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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누가 그 아이의 직업을 샀나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116자

오프라인 책장
봉투 속 손글씨는 삐뚤삐뚤했다. '저는 커서 무엇이 될지 아직 못 정했는데, 왜 벌써 제 직업을 샀다고 하나요?' 편지는 그 한 문장뿐이었다. 이름도 연락처도 없었다. 지훈은 누가 썼는지 추측하지 않기로 했다. 무턱대고 미성년자를 찾아다니는 일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바라는 해결 방식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이걸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피해자가 연락하지 않을까요?" 철민이 물었다. "글씨만으로도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일단 보관하고, 공개는 하지 맙시다." 예린은 봉투에 적힌 우편 소인을 확인했다. 인근 우체국을 거쳤다는 것밖에는 알 수 없었다. 대신 안쪽에 잘못 접힌 전단지 조각이 있었다. '미래재능거래소 주니어 관찰 체험. 진로를 미리 만나세요.' 지훈은 접힌 글씨를 펼쳤다. 체험 대상 연령은 13세 이상이었다. 제공자로 분류된 아이에게는 '능력 보유 우대'라고 적혀 있었다. 세부 약관은 회사에 문의하라는 말뿐이었다. "관찰할 아이를 모집하면서, 자기 적성을 찾는 프로그램인 것처럼 설명했네요." 예린이 말했다. "그렇다면 받은 편지는 이런 내용을 전해 달라는 뜻이겠죠." 지훈은 생각했다. 일반적인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라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정보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거래소의 목적은 다른 사람의 적성을 보고 기록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보다 학생의 눈이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졌다. 그 무렵 박이안이 오디오 수리 수업에서 돌아왔다. 다경에게 처음 배운 일은 화려한 진단법이 아니라 전원을 뽑고 잔류 전하를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했다. '그냥 손대면 되던데 굳이 왜 그래야 하죠?' 하고 물었더니 다경은 '누가 대신 해 주는 기술보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게 먼저야'라고 답했다고 했다. 지훈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전단지의 '진로를 미리 만나세요'를 다시 봤다. 무슨 일을 잘하는지 미리 알 수 있다고 해서, 그 일을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배우고, 그만둘 수 있다는 걸 아는 것까지 포함해 일의 경험이었다. 오후에는 윤솔과 미정이 먼저 요청한 짧은 통화가 있었다. 솔은 편지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누가 보내는지도 모르는데 어른들의 걱정을 아이에게 옮겨 놓을 이유가 없었다. "저 오늘 학교에서 다른 애들 숫자가 잠깐 안 보였어요." 솔이 말했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니?" "편했어요. 그런데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수학 선생님은 숫자가 32%밖에 안 나왔거든요. 그럼 선생님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지훈은 물컵을 내려놓았다. "솔아, 난 예전에 그 숫자를 꽤 믿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 숫자가 뭘 재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아. 잘하고 못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은 숫자 하나로 결정할 수 없지." "그럼 선생님한테 말 안 해도 되겠네요?" "네가 요청받은 적도 없고, 그 이야기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없으니까." 솔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뜻밖의 질문을 했다. "아저씨, 제 머리 위 숫자는 안 보세요?" "지금은 볼 수 없어. 볼 수 있었어도 먼저 물었을 거야." "그럼 제가 말해 줄게요." 솔은 눈을 감고 자신을 생각해 봤다. 다른 사람의 적성은 그럭저럭 보였지만 자기 자신의 적성은 볼 수 없었다. [윤솔 / 관찰 대상 제외] [관찰자 / 자기 관찰 불가] "남들 건 다 보이는데 제 건 안 보여요." 지훈은 웃었다. "그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라. 누구든 자기 인생은 살아 봐야 아는 거니까." 통화가 끝나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거래소에서 공식 회신이 도착했다. 미성년 관찰 프로그램에 관한 문의에는 답하지 않은 채 특별 상담 안내만 보냈다. '원천 제공자 오지훈이 직접 회수에 응할 경우, 청소년 보유자 전원의 배정 종료를 일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철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선생님만 동의하면 다 끝난다는 건가요?" "그 말이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죠. 그리고 나한테 다른 아이들의 선택을 대신할 권한은 없어요." 첨부 문서를 읽던 예린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일괄 종료 이후 원천 제공자는 관찰자 직무를 영구 보유한다.' 지훈은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누군가의 눈을 되찾아 주는 대신, 자기 눈으로 평생 남의 인생을 감시하라는 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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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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