수 없습니다. 대신 경력과 희망 조건을 하나씩 같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쪽이 더 좋아요. 제가 한 일을 제가 설명할 수 있으니까." 상담이 끝난 뒤 지훈은 수첩 첫 장에 적힌 문장을 다시 읽었다. '무슨 일을 잘하는지보다,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묻기.' 그는 이제야 알았다. 자신이 잃은 것은 숫자를 보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래 하려던 일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오후 세 시, 예린에게서 후속 자료가 도착했다. 273건 가운데 미성년 보유자로 분류된 아홉 건을 확인하는 절차가 시작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별도 기록에 있었다. 윤솔에게 연결된 원천 제공자 번호가 118번이 아닌 새로운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관찰자: 윤솔] [원천 제공자: 미확인] [분리된 원본 조각: 1/10] "열 개 중 하나요?" 철민이 물었다. "그렇게 표시돼 있어요. 실제로 열 명에게 능력이 나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예린이 대답했다. 지훈은 화면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한동안 믿었던 특별한 눈은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은 언제부터 숫자로 나눌 수 있었던가. 그때 오래전 백도식의 계약에서 처음 보았던 검은 문장이 화면 한구석에 나타났다. [000번 원칙 / 미완료 기록 열람] [관찰자 아닌 관찰 대상 존재: 1] [대상: 오지훈] 지훈은 눈을 깜빡였다. 누구의 머리 위에도 숫자가 떠 있지 않았다. 글씨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예린이 열어 둔 자료 화면에 있었다. "이번엔 제가 관찰 대상이라는 겁니까?" 예린이 대답하려던 찰나, 소개소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지훈이 수화기를 들자 어린 목소리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거절한 말이 들려요."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그건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왜 선생님은 한 번도 당신 자신의 적성을 거절하지 않았어요?" 지훈은 책상 위의 '상담 중' 팻말을 바라봤다. 그가 택한 직업을 마지막으로 시험하는 질문이, 이번에는 어떤 숫자도 없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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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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