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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000번 녹음의 두 번째 목소리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89자

오프라인 책장
체험권 두 장이 사용된 밤, 서다경은 한동안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았다. 라디오를 만지던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앉아 있었다. 몇 분마다 손끝의 느낌이 희미해졌다가 돌아왔다. 간헐적으로 오래된 공연장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실제로 방 안에는 시계 소리뿐이었다. "무섭습니까?" 지훈이 물었다. "네. 그런데 내가 무섭다고 말하는 것까지 남이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 그녀는 정식 기록 확인 절차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구은정은 사전에 합의한 범위에서 원본 음성의 해당 구간을 재생할 수 있도록 보관기관의 승인을 받았다. 황주석은 별도로 제출한 기록에서 자신이 한 발언을 확인했다. 열람 장소에는 다경과 지훈, 은정, 자료 담당자만 있었다. 낡은 카세트에서 작은 잡음이 났다. '어떤 일을 제안받으셨는지 이해하셨습니까?'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지훈은 다경을 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왜 거절하시죠?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기실 수 있는데.' '제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겁니다. 잘하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제가 원하는 일이어서요.' 잠시 테이프가 지직거렸다. 이전 사본에서는 여기서 녹음이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보관기관이 확인한 원본에는 뒤가 더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분의 기술을 다른 지원자가 쓰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자리만 남겨 두는 건 손해잖아요.' 젊은 황주석의 목소리였다. 오혜숙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기술을 거래할 수 없습니다. 거절은 절차를 끝내는 말이에요.' '절차를 끝내면 다음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그 사람은 자기 지원서를 내겠지요. 누군가의 손을 빌려서 대신 서명하지 않고요.' 녹음은 여기서 한 번 끊겼다. 담당자가 날짜를 확인한 뒤 두 번째 짧은 구간을 재생했다. '그럼 다른 방식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겠네요. 거절한 사람의 적성이 활용되지 않았다고.' 서다경이 눈을 떴다. "그 말을 들었어요. 그때도. 그런데 그냥 억지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지훈은 손끝이 차가워졌다. 황주석은 거절이 무효가 되게 만들기 위해 원칙 자체를 지우지 않았다. 그 대신 거절한 뒤에도 적성이 남아 있으니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장부를 만든 것이었다. "그러면 재능거래소는 바로 그 장부를 이어받은 셈이군요." 은정이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지금 누가 운영하고,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합니다. 이 음성으로 확인되는 건 그 당시 어떤 생각이 오갔는지까지예요." 다경은 음성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직접 확인한 문장만 설명문에 쓰게 해 달라고 했다. 은정은 요청을 적었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훈은 처마 아래에서 다경이 우산을 펴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문득 웃었다. "그때는 내가 거절만 잘하면 될 줄 알았어요." "지금은요?" "다른 사람이 내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가르칠 수 있어요. 돈을 받고도요. 하지만 내 경험을 내가 모르는 곳에서 팔 수 있게 해 주는 건 다른 이야기죠."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예린의 문자였다. '두 건의 실제 사용 기록 중 하나가 확인됐어요. 사용자는 취소를 요청했고, 원천 제공자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이용권에서는 문제가 생겼어요.' 곧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낡은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은 청년의 손이 보였다. 그는 갑자기 남의 연주 기억이 밀려오면서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연습했는지 헷갈리고 있다고 진술했다. 응급 진료를 받았고 안정 중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다경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 "저 청년이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죠." "네. 먼저 안전한지 확인해야겠어요." 비가 유리창을 때렸다. 오래된 테이프가 들려준 것은 원래의 거절만이 아니었다. 거절 이후에도 사람을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두 번째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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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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