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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6화
PAYLUA ORIGINAL · 제6화

6화. 계약서를 만든 사람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655자

오프라인 책장
김지연이 데려온 여섯 번째 손님은 이력서를 쓰지 않았다. 오전 열 시, 남자는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소개소 문을 열었다. 그는 출입문 옆 소화기의 제조 날짜를 확인하고, 천장 카메라가 어디를 향하는지 살펴본 뒤에야 의자에 앉았다. "정태식입니다." 지훈은 이름을 듣고 바로 알아봤다. 철민의 옛 송년회 사진에 있던 사람. 미래인력개발에서 계약서를 만들던 직원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할 일 아닙니다. 김지연 씨가 어제 전화해서요. 그 사람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아직 실을 꿰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놀라운 일이에요." 태식은 손에 든 서류 봉투를 무릎에 올려놓았다. 봉투는 오래되어 모서리가 해져 있었다. "저는 계약서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인사 관리였죠. 직원이 정해진 직무를 수행하고 회사가 임금을 주는 서류. 서명이 있으면 되고, 없으면 새로 받으면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니 이상해졌어요. 직원들이 경력 기술서를 못 쓰기 시작했거든요. 어떤 사람은 자격증이 있어도 자기가 무슨 기술을 배웠는지 설명을 못 했어요." "백도식의 능력 때문입니까?" 태식은 깜짝 놀라 지훈을 바라봤다. "당신도 보는군요." 지훈의 머리 위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상대를 보는 정보였다. [정태식 / 잠재 적성: 기록 보존 96.2%] [표현 가능 수준: 84%] [상태: 계약 이탈자] "일부만 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아는 건 아니에요." 태식은 지훈의 말에 안심한 듯 봉투를 열었다. 안에서 얇은 공책 하나가 나왔다. 공책에는 계약번호와 날짜만 손으로 적혀 있었다. 직원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었다. "직원 개인정보를 들고 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이상이 발생한 시점만 적었죠." 지훈은 태식이 공책을 보여 주는 범위 안에서 페이지를 살폈다. 계약번호 064, 전자 갱신 네 번, 마지막 갱신 날짜. 김지연이 받은 문서의 번호와 같았다. "이 날짜가 무슨 뜻입니까?" "그날 직원이 회사로부터 '계속 여기서 일할 거지?'라는 말을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대답한 사람은 곧 자기 원래 기술을 잃었습니다." 철민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 "회장님이 그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가족 같다고." "그 '가족'이란 말이 무서운 거예요. 대답할 때 회사에 계속 속해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되니까." 지훈은 공책을 덮었다. "그럼 단순히 예라고 말하면 능력을 잃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어떤 직원은 같은 말을 들어도 멀쩡했거든요. 정해진 조건이 더 있을 겁니다." 태식은 또 다른 페이지를 펼쳤다. '직무 잠금 — 자필 또는 전자 서명 / 대가 수령 / 소속 재확인.' 세 문구가 가로로 적혀 있었다. 두 번째 항목 아래에는 물음표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이건 추측입니까?" "네. 제가 서류를 관리하면서 관찰한 내용입니다. 증명할 수는 없어요." 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구분해야 해요. 사실인 기록하고 가설인 기록을 섞으면 안 됩니다." 태식은 예린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때 저도 그걸 알았더라면 좋았겠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훈이 먼저 물었다. "왜 지금 오셨어요? 이미 도망치셨다면서요." "도망친 게 아닙니다." 태식은 목소리를 낮췄다. "제 딸이 피아노를 잘 쳤어요. 작년에 열두 살이었고요. 어느 날 회장님이 제게 계약 갱신 실적을 채우라고 했습니다. 제가 거절했더니 딸이 피아노를 치는 방법을 잊었어요. 악보는 읽는데 손이 건반 위에서 멈추더군요." 철민이 주먹을 쥐었다. 예린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걸 백 회장이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없어요. 단지 제가 거절한 다음 날부터였죠." 태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저는 더는 그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제게 직접 걸린 계약은 풀린 모양인데, 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지훈은 태식의 얼굴을 봤다. 기록 보존 96.2%. 그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오래도록 종이에 날짜를 적으며 사라질 것을 붙잡아 왔다. "딸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부터 확인해 봅시다. 그리고 다른 사건과 연결될 가능성은 분리해서 다루겠습니다." 태식은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정말 사람 일을 숫자로만 보지 않는군요." "숫자가 가끔 저보다 훨씬 정확해요. 하지만 숫자가 누구를 사랑하는지까지 알려 주진 않거든요." 그때 지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지연이었다. "선생님! 저 오늘 바늘귀에 실을 한 번 넣었어요." "정말요?" "네. 손이 방법을 기억해 냈어요. 계속 되지는 않았지만요." 지훈은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다 태식의 공책 한쪽에서 붉은색 원을 발견했다. 계약번호 118. 이름 옆에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제 번호가 왜 여기 있죠?" 태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공책은 제가 작년 겨울에 만든 겁니다." "작년이요?" "백 회장은 그때부터 118번을 비워 뒀어요. 누가 들어갈지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산 표기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태식이 공책 마지막 장을 펼쳤다. 계약번호 118. 담당 직무 '회수 상담사'. 신청자 '오지훈'. 서명란에 적힌 글씨를 본 지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자신의 글씨와 똑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서명을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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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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