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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열두 시 전에 거절해야 할 것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110자

오프라인 책장
밤 열 시 삼십 분,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예린이 준비한 자료는 세 묶음이었다. 당사자의 직접 진술, 운영사가 보낸 계약서와 통지, 공개 자료에서 확인한 시스템 설명.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는 모두 '미확인'이라는 글자를 붙였다. 철민은 빵집에서 커피 대신 따뜻한 보리차를 가져왔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네요." "지금은 충분합니다." 지훈이 컵을 받았다. 구은정은 운영사 담당자와의 정식 회신 채널을 통해 긴급 이의 제기를 다시 전달했다. '미성년 이용자의 의사 확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으며, 제공자 역시 영구 관찰 직무 승계에 동의하지 않았다.' 곧 담당자가 서류를 접수했다는 답변이 왔다. 실제 처리가 중단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열한 시 십 분, 솔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다. 솔이 오늘 직접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지훈은 통화에 미정이 함께 있는지 확인한 뒤 솔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 지금 숫자가 보여도 안 봐도 괜찮아요. 그런데 누가 제 이름으로 다른 사람 기록을 남기는 건 싫어요." "그 말을 네 이름으로 전달하고 싶니?" "네. 필요한 사람한테만요." 미정은 녹음 대신 솔이 직접 쓴 문장을 사진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학교나 친구 정보는 포함하지 않았다. '나는 내 생각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진로를 결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계속 무엇을 볼지, 보지 않을지는 내가 선택하고 싶습니다.' 지훈은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능력을 가졌을 때, 한때는 사람의 수치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열네 살 아이는 처음부터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물었다. 예린이 시계를 확인했다. "열한 시 사십 분입니다." 지훈은 자신의 문서를 마지막으로 검토했다. '오지훈은 원본 관찰자 직무 승계를 거절한다.' 맨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을 썼다. '이 거절은 다른 보유자에게 어떤 의무나 손실을 발생시키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 백도식은 과거 계약 자료 가운데 실명이 가려진 업무 승인 기록을 제출했다. 황주석은 담당 기관의 질의에 따라 자신이 만든 원천관리계정의 기능 설명을 보냈다. 혜숙은 000번 원칙의 원본 작성자임을 확인하는 진술서를 냈다. 어느 누구도 솔을 대신해 수락하거나 거절하지 않았다. 한편 아래층 빵집에서는 박선규가 내일 새벽 반죽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밤중까지 불이 켜진 위층을 올려다보더니 철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들 또 무슨 일 있냐?' 철민은 '오늘은 누가 더 일해야 하나 정하는 게 아니라, 안 하겠다는 말을 받아 달라고 하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박선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런 거면 따뜻한 빵 좀 가져가. 계산은 내일 해도 되고.' 철민은 웃었다. 빵집 주인은 늘 대단한 구호 대신 사람들에게 선택할 시간을 주었다. 그 평범함이야말로 자신이 이쪽으로 건너온 이유였다. 열한 시 오십삼 분, 거래소의 처리 상태가 바뀌었다. [원본 관찰자 강제 배정 / 이의 제기 검토] [전체 보유자 자동 종료 / 보류] 철민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된 겁니까?" "보류라고 돼 있어요. 확정적인 해결은 아닙니다." 지훈이 말했다. 같은 시각 솔은 집에서 화분 옆에 앉아 있었다. 숫자가 천천히 희미해졌다. 예전 같으면 작은 글씨가 가득하던 엄마 머리 위가 텅 비었다. 솔은 서운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그러나 그때 마지막 한 줄이 나타났다. [관찰 종료 요청자: 윤솔] [처리 방식: 개별 확인 대기] [신규 관찰자 후보 생성: 1] 솔은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 "엄마, 또 다른 사람이 생긴대." 미정은 곁으로 와 화면 대신 아이의 얼굴을 봤다. "어떤 사람이?" "모르겠어. 이름은 안 나와." 열한 시 오십구 분, 예린의 컴퓨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기존 관찰자를 종료하면 자동으로 새 후보를 생성하는 프로그램이 실행된다는 공지가 떴다. 지훈은 마지막 한 장의 서류를 꺼냈다. 운영사가 접수만 하고 답하지 않은 최초의 질문이었다. '새 관찰자를 만들지 않을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자정이 되기까지 서른 초. 이번에는 계약서 바깥에 그 답을 남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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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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