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60화
PAYLUA ORIGINAL · 제60화

60화. 반납할 수 없는 재능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925자

오프라인 책장
박이안은 더 이상 행사장에서 받은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여전히 몇 가지 음향 장비의 내부 구조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스스로 정비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다. 그중 무엇이 자신이 책을 읽고 배운 것인지, 무엇이 갑자기 머릿속에 들어온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제 배운 것도 다 버려야 합니까?" 그가 물었다. 서다경이 대답했다. "배운 건 네 거지. 다만 네가 배우지 않은 걸 네가 배운 것처럼 말하지는 마." 지훈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광경을 보았다. 한 사람은 평생 쌓아온 경험을 잃을까 두려워했고, 다른 사람은 그 경험의 일부를 뜻하지 않게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도둑처럼 여기고 있었다. 어느 쪽도 이 일을 선택하지 않았다. 구은정은 피해 사례별 확인 절차가 시작됐다고 알려 왔다. 판매 중단 요구와 이용권 표시 정정이 각각 접수됐고, 운영사는 최초 제공자 동의 확인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시스템에 적힌 '양도 완료'가 실제 동의를 증명하는지는 아직 검토 중이었다. "그러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하늘이 물었다. "돌아오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다만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기능을 강제로 되돌리는 건 위험해요." 다경은 오랫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녀에게는 이미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어제보다 라디오의 잡음을 잘 구별했고, 오래된 공연장의 배선도를 보자 결함 가능성이 떠올랐다. 한꺼번에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배우고 익힌 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오후, 재능거래소에서 첫 번째 공식 회신이 도착했다. 양도인 확인에 문제가 있는 상품은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사용된 두 건은 개별 조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세 사람은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적어도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계약에 들어오는 일은 일시 멈췄다. 강철민이 빵집에서 올라왔다. 이번에는 소금이 정확히 들어간 식빵을 가져왔다. "이번 건 제 실력입니다. 확실합니다." 박선규가 뒤에서 소리쳤다. "내가 소금 양 재 줬다!" 소개소에 웃음이 번졌다. 지훈은 빵을 잘라 나눠 주었다. 다경도 한 조각을 받았고 이안은 종이컵에 물을 따랐다. 하늘은 다음 주부터 작은 공연장에서 음향 일을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접 지원했고, 맡게 될 업무와 교육 시간을 확인한 뒤 결정한 일이었다. "바이올린은요?" 지훈이 묻자 하늘은 씩 웃었다. "주말에는 계속 켤 거예요. 한 가지 잘한다고 한 가지만 하란 법은 없잖아요." 이안은 다경의 수업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비용은 두 사람이 의논해 정했다. 할 수 없는 일과 배워야 할 일은 따로 적었다. "그럼 우리 선생님 첫 수강생이네요." "첫 수강생인 척하지 마. 넌 고장 난 오디오보다 질문이 더 많아." 다경이 웃었다. 저녁 무렵, 예린이 정리한 자료에서 이상한 목록이 발견됐다. 재능거래소가 공개한 보상·환급 안내에 '원천 제공자 미식별'이라는 분류가 있었다. 그 명단은 이번 사건의 세 사람과 별개였다. "몇 명입니까?" 지훈이 물었다. "공개된 요약에는 273명이라고 되어 있어요. 하지만 실제 인원인지 중복 계약 건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중 이름을 알 수 있는 사람은요?" "지금은 한 명뿐이에요." 예린이 문서를 펼쳤다. 다른 사람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맨 아래 한 줄만 남아 있었다. [원천 제공자: 오지훈] [회수 자산: 직업 적성 분석] [이용권 상태: 미배정] 지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 능력이 회수된 건 맞아요. 그런데 그걸 누군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아직 단정할 수 없어요. 이름을 이용해 만든 기록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소개소의 전화벨이 울렸다. 박 씨가 연결해 준 번호였다. 수화기 너머에는 어린아이처럼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새 출발 직업소개소인가요?" "네. 어떤 일로 연락하셨나요?" "저는 사람 머리 위에 숫자가 보여요. 어제부터요." 지훈의 손끝이 굳었다. "어떤 숫자인데요?" "어떤 일을 하면 잘할 수 있는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한 사람 머리 위에는 숫자 대신 이름이 떠요." 지훈은 숨을 삼켰다. "누구의 이름이죠?" "오지훈. 그리고 밑에 이렇게 써 있어요."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래 주인이 찾아오면 돌려줄 것. 그런데 저는…… 이걸 돌려주는 방법을 몰라요." 지훈은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래층 빵집에서는 밀가루를 털어 내는 소리가 들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 소리의 주인에게 어떤 적성이 있는지 눈앞에 떠올랐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는, 자신이 잃어버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지훈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먼저 성함부터 알려 주시겠어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제 이름은 윤솔이에요. 열네 살이에요." 지훈은 펜을 들었다. "윤솔 씨. 누가 이걸 줬는지보다 먼저 물을게요. 지금 어디 계시고, 안전하신가요?" 전화 너머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네. 집이에요. 그런데 누군가 방금 문 앞에 왔어요."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그 사람은 자기가 제 새 직업을 정해 줄 수 있다고 해요." 지훈은 종이에 또박또박 적었다. '윤솔. 열네 살. 동의 없음. 방문자 신원 미확인.' 적성을 보는 눈을 되찾을 방법은 아직 몰랐다. 하지만 어떤 대답부터 해야 하는지는 알았다. "윤솔 씨,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지 마세요. 먼저 보호자와 함께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바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저는 이야기를 들을게요." 소개소 창밖으로 저녁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남의 직업을 돌려주던 상담사는 이제 자신의 능력이 누구에게 갔는지 알아야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같았다. 누군가의 선택을, 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60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6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