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윤솔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친구들한테 민폐잖아. 내가 쳐다보면 또 기록될지 모르잖아."
미정은 가방을 내려놓고 딸 옆에 앉았다.
"네가 누구를 봤다는 것만으로 잘못한 건 아니야. 그런데 무섭다면 같이 방법을 찾자. 학교에 가는 걸 결정하기 전에 선생님께도 상담해 볼까?"
솔은 한참 망설였다. 결국 담임에게 특별한 기술 장비와 관련된 사생활 문제가 있어 불안하다고만 알리기로 했다. 적성 수치가 보인다는 비밀까지 털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미정과 지훈의 의견이었다. 학교에서는 필요할 때 상담실을 이용하도록 배려하겠다고 답했다.
지훈의 소개소에서는 구은정이 임시 보유자 표기 자료를 펼쳤다.
"우선 보호자의 도움을 받되, 솔이 본인의 생각을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미성년자니까 더더욱요. 그리고 그 화면에 적힌 일주일이라는 기한이 실제 법률상 의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막죠?"
철민이 물었다.
"운영사에 개인정보 처리와 관찰 결과 수집 근거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남기고요."
지훈은 솔이의 동의를 받아 상담 기록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적었다. 나이, 처음 숫자를 본 날짜, 권한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진술, 낯선 방문자. 학교명과 친구 이름은 적지 않았다. 미정은 자료 제출 범위를 확인한 뒤 서명했다.
예린은 공개 문의 창구로 질의서를 보냈다. '열네 살 이용자의 관찰 데이터가 본인이나 보호자의 신청 없이 등록된 이유', '관찰 결과가 실제로 전송됐는지 여부', '삭제 및 처리 중지를 요구할 방법'이라는 세 가지 질문이었다.
답장은 놀랄 만큼 빨랐다.
'임시 관찰자는 본인의 적합 직무를 수락할 경우 보유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안 했네요."
지훈이 말했다.
화면 아래 선택 버튼 두 개가 나타났다.
[적합 직무 수락] [관찰 종료 신청]
미정이 휴대전화를 솔에게 보여 줬다. 솔은 첫 번째 버튼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두 번째 누르면 정말 끝나요?"
"그것도 확인해야 해. 누르기 전에 선택에 따른 결과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솔은 생각에 잠겼다. 내일 학교 축제 준비가 있다. 포스터를 그리는 채윤을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바질 화분도 살리고 싶다. 갑자기 생긴 숫자 때문에 그 일을 모두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전 보고 싶을 때만 보고 싶어요. 누가 시켜서 사람을 관찰하고 싶진 않아요."
지훈은 그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다른 누구도 고치지 않았다.
연락이 끝난 뒤 솔은 자기 방에서 내일 제출할 과학 보고서를 펼쳤다. 현미경으로 잎의 기공을 관찰한 기록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정답보다 궁금한 점을 더 쓰기'라는 담임의 글씨가 있었다. 솔은 여러 번 펜을 굴리다가 적었다. '식물이 물을 너무 많이 마셔도 힘들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문장은 누구의 미래도 예측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화분을 돌보는 방법을 묻는 문장이었다. 미정은 문턱에 서서 딸이 다시 보고서를 쓰는 걸 지켜봤다. 숫자가 생긴 뒤 처음으로 아이의 손이 떨리지 않았다. 그 장면은 지훈에게 보고할 자료보다 미정에게 더 중요한 사실이었다.
그날 저녁, 운영사의 두 번째 답변이 왔다.
'관찰 종료 신청 시 기 확보된 관찰 결과는 복구 불가이며, 관련 손실은 원천 제공자에게 정산됩니다.'
[원천 제공자: 오지훈]
[예상 손실: 46건]
[회수 선택: 보유자 유지 또는 제공자 승계]
철민이 주먹을 쥐었다.
"결국 저 애한테 책임을 떠넘기거나 선생님한테 떠넘기겠다는 거군요."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저건 회사의 주장일 뿐이에요. 그걸 우리가 받아들일 이유는 없어요."
하지만 지훈은 알았다. 그가 능력을 되찾겠다는 욕심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순간, 누군가는 그것을 솔에게 압박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는 미정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제가 능력을 되찾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솔이가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뒤 그의 컴퓨터에는 새 알림이 떴다.
[원천 제공자의 승계 의사: 대기]
[대리 선택 제안: 활성화]
지훈은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제6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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