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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68화
PAYLUA ORIGINAL · 제68화

68화. 원래 주인의 서명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122자

오프라인 책장
오혜숙은 편지 한 장을 들고 소개소에 왔다. 종이는 오래돼 모서리가 눌려 있었다. 겉면에는 '000번 최초 거절 기록'이라고 쓰여 있었고, 안쪽에는 원칙 세 줄이 있었다. '직업 선택은 당사자의 자유다.' '거절은 실패가 아니라 절차 종료다.' '어떤 사람도 타인의 선택을 대리하지 않는다.' "원본이 맞습니까?" 구은정이 물었다. "제가 쓴 문장인 건 맞아요. 하지만 지금 회사가 갖고 있다는 원본과 같은 것인지는 자료를 대조해야겠지요." 혜숙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했다. 지훈은 그 점이 고마웠다.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지켜 온 사람조차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예린은 운영사가 보내온 '일괄 종료' 계약서의 핵심 조항을 혜숙에게 보여 줬다. 실제 문서와 비교할 수 있도록 원문을 함께 두었다. "여기에서 원천 제공자는 오지훈 씨입니다. 그가 회수에 동의하면 나머지 보유자는 종료되고, 대신 지훈 씨가 관찰자 직무를 갖게 된다고 적혀 있어요." 혜숙이 천천히 물었다. "그 보유자들이 원한 건 무엇인지 확인했습니까?" "솔이는 관찰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다른 사람은 아직 몰라요.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일괄 처리는 안 되겠군요. 각자 다른 말을 할 수도 있으니까." 철민이 답답한 듯 말했다. "다들 그 능력이 싫을 텐데요." 혜숙은 고개를 저었다. "싫다고 말하지 않은 사람까지 미리 싫어한다고 쓰는 건 우리가 막으려던 일이에요." 그 말에 철민은 입을 다물었다. 예전 조직에서는 '전원 동의'라는 말을 얼마나 쉽게 썼던가. 자기 입으로는 동의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이 명단에 줄지어 있었다. 혜숙은 지훈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능력을 되찾고 싶긴 합니다. 누군가의 진로를 알아내서가 아니라, 왜 제 이름을 다른 사람의 몸에 붙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돌려받는 방법이 남을 감시하는 일이라면 거절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기록하세요. 다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는다고 함께 적으세요." 지훈은 자기 이름으로 '관찰자 영구 보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작성했다. 구은정은 거래소에 이미 전달한 질의서와 절차상 이의 제기를 연결해, 미성년자의 의사 확인 없이 권한을 승계하거나 원천 제공자의 계약을 강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혜숙은 서류를 가방에 넣다가 지훈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 능력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받는 사람이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훈은 쉬운 대답을 고르지 않았다. '그럴 땐 제가 원한다고 해서 가져올 수 없겠지요.' 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어렵습니다. 예전의 백도식도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남의 일을 빼앗았으니까요.' 지훈은 창밖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실직한 사람과 일하는 사람을 구분할 숫자는 없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사정과 결정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더 확실히 알게 됐다. 누군가의 특이한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소유권이 당연히 정해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해가 질 무렵, 솔에게서 문자가 왔다. '화분이 살아났어요. 물을 너무 자주 준 거래요.' 사진에는 작은 바질 잎이 두 장 올라와 있었다. 지훈은 박선규에게 사진을 보여 줬다. "이걸 보면 사장님 적성은 원예인가요?" "내 적성은 손님 계산 안 틀리는 거야. 그런데 그것도 가끔 틀려." 둘은 웃었다. 그때 예린이 새로운 문서를 발견했다. '관찰 결과 46건'의 세부 상태였다. 마흔여섯 건 모두가 실제 사람의 직업 적성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다. 일곱 건은 중복 조회, 세 건은 시스템 시험, 한 건은 솔 자신의 관찰을 기록한 것이었다. "자기 관찰이 불가능하다더니요?" 지훈이 물었다. "바로 그게 이상해요. 솔이가 본 적 없는 내용이 솔이 이름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 한 건의 대상자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대신 담당 직무가 보였다. '원본 관찰자.' 그리고 그 아래에는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원본 관찰자 배정 후보: 오지훈] [실행 시각: 23:59] 지훈은 오혜숙의 세 번째 문장을 떠올렸다. 어떤 사람도 타인의 선택을 대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원칙을 아예 건너뛰고, 가짜 관찰 결과 하나를 만들어 그를 원본 관찰자로 지정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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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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